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합의, 美자동차산업 회생 발판 되나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 2007.09.27 14:53

퇴직자 건강보험 부담 축소…노조는 일자리 보전 합의

제너럴모터스(GM)가 노조 파업 이틀만에 전격적인 노사 합의안 도출에 성공함에 따라 일본차의 공습 앞에서 무력하기만 했던 미국 자동차 산업에 새로운 가능성을 던져주고 있다.

GM과 전미자동차노조(UAW)가 지난 26일(현지시간) 퇴직자 의료비 펀드(VEBA) 신설 등 주요 쟁점에 합의함에 따라 GM 노동자 7만4000명이 37년만에 처음으로 벌인 전국적인 파업 사태가 마무리됐다.

지난 50년간 미국의 자동차 '빅3'와 전미자동차노조(UAW)는 자동차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을 중산층 이상의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새로운 노동 귀족 계급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퇴직자 의료비 부담 등 눈덩이처럼 불어난 비용은 회사의 경쟁력을 일본 자동차 업체에 비해 뒤처지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GM의 UAW 소속 노동자 수는 7만4000명으로 지난 1994년 24만6000명에 비해 크게 줄었다. 대신 퇴직자 건강보험을 제공해야 하는 인원은 34만명으로 늘어났다.

현재 자동차 '빅3'의 퇴직자 의료비 의무 부담액은 총 900억~950억달러에 달해 경영을 위협할 정도다.

GM은 이번 합의를 통해 전현직 근로자와 가족에 대한 의료비 지원을 직접 부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게 됐다. 회사측이 일시금(350억달러)을 지원해 펀드를 설립하고, 노조가 펀드 운용을 책임지는 방식으로 건강보험 지원이 바뀌게 된 것.

회사측은 매년 회사 운영의 짐으로 작용했던 건강보험료를 덜어낼 수 있게 돼 효과적인 경영 효율성 향상을 추구할 수 있게 됐다. 또 GM은 노조 주장을 받아들여 미국내 공장에 투자를 확대키로 합의했다.

이번 노사 합의안이 노조에 의해 비준되고, 포드 크라이슬러 등의 노사도 이러한 움직임에 동참한다면 미국 자동차 산업은 말 그대로 회생의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빅3'는 지난 한해동안 합쳐서 150억달러 이상의 손실을 기록했다. 펀드 설립은 자동차 산업이 철강과 항공 산업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만들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철강과 항공산업 주요 기업들은 건강보험 등 의료비 부담을 견디지 못해 파산하거나 법정관리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합의로 GM은 미국에 공장을 갖고 있는 유럽과 일본 자동차 업체들과의 비용 격차를 줄일 수 있게 됐다. 자동차 산업 조사업체인 CSM 월드와이드에 따르면 GM과 비용 격차는 현재 시간당 25~30달러 수준이다. 그러나 새로운 합의가 반영될 경우 이 격차는 40~50% 가량 축소될 전망이다.

노조측도 해외공장 신설 및 이전 움직임에 적극 대응해 일자리 보전이란 측면에서 성과를 거뒀다.

그리고 노조는 GM 산하 자동차 부품업체였던 델파이가 파산보호 신청을 했던 아픈 과거에 비쳐볼때 회사와의 상생이 미래를 위해 더 나은 선택임을 전략적으로 판단한 것이다. 당시 델파이는 UAW와의 협상에서 임금을 줄이고 미국내 8개 공장 문을 닫는데 합의했다.

로널드 게틀핑거 UAW 위원장은 "GM은 일자리를 안정시키겠다고 약속했다"면서 "노동자 찬반투표가 성공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릭 왜고너 GM 최고경영자(CEO)는 "GM은 이미 토요타와 맞먹을 정도의 생산 효율성을 갖춰놓았지만, 퇴직자 건강보험 비용 등으로 손실을 떠안을 수 밖에 없었다"면서 "이번 합의로 보다 나은 실적을 기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최근 약달러로 수입차들의 비용이 증가하고 있어 미국차들이 다시 한번 약진할 기회를 맞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VEBA 펀드의 부채가 급증하게될 위험도 적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캐터필러와 UAW가 만든 유사한 펀드도 급증하는 비용 부담을 이기지 못해 7년만인 지난 2005년 파산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캐터필러와 UAW는 펀드의 파산을 놓고 아직까지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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