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프리미엄의 비결, '루오테타부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 | 2007.09.27 15:15

[류영재의 좋은 투자]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법

국가투명성 세계1위, 국가경쟁력 세계1위. 이것은 세계적 권위의 국제기구들(국제투명성기구, 세계경제포럼)로부터 받은 핀란드의 성적표다. 무엇이 이 작은 나라를 깨끗하면서도 강한 나라로 만들었는지 궁금해진다. 그 나라를 한번 들여다 보자.

인구 525만 명의 작은 나라. 스웨덴 지배 700여 년, 러시아 지배 120년을 거치면서 자칫 세계 지도상에서 종적을 감출 뻔했던 나라. 30~40년대 소련과 두차례 전쟁을 겪으면서 국토의 12%를 빼앗긴 나라. 40~50년대에는 국민의 상당수가 배고픔을 참지 못하고 '탈 핀란드'를 결행할 수 밖에 없었던 나라.

그러나 오늘의 모습은 분명 상전벽해(桑田碧海)의 일대 반전을 이룩했음을 알 수 있다. 국민소득 3만5000 불(2005년 기준), 범죄율 세계 최저국가(핀란드 10만 명당 62명, 미국 554명, 싱가포르 255명), 사회적 불평등지수 세계 최저국가(핀란드 3.6, 미국 9.0, 싱가포르 9.6, 선진국 평균 5.8), 따라서 국민 스스로가 그 나라 국민으로 태어난 것은 곧 로또복권에 당첨된 것이라고 자부하는 나라. (이병문 지음, '핀란드 들여다보기' 참조)

무엇이 핀란드를 약소국에서 강소국으로 변화시켰을까? 나는 연휴 내내 이 질문을 붙들고 생각해 봤다. 그러나 내가 얻은 결론은 의외로 간명했다. 그것은 핀란드의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 수준이 바로 그 나라의 경제 발전을 이끌었다는 점이었다.

사회적 자본이란 오래된 개념이다. 그러나 지난 2001년 지식경영의 대가인 돈 코헨(Don Cohen)과 로렌스 푸루삭(Laurence Prusak)이 '좋은 기업 안에서(In Good Company)'라는 책을 출판하면서 새로이 조명 받고 있는 개념이다.

사회적 자본이란 인간관계의 신뢰 수준을 말하는데, 사회적 자본이 발달한 나라나 조직 내에서는 공동이익을 창출하려는 의지가 강하고 사회적 거래비용도 매우 낮다는 점이다.

따라서 사회적 자본은 경제적 자본이나 인적 자본과 결합하여 경제발전의 강력한 추동력으로 작용한다. 사회의 신뢰 수준이 올라가면 지식경제사회에 있어서 정보의 유통도 촉진될 뿐더러 불요불급한 확인절차나 위험회피수단들도 생략되기 때문이다. 학연, 지연의 연줄을 대기 위해 지불해야 할 각종 비용도 절감된다. 시간이라는 자원도 아낄 수 있다.

핀란드의 대학생들은 100불 정도의 아르바이트 수입을 거둬도 자진해서 세금 신고를 한다. 대부분의 유럽 사람들은 핀란드 국민들이 한 말은 문서가 필요 없다고 말한다.


믿음은 핀란드말로 '루오테타부스(Luotettavuus)'라고 하며 비즈니스를 할 때도 생명처럼 소중히 여긴다. 이러한 신뢰와 명성이 축적되어 오늘날 '핀란드 프리미엄'이란 신조어가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이렇듯 사회적 자본이 발달한 이 나라에서는 정치인들도 언행일치를 해야 한다. 자칫 거짓말한 사실이 밝혀지면 옷을 벗고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핀란드 사상 첫 여성총리에 올랐던 '아넬리 야텐마키(Anneli Jaatteenmaki)'이다. 야텐마키 총리는 총선과정에서 거짓말을 했던 사실이 밝혀지면서 총리 취임 58일만에 실각하고 말았다. (앞의 책 참조)

어제는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ㆍTI)에서 세계 각국의 '부패인식지수(CPI)'를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10.0 만점에 5.1점을 얻어 조사대상 180개국 중 43위를 기록했다. 세계 경제규모 12위라는 말이 무색해진 순간이자,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현장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여기서 투명성이 높은 상위 10여 개 나라와 경쟁력이 높은 상위 10여 개 나라를 비교해 보면 거의 일치한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핀란드, 스위스, 스웨덴, 덴마크, 싱가포르, 네덜란드 등) 바꿔 말하면 사회적 자본 축적이 잘된 나라들 거의 대부분이 선진강국을 형성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나는 그들 나라들이 잘 살게 돼서 정직해진 것인지, 아니면 그 반대인지 인과의 선후관계를 이 자리에서 논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우리가 외치는 "선진국 진입, 국민소득 3만불"이라는 구호가 공염불이 되지 않으려면 최소한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오명만은 씻어 내야 함을 알 수 있다.

이제 우리에게 요구되는 자본은 돈이 아니라 정직이라는 사회적 자본이다. 정직은 곧 '디스카운트'를 넘어 '프리미엄'으로 건너가게 하는 필수 불가결한 징검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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