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병칼럼]달리기형 vs 골프형 투자

머니투데이 강호병 증권부장 | 2007.09.28 11:03
 추석 연휴 마지막날 아침 운동화, 물 등을 챙겨들고 서울 상암동 월드컵공원으로 갔다. 추석 연휴 때 먹은 음식이 분출하는 에너지를 소비할 목적도 있었지만 그보다 자연의 품이 그리웠던 탓이다. 하늘공원과 난지천공원으로 이어진 조깅트랙 5.8㎞를 달리는 기분은 야릇한 쾌감 그 자체였다.

처음 1㎞는 보라색 꽃이 달린 키큰 싸리나무 수풀이 양 옆으로 늘어서 나를 반겼고, 그다음은 또다른 나무 울타리가 향수를 뿌리며 박수를 쳐줬다. 길 옆 난지천공원 언덕에선 귀뚜라미를 비롯, 온갖 벌레가 모여 웅장한 가을 오케스트라 화음을 만들어내며 달리기의 희열을 돋웠다. 절반가량 돌아 한강변 트랙으로 왔을 때 2.5㎞가량 코스모스와 메밀꽃이 만개한 채 늘어서 바람의 힘으로 애무를 해줄 때는 달리기의 절정을 느꼈다.

마지막 1㎞ 구간은 웬만큼 자란 시쿼이아와 버드나무들이 피톤치드를 뿜어내며 달리기의 고통을 날려줬다. 정말 자연과 성행위라도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쾌감은 절정이었다. 매일 듣는 광화문 기계음이 심신을 지치게 해 그렇게 자연에 허기가 지게 만들었나 보다. 너무 흥분된 나머지 5.8㎞를 돈 다음에도 전력질주하다시피해서 절반쯤 더 돌았다.(달리기의 애프터도 있다. 행주산성 밑 능곡나들목의 '원조국수'집에서 잔치국수 한그릇으로 허기진 배를 달래는 일이다. 바이크족 등 소문을 듣고 몰려드는 사람때문에 줄서서 먹는 곳이다. 잔치, 비빔국수 막론하고 푸짐한 양푼 한 그릇에 3000원이다)

 그런 달리기가 갑자기 골프와 비교됐다. 달리기보다 더 자연 속으로 들어간 운동이고 기회가 있으면 먼거리 마다 않고 찾아가는 골프지만 늘 달리기와 같은 편안한 쾌감을 맛보지 못했다. 도리어 이상한 스트레스만 잔뜩 쌓인다. 달리기와 달리 스윙이라는 특별한 기술동작을 해야 하고 또 스코어를 최대한 낮게 가져가야 한다는 인위적 목표부담이 있어 그런 모양이다. 그래서 늘 골프장과 그 주변의 나무, 풀, 물, 바람과 교감하기보다 스윙에만 신경쓰다가 언제나 그렇듯 `기대보다 낮게 나온 실적'에 씁쓰레하며 라운딩을 마치기 일쑤다.

물은 공마저 잃게 만드는 `워터해저드'며, 나무는 공의 진로를 방해하는 거추장스런 장애물이고, 새 울음은 좋은 스윙을 방해하는 소음으로 들린다. 그린에 올린 공에 어쩌다 앉은 벌도 퍼팅 실수에 대한 희생양이 되기 일쑤다. 휴식도 자연보다 그늘집이라는 인공물로 향한다.


 골프와 달리기는 각각 주식 직접투자와 간접투자에 비유될 수 있지 않나 한다. 현물이든 선물이든 직접투자는 골프처럼 도달해야 한다는 목표수익률을 높이 잡고 돈되는 정보를 수집하고 욕심,유혹,공포 등 스스로의 감정과 싸우는 강도 높은 투자스윙 스트레스를 감내해야 한다. 투자스윙이 방향성 좋은 장타일 경우에는 높은 수익을 향유할 수 있겠지만 대신 투자목표라는 스코어에 전신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만큼 다른 일, 관계와 교류를 즐기는 여유는 누리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비해 펀드투자는 상대적으로 편하다. 달리기 장소, 그러니까 괜찮은 펀드매니저와 운용사를 고르는 눈만 있으면 된다. 돈만 꼬박꼬박 가져다 맡기는 달리기만 착실히 하면 펀드매니저가 정해진 트랙을 따라서 알아서 불려준다. 수익률은 올인형 직접투자보다 낮게 나올 수 있지만 그런 욕심을 좀 놓은 대가로 편안한 재산증식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는 생각이다.

 주식판이 벌어졌습니다. 여러분은 골프형 투자를 즐기겠습니까. 달리기형 투자를 즐기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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