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취임 후 처음 고향서 '추석 휴가'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 2007.09.22 17:23
노무현 대통령은 임기 중에 맞는 마지막 추석 연휴 기간 동안 선영이 있는 김해 인근의 휴양시설에서 휴식을 취할 계획이다. 노 대통령이 5년 임기 중 추석 연휴 때 청와대를 떠나 휴식을 취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22일 "노 대통령 내외는 추석을 맞아 오늘 오전 김해 선영을 방문해 성묘하고 성묘 후 마을회관에서 마을 주민 열 대여섯분과 함께 오찬을 같이 했다"며 "이 자리에는 형님 노건평씨가 함께 했다"고 전했다.

노 대통령 내외는 인근 휴양시설에서 몇 일간 휴식을 취하고 귀경할 예정이다. 노 대통령은 휴양시설에서 오랜만에 휴식을 취하며 다음달 2~4일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구상에 골몰할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그간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정윤재 전 의전비서관이 연루된 의혹으로 인해 심기가 불편했다. 그러나 변 전 실장의 경우 '학력위조 의혹'의 당사자인 신정아씨와의 사적 관계 및 개인 비리로 초점이 맞춰지고 있고 정 전 비서관의 경우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되는 등 아직 '측근 비리'라 할만한 구체적인 물증이 드러나지 않고 있어 다소 여유를 되찾은 모습이다.

◆北 핵실험 선언으로 고민이 깊었던 지난해 추석

노 대통령이 추석 연휴에 비교적 편안한 마음으로 지방에서 휴식을 취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노 대통령은 공교롭게도 추석 때마다 급박한 상황이 발생해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4차례의 추석 연휴 동안 고향을 찾아 휴식을 취하며 넉넉한 한가위의 정을 나눌 수가 없었다.

지난해 추석 연휴의 경우 노 대통령 내외는 10월6일부터 2박3일간 진해 군 휴양소에 머무르며 그 다음주로 예정된 한일 정상회담 및 한중 정상회담을 준비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10월4일 북한이 갑작스럽게 핵실험을 하겠다고 선언하는 바람에 휴가를 취소해야 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노 대통령은 추석 당일인 10월6일 오전에만 잠시 고향인 경남 김해에 내려가 선영에 성묘한 뒤 저녁에 급하게 돌아와 추석 연휴 기간내내 관저에 머무르며 북핵 상황 등을 보고 받아야 했다.

노 대통령은 추석 전날인 5일에도 송민순 당시 청와대 안보실장으로부터 북핵 관련 상황을 보고 받은데 이어 저녁에는 북한의 핵실험 상황, 미·중·일 등 관련국 협의 문제 등에 대해 보고를 받고 대응방안 마련에 고심했다. 이런 고심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추석 연휴가 끝난 직후인 10월9일 핵실험을 단행해 전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비록 변 전 실장과 정 전 비서관 의혹이 걸려 있다 해도 추석 연휴 내내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노심초사했던 지난해보다는 남북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이번 추석 연휴가 노 대통령으로서는 훨씬 더 마음이 편안할 것으로 보인다.

또 지난해 추석엔 북한의 핵실험을 걱정했던 반면 이번 추석엔 2번째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반도에 본격적인 평화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기대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1년 사이에 남북관계는 그야말로 '상전벽해'를 느끼게 한다.

◆연정 좌절로 심기가 불편했을 2005년 추석

노 대통령은 2005년 추석 때는 열흘 일정의 해외 순방에서 돌아온 직후 청와대에서 가족들과 함께 추석 연휴를 보냈다. 그러나 이 때도 노 대통령의 마음은 그리 편하지 않았을 것 같다.

한나라당에 대한 연정 제안으로 여야 모두로부터 비판을 심하게 받고 있었던데다 9월7일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와의 회담은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고 지지율마저 급락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와의 회담 이튿날 곧바로 해외 순방을 갔다 추석 전날인 17일에 귀국해 청와대 관저에서 국내 상황을 간단히 보고 받았다.

추석 당일인 18일에는 관저에서 부인 권양숙 여사와 아들 건호씨 내외, 손녀와 함께 보냈고 연휴 마지막날은 베이징 6자회담 타결 소식을 보고 받고 관계자들의 노고를 치하, 격려했다.

취임 2년째인 2004년 추석은 노 대통령에게 비교적 편안하고 여유로운 한가위였다. 이 때도 역시 노 대통령은 9월25일부터 닷새간의 추석 연휴기간 동안 청와대 관저에 머물렀으나 특별한 걱정거리 없이 그 다음주로 예정된 인도·베트남 국빈방문과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 준비에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노 대통령은 당시 특별한 외부 일정 없이 아들 건호씨, 딸 정연씨 내외 등 가족들과 추석 연휴를 보냈으며 이 때는 친형 건평씨 내외는 청와대를 찾지 않았다.

◆농민 자살에 태풍 '매미'까지..분주하고 편치 못한 취임 첫해 추석

취임 첫 해인 2003년 추석은 북핵 문제로 고민이 깊었던 2005년과 비슷한 정도로 노 대통령에게 힘겨운 기간이었을 것 같다. 미국의 이라크 추가 파병 요청, 세계무역기구(WTO) 협상에 반대한 농민 이경해씨 자살, 태풍 '매미' 피해 등이 꼬리를 물고 터졌기 때문이다.

당시 노 대통령은 추석 연휴 첫날인 9월10일에는 서울시 경찰청을 방문, 치안상황과 귀성길 교통관리 대책 등을 보고 받고 근무 중인 경찰관을 격려하는 등 비교적 조용하게 보냈다.

그러나 추석 당일인 11일 아침에는 청와대 국정상황실로부터 농민 이경해씨의 할복자살 소식을 접하고 추석에도 불구, 관계 직원들이 출근한 가운데 종합보고를 받았다.

12~13일에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위기관리센터, 국정상황실로부터 태풍 '매미'의 인적·물적 피해상황을 시시각각 보고받는 등 태풍 대책에 주력했다.

특히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14일 오전에는 청와대 비서동 3층 비서실장실을 예고없이 방문해 태풍 '매미'로 인한 피해와 복구 상황을 보고받고 민심안정 대책을 세우도록 지시했다.

노 대통령은 당시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 해임건의 수용 문제를 놓고서도 적지 않게 고심해야 했다. 김두관 당시 장관은 전북 부안군 위도 핵폐기물처리장 부지 선정과 관련, 과격 시위와 이를 진압한 과정에서의 문제 등으로 인해 국회에서 해임건의안이 통과된 상태였다.

노 대통령은 이래저래 분주하고 마음이 편치 않은 가운데 추석 당일에만 아들·딸 내외 및 경남 김해 진영에서 역(逆)귀성한 친형 건평씨 내외 등과 함께 청와대 관저에서 차례를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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