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얄미운 미래에셋"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 2007.09.28 08:24

하이닉스 현물 D램 중단 소식前 삼성電 매수 '오비이락'?

27일 장 마감후 하이닉스가 현물시장에 D램 공급을 중단한다는 뉴스가 나오자 한 증권업계 사람이 전화를 해왔습니다.

"걔들은 어떻게 알았을까요? 저가매수했다고 핑계를 대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얄밉습니다."

미래에셋에 대한 얘기입니다. 전날 미래에셋증권을 통한 삼성전자 매수수량은 8만5780주에 달합니다. 순매수는 6만1900주에 달하고요. 각각 지난달 16일 급락이후 최대치입니다. 평소에 '팔자' 창구로 통한 미래에셋증권이 '사자' 창구로 변하자 삼성전자는 4.49% 급등했습니다.

하이닉스가 현물시장에 D램 공급을 중단한 것은 가격안정을 위해서입니다. 전문가들도 반도체 가격이 안정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임승범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는 "하이닉스의 이번 결정은 현물가격 하락 저지를 통한 고정거래가격 안정을 유도하는 전략"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하이닉스의 조치가 다른 반도체 업체의 공급 조절을 이끌 가능성이 높아 반도체 가격은 단기적으로 안정된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이민희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장기적으로 볼 때, 현재 현물가격 수준에서는 1차 D램 생산업체조차 4/4분기 혹은 내년 1/4분기 적자전환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연말부터 추가적인 공급축소 노력이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반도체업체의 주가에는 긍정적인 뉴스입니다. 기자에게 전화를 건 사람은 이런 뉴스를 미래에셋이 미리 알았을 것이란 추측에서입니다(미래에셋증권 창구를 통한 하이닉스 매수수량의 큰 변화가 없는 것은 삼성전자의 저가매력때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래에셋이 운용하는 주식형 자금은 이미 국민연금을 넘어섰습니다. 이미 많은 상장사의 주요주주로 미래에셋은 이름을 올려놓고 있습니다. 주가에 일희일비할 수 밖에 없는 상장사 임원은 미래에셋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일부 상장사의 경우 정기적으로 미래에셋을 방문, 현재 경영상황에 대한 브리핑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전날 현대중공업이 소수지점 거래집중으로 투자주의종목으로 지정됐습니다. 시가총액 3위 종목이 이 같은 이유로 투자주의종목으로 지정되는 것은 이례적인 일입니다. 지정 요건에 해당하는 매수가 이뤄진 창구는 미래에셋뿐입니다. 소수지점 거래집중이나 소수계좌 거래집중을 이유로 투자주의종목으로 지정하는 것은 작전이 의심되는 종목에 대해 투자자에게 주의를 주기 위해서입니다. 현대중공업이 작전이 의심되는 종목이라는 말도 안되는(?) 경고인 셈입니다.

미래에셋이 삼성전자를 사고, 현대중공업을 사고, 포스코를 사는 것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는 없습니다. 미래에셋이 삼성전자를 살 때 하이닉스가 공교롭게 현물시장에 D램을 공급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것과 미래에셋이 현대중공업을 살 때 주가가 많이 오른 것은 '오비이락'일 수 있습니다.

그래도 증권업계는 미래에셋에 '오비이락'도 허락하지 않습니다.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뜻하는 말로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있습니다. 미래에셋에 바라는 모습은 이런 모습이 아닐까 합니다.

어쩌면 기자에게 전화를 건 사람의 마지막 말이 솔직한 투자자들의 마음일 수도 있습니다. "왠지 얄밉지만 잘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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