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집마련 8년씩이나? 아니 8년밖에!

이건희 외부필자 | 2007.09.27 12:10

-이건희의 행복투자-

국토연구원이 전국 3만201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06년 주거실태조사'에서 눈여겨 볼만한 여러 가지 결과가 발표된바 있습니다. 주택구입능력을 측정하기 위한 지표인 연소득대비 주택가격비율(PIR)이 서울이 7.5배, 수도권은 5.7배로 나타났습니다.

외국의 사례에서는 영국의 런던이 6.9배. 미국의 뉴욕이 7.9배, 호주의 시드니가 8.5배로 알려져 있습니다. PIR은 대출 없이 소득을 모두 모았을 때 주택 구입에 걸리는 기간에 해당합니다. 이번 조사의 PIR 계산에 사용한 집값은 전체 조사 대상자 가운데 중간에 위치한 수치입니다.

집값에서 ‘중위수’가 아닌 ‘평균값’을 사용하면 PIR이 좀 더 올라 갈 것으로 보이는데, 평균값을 토대로 산출된 수도권의 PIR은 8.1배로 나타났습니다. 조사하기에 따라서 결과는 약간 달라질 수 있어서, 올해 초 금융감독원에서 집값의 평균값을 토대로 조사한 서울의 PIR는 10.1배, 강남권은 12.9배로 집계되었습니다.

한편 실제로 가구주가 최초로 내집을 마련하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전국적으로 평균 8.07 년, 수도권 7.9 년, 광역시는 8.6 년으로 분석되었습니다.

▶ 이런 데이터를 놓고서 집 마련하기가 이토록 힘든 것이라는 보도가 으레 등장합니다만 저는 다소 다른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발표 데이터를 보면서 집에서 제 아내와 저는 거의 동시에 다음과 같은 탄성을 질렀습니다.

"사람들은 내집 마련하는데 8년밖에 안 걸리네~ 그러면서 내집 마련하기 힘들다면서 뭐 그리 죽는 소리들을 할까" 저희가 내집을 마련한 해는 결혼한 후 13년째 되는 해였기 때문입니다.

요즘 너무들 조급한 것 같습니다. 자신보다 훨씬 나은 형편에 있는 사람만을 바라보면서 부러워하거나 질투하거나 투덜대거나 스스로를 조급하게 몰아가면서 생각하는 경향도 있습니다.

때로는 일부 매스미디어나 인터넷에 올라오는 이야기 중에서 그런 방향으로 사람들 심리를 조장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이번 같은 경우도 내 집 마련하는데 "8년씩이나 걸린다"는 식으로 이야기할 것인가, "8년 밖에 안 걸린다"는 식으로 이야기할 것인가를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열심히 절약하고,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돈 벌고, 열심히 저축하고, 열심히 투자하고, 열심히 살다보면 결국에 경제적으로도 언젠가 인생은 피어나게 되리라는 믿음이 요즘 많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평균적으로 보면, 결혼해서 10년 살다가 죽을 것도 아니고 40년, 50년을 살아갈 것인데 10년만에 집을 장만하면 어떻고 15년만에 장만하면 어떻겠습니까. 행복은 절대적으로 어떤 크기의 재산을 가지고 있거나 어떤 위치에 올라서 있다고 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낮은 데에서부터 출발하더라도 어제보다 나은 오늘, 오늘 보다 나은 내일, 내일보다 나은 모레가 이어지는 식으로 살아가면 그것이 행복한 삶의 여정이 되는 것입니다.

▶ 아주 오래전에 20대 초반 나이로 일찍 결혼한 친구의 집들이에 갔었을 때 단칸 방 바로 앞의 툇마루에 찬장 하나 놓고 밥 해먹으며 살면서 둘이서 깨소금 쏟아지게 사는 것을 보았었습니다. 봉급자 생활을 평생 해왔지만 세월이 지난 지금 부자라고 할 수는 없을지라도, 경제적으로 크게 아쉬운 것 없이 넉넉하다고 표현할 정도는 됩니다.

요즘은 결혼 직후부터 넉넉하게 살 기반을 마련해놓으려고 결혼이 늦어지는 경우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높은 데에서 출발하면 그보다 더 높은 데로 올라서야 한다는 심리적인 압박감이 오히려 더 클 수도 있습니다.

20평대 내집을 마련한 사람이 그것으로 만족합니까? 30평대로 옮기고 싶어 애쓰고, 30평대 내집을 마련한 사람이 그것으로 만족합니까? 40평대로 옮기고 싶어 애쓰는 경우가 흔합니다. 비인기 동네에서 내집을 마련한 사람이 그것으로 만족합니까? 인기 동네로 옮겨가기를 바라곤 합니다.

