이상수 노동장관의 'SHOW 타임'

머니투데이 여한구 기자 | 2007.09.30 14:51

현장라인 배제한 '고공플레이'로 KTX여승무원 해법 모색

비정규직 차별의 대명사로 인식되는 KTX여승무원 사태의 해법이 '제3의 기구'를 통한 문제해결로 가닥이 잡혔다. 노·사·공익위원 각각 2명씩 6명으로 구성된 협의체에서 2달안에 도출하는 결론에 따르기로 한다는게 주 내용이다.

이런 합의는 금요일이었던 지난 28일 밤에 갑자기 결정됐다. 눈에 띌만한 특별한 전기가 마련된 것도 아니었다. 과연 어떤 사연이 있었던 것일까. 당연히 사태해결이 순조롭게 될 것인지도 주목된다.

◇'정치인' 이상수 장관의 '쇼타임'

28일 오후 5시가 거의 다 된 시각, 노동부 출입기자들에게 긴급 문자메시지가 전달됐다. 5시30분에 KTX여승무원과 관련한 합의문을 서울 을지로 서울지방노동청에서 발표한다는 것이었다.

이상수 노동부 장관이 직전에 부처 홍보업무를 총괄하는 홍보관리관에게 전화로 하달했다. 노사정책국장이나 근로기준국장 등 주무 라인은 이런 움직임이 있는지 조차 모를 정도로 철저히 배제됐다.

앞서 이철 코레일(철도공사) 사장은 이 장관의 전화를 받고서 부랴부랴 상경했다.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도 이 장관의 요청으로 참여했다.

하지만 합의문 발표는 제때 이뤄지지 않았다. 일단 KTX여승무원을 자회사인 코레일 투어서비스 정규직으로 전환한뒤 승무업무의 외주화 타당성 여부를 2달안에 추가 논의하자는게 당초 준비된 합의안이었지만 노조에서 틀면서 협상은 지연됐다.

결국 9시30분께서야 '제3의 기구'에 결론을 맡긴다는 '미완'의 합의문 발표가 이뤄졌다.

이철 사장은 협상 중도에 "사인만 하면 되는 줄 알고 올라 왔는데 그게 아니었다"고 당황해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중도에 협상이 결렬되는 것 아니냐는 기류가 팽배했지만 이 장관이 험한 말까지 써가며 회의를 주도했다는 전언이다. 노동부 주변에선 대선 전에 문제를 해결해보고자 하는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소리도 들린다.


이상수 극본, 이상수 연출에 의한 '고공플레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거물 정치인 출신인 이 장관 특유의 '포퓰리즘' 기질이 발휘됐다는 지적도 빠지지 않았다.

◇노조와 이 장관이 승자(?)

제3의 기구에서 1년7개월째 꼬여 있는 실타래를 풀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노동부 안팎에서는 기대섞인 전망이 주류다. 노동부 관계자는 "다수결의 원칙에 따르기로 한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향후 구성될 협의체 협상위원 6명 중 4명이 뜻을 함께 하면 문제가 쉽게 해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노조는 당연히 "코레일에 직접 고용"을 주장할 것이고, 사측은 "자회사 정규직 채용"이라는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을 것임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공익위원 2명의 의견이 중요한데, 공익위원들은 이 장관이 직접 지명토록 돼 있다. 사실상 이 장관의 의지가 그대로 반영될 수 있는 구조다.

이 장관은 올해 1월 공개적으로 "대승적 관점에서 KTX여승무원들의 본사 직접고용이 타당하다"고 주장하기도 하는 등 줄곧 '직접고용'을 주장해 왔다.

여기에 "떼 쓴다고 받아 줄 수 없다"고 본사 고용에 손사래를 쳐왔던 코레일도 협의체 논의틀 안에서 발을 뺄 수 있는 명분을 만들기 용이하다는 진단도 나온다.

KTX 승무업무 외주화가 적법하다는 행정해석을 내렸던 노동부도 명목상으로는 직접 협상 당사자가 아니어서 모양새를 구기지 않을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 놨다.

반대로 외주용역화가 타당하다고 다수결 의견이 나오면 협의체 자체가 깨지면서 사태해결은 기대하기 어렵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당사자인 KTX여승무원들이 반대하면서 노조측이 판 자체를 뒤엎을 개연성이 높다.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도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따르겠느냐'는 질문에 명쾌한 답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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