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은 자본주의 전문가?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 2007.10.01 10:18

[2007 남북정상회담] '선군경제' 신념은 불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골수' 사회주의자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김 위원장은 사회주의적 집단경제 체제의 한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체제안정 등 현실적 여건상 지금의 집단경제 체제를 당장 버릴 수는 없지만, 몰락을 피하고 더 나아가 ‘강성대국'을 실현하려면 자본주의의 이점을 빌려 올 필요가 있다는 게 김 위원장의 생각이다. 적어도 무역에 대해서 만큼은 김 위원장도 자본주의 방식을 선호한다.

권력승계 직후부터 ‘고난의 행군'(1995~97년)이라 불리는 경제위기를 겪은 것도 이 같은 생각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 지난 2005년7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왼쪽)과 함께 한 김정일 위원장.
널리 알려진 것처럼 김 위원장이 중국 상하이를 둘러보고 "천지개벽'(天地開闢)"이라고 한 뒤 생각이 달라진 것은 아니다. 김 위원장은 그 이전부터 자본주의적 방식의 무역을 강조해 왔다.

이는 김 위원장이 1999년 10월 자강도 ‘압록강타이어공장’ 현지지도 때 한 말에서 잘 나타난다. 그는 당시 "사회주의 시장이 없어지고 주변의 모든 나라들이 자본주의 무역을 하고 있다"며 "기업도 경영관리는 사회주의 원칙에 기초하고, 무역은 자본주의 나라들과 상대해야 한다”고 했다.

최근 북한 경제부처의 ‘경제일꾼’(경제관료)들 사이에서 해외경험이 풍부하고 국제적 감각이 뛰어난 인사들이 중용되고 있다는 점도 김 위원장이 대외무역을 중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북한의 공무원 교육 과정에서도 최근 대외경제협력과 관련된 내용의 비중이 크게 늘어났다.

김 위원장은 교역 대상국으로 한국,중국,일본 등을 가장 중시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유럽연합(EU)과의 교역 확대에도 큰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일성종합대학 '정치경제학' 출신답게 김 위원장은 자본주의 체제의 핵심인 '물질적 동기'의 효과도 인식하고 있다.

1997년 9월 발표한 ‘당면한 경제사업의 몇 가지 문제’라는 담화에서 김 위원장은 “정치 도덕적 자극을 앞세우라고 하여 물질적 자극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며 북한 주민들의 집에 딸린 텃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직접 처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들어 김 위원장은 과학기술 발전에도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는 2003년 11월10일자 로동신문에서 "현 시기 과학기술을 빨리 발전시키는 것은 우리 혁명과 건설에서 가장 절박하고 필수적인 요구"라고 밝힌 적도 있다.

그러나 군이 중심이 되는 '선군(先軍) 경제'에 대한 김 위원장의 신념에는 변함이 없다. 김 위원장의 경제정책은 어디까지나 ‘선군시대 경제건설노선’의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

"사탕 없이는 살 수 있어도, 총알 없이는 살 수 없다"는 김 위원장의 평소 발언이 이를 말해준다. 다양한 방식의 경제발전보다는 체제안정이 우선이라는 인식을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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