서울에서 인기 동네에 속하는 아파트 대단지의 40평대에 사는 어떤 사람을 며칠 전에 만났는데 표정이 별로 밝지가 않았습니다. 집을 옮기고 싶은데 돈이 모자라서 못 옮기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왜 옮기려고 하느냐고 물으니까 아파트가 오래되어서 새 아파트로 가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사람 아파트 단지 바로 옆에 번쩍거리는 신규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있는 것입니다.


세상일이란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것으로서, 제가 아는 또 다른 어떤 사람은 바로 그 신규 아파트 단지에 살고 있습니다. 그 사람은 사회생활의 문제로 인하여 스트레스성 질환이 심해져서 크게 고생하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 제가 80년대 말에 내집을 마련하기 위한 액션을 취할 기회가 있었습니다만 자기자금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에서 무리한 시도를 하기는 싫어서 지나갔었습니다. 그 뒤로 90년대 초까지 집값이 엄청나게 올라서 감히 따라잡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졌었습니다.

그러나 부부가 함께 열심히 절약하고, 일하고, 돈 벌고, 저축하고, 투자하고, 살아가다보니까 나중에 집값이 하향 조정되고 90년대 중반 이후에 안정세를 이어갈 때 내 집을 마련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어차피 아직 집을 마련할 정도의 자금여력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는 분들은 조급한 마음을 버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조급하면 판단력을 상실하게 되거나 무리수를 둘 수도 있습니다.

결혼 몇 년차 안 되는 어떤 사람이 원래 원하는 곳의 분양에는 아무리 해도 당첨되지 못하고 있다가 오르는 집값을 바라보면서 조급한 마음에 직장에서 매우 먼 곳의 아파트를 분양받았었습니다.

그 뒤로 그 아파트는 가격이 오르지도 않고 적지 않은 대출 이자만 나가면서 서서히 당황해하기 시작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게다가 집으로부터 너무 먼 직장으로 출퇴근하기에 고생이 심해서 마음이 빈곤해져 있는 상태입니다.

▶ 주택은 크게 무리하지 않으면서 마련할 수 있는 여건이 되었을 때에는 마련하는 것이 좋습니다. 주택을 사는 대신에 그 돈으로 다른 투자를 통해서 큰 수익을 얻겠다는 야망은 검증된 투자실력이 인정되지 않는 이상 삼가는 것이 좋습니다.

집을 살 때에는 주거 여건과 생활 여건이 반드시 그 가정과 어느 정도 만족스럽게 부합되는 조건을 우선시 하면서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지만 구입한 뒤 혹시라도 부동산 시장이 조정기를 이어가더라도, 주거 만족도가 충분히 얻어지니까 구입에 들어간 돈이 아깝지 않게 느껴집니다.

부동산 시장은 고금역사를 통해서 늘 커다란 사이클을 그려왔다는 점을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아직 내집이 없는 분들이 혹시 빠른 시일 내 내집 마련할 기회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마련하시길 바라지만) 5년이나 10년 뒤에 기회를 마련해도 큰 상관없다고 생각해도 됩니다.

더욱이 주택청약제도나 각종 주택관련 제도가 무주택으로 오래 된 사람일수록 더 유리하게끔 변해가는 시대이므로 세월이 흐른 뒤 집을 마련할 때에 그동안 기다린 보상을 충분히 받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자녀를 둔 가장이면서 무주택자로 오랜 세월 지나서 집을 구입할 자금력에 어느 정도 도달한 뒤에는 기존 주택의 구입이 아니라 신규 분양주택 중에서 위치 좋고 유망한 것을 청약하면 좋을 것입니다. 당첨할 확률이 크게 높아서 나이 들어서 경제적 이득까지 취할 수 있을 것입니다.

▶ 만약 빠른 시일 안에 집을 구입할 만큼의 자금력이 되지 못한다면 주식형펀드와 비과세저축 등에 분산하여 돈을 모아가면 됩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아파트 가격이 많이 올랐지만, 주식형펀드에 몇 년 열심히 돈 넣어두었던 사람들도 집 구입한 사람에 못지않은, 더러는 그 보다 훨씬 나은 수익률로 자산증식을 한 경우들도 볼 수 있습니다.

어차피 경제 시장에서는 나홀로 어떤 한 가지만 계속 오르지는 않습니다. 경제가 호황이거나 유동성이 많아지면 돌아가면서 여기저기서 두루두루 수익을 내주곤 합니다.

부동산이건 주식이건, 아주 길게보면 오르고 내리는 주기가 엇비슷하면서 짧게 볼 때에 시차가 다소 존재할 뿐입니다. 어떤 상황에서건 자신의 상황과 여건에 맞는 것을 가지고 꾸준히 저축하고 투자하다보면 오랜 세월이 흐르고 난 뒤에는 흔히 대충 비슷한 결과를 가져옵니다.

짧은 세월은 사람들을 속이기도 하지만, 긴 세월은 노력하는 사람 앞에서 정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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