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최대 골프장 한국돈으로 건설

유즈노사할린스크= 진상현 기자 | 2007.09.27 10:54

'은행IB 해외로 뛴다'(3) 제2의 두바이 꿈꾸는 사할린

PF로 450억 모아 27홀 골프장 첫 건설
석유 천연가스 등 자원개발 성장 원동력
'사할린 스타일' '관료주의' 극복이 과제


"그 대목은 정확히 말씀해 주세요. 완공되면 다 압니다." "사업이 잘되는 것이 우선입니다. 계획에 있다면 순서를 바꾸는 것도 검토해야 합니다."

사할린의 짧은 여름이 한복판에 있던 지난 8월 중순, 러시아 사할린의 주도(州都) 유즈노사할린스크 시내에서 15분쯤 떨어진 외곽 골프장 건설현장. 사업 진행 상황 점검차 방문한 우리은행 투자은행(IB)본부 직원들이 질문을 쏟아냈다.

◇사할린 첫 골프장, 한국자금으로=이들은 관리사무실에서 브리핑을 받은 후 곧바로 현장으로 달려갔다. 착공한 지 4개월여밖에 안됐지만 일부 홀은 힘차게 물줄기를 뿜어내는 스프링클러 사이로 파릇파릇한 잔디가 돋아나 있었다.

이곳이 완공되면 사할린섬 최초의 골프장이 된다. 규모는 9홀과 18홀 등 모두 27홀로 러시아에선 최대다. 이 가운데 9홀은 오는 11월쯤 개장하고, 골프장 안에 짓는 고급빌라(골프빌리지)는 이에 앞서 10월쯤 분양을 시작한다.

우리은행 등이 참여한 한국계 PF자금으로 사할린에서 27홀 골프장이 건설되고 있다.
한국자금으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도 의미가 각별하다. 시행사는 한국인 사업가 신종철씨가 대표로 있는 특수목적회사(SPC) 코인베스트. 시공은 고려인이 운영하는 글로벌스트로이가 맡았다. 국내 자산운용사 칸서스자산운용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위한 투자자금을 모았고, 총 450억원의 자금 중 300억원을 우리은행이 지원한다.

우리은행의 현지 프로젝트 관리를 맡고 있는 김창수 YH애셋 대표는 "국내 금융기관들에는 사실상 불모지나 다름없는 사할린에 투자하기까지 우리은행의 결정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원개발로 뜨는 경제=우리은행 IB가 현지에 진출한 것은 사할린의 성장 잠재력 때문이다. 사할린의 성장동력은 석유 등 지하자원. 석유는 대략 225억배럴, 천연가스는 2조2020억㎥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6개 광구에 대한 탐사와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엑슨모빌, 셸 등 석유 메이저들이 잇따라 달려들면서 '제2의 두바이'가 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지난해 1~9월 극동러시아에 대한 외국인 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34% 증가한 60억5100만달러를 기록했고, 이중 사할린이 85%를 차지했다.

자원개발사업으로 해외인력들이 대거 몰려오면서 사할린내 호텔이나 오피스건물 등 비즈니스 주거시설의 수요도 크게 늘어났다.


시내 최고급 호텔인 메가팔라스호텔(4성급)의 경우 하루 숙박비가 일반실은 6500루블(260달러), 특실은 7200루블(약 290달러)가량이다. 우리 돈으로 24만~27만원에 이르는 고가지만 평균 입실률이 90%에 달한다. 엑슨모빌이 이 호텔 객실의 63%가량을 일괄계약을 해 쓰고 있고, 일부 방은 사무실로 활용할 정도로 오피스 건물 역시 부족하다.

유즈노사할린스크 시내 전경. 자원개발 열풍으로 부동산 가격도 크게 올랐지만 거리는 여전히 낙후된 모습이다.
아파트 가격도 크게 올랐다. 25평 규모의 오래된 아파트 월세가 200만~250만원에 달한다. 내부 리모델링을 한 아파트는 월세가 350만원까지 치솟는다. 시내 고급주택의 가격도 평균 6억~7억원에 이른다.

물가도 최근 수년새 크게 올라 우리나라와 비슷한 수준이고, 평균소득도 월 1000달러(연 1만2000달러) 정도로 높아졌다. 러시아 사할린항공의 박용광 이사는 "물가로는 러시아에서 모스크바의 뒤를 잇는 2~3위 수준"이라며 "사할린이 오지로 알려져 있지만 돈이 유입되면서 물가가 상당히 올랐다"고 말했다.

물론 시내의 겉모습은 아직 낙후돼 있다. 대부분 낡은 건물이고, 오래된 목조건물들도 눈에 자주 띈다. 땅값도 상대적으로 싼 편으로, 시내 택지용 부지는 평당 100만원선. 현지 시행사 관계자는 "호텔이나 오피스, 아파트 가격에 비해 땅값은 싸다"며 "그만큼 부동산 개발 전망이 밝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사할린에는 고려인들이 많아 한국에 대한 시각이 호의적인 것도 현지 진출에 도움이 된다. 사할린 인구는 60만명 정도, 이중 4만명이 고려인으로 추정된다.

◇관료주의를 넘어=외국회사들은 '사할린 스타일'로 고충을 겪는다. 우선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해 실제 매매가격보다 턱없이 낮은 가격을 계약서에 기재하는 경우가 많다. 이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면 사업할 엄두를 내기가 힘들다. 러시아 특유의 관료주의를 극복하는 것도 과제다. 사업을 원활히 진행하려면 관료들과의 인맥은 필수다.

우리은행이 이런 어려움을 극복한 데는 사할린에서 성공한 한국인 사업가들과의 네트워크가 큰 힘이 됐다. 김창수 대표는 "사할린 비즈니스는 이곳 정서를 잘 아는 이들에게는 큰 기회가 되지만 반대의 경우 정말 힘들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IB본부 관계자는 "결국 IB의 실력은 인맥이라는 사실을 이곳에서도 확인하게 된다"고 말했다.

◇사할린 경제, 변수도=우리은행은 사할린에서 골프장 외에 호텔PF 등 다른 IB사업도 검토하고 있다. 그만큼 사할린의 잠재력을 높이 보고 있다.

문제는 사할린 경제 전망이 장밋빛 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석유개발의 불활실성이 단적인 예다. 현재 사할린 제1·2광구의 석유 및 가스 생산이 본격화하면서 초기 건설공사 수주는 '피크'가 지났다.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이 주도하는 제4·5광구의 개발이 지연될 경우 사할린 경기는 단기적으로 숨고르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자원개발로 얻은 세수는 대부분 중앙정부로 들어가고 사할린 지역에 재투자되는 비율이 낮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사할린 경제가 상당히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는 예상이 아직은 우세하다.

사할린 진출 6년째인 풍림의 윤영식 과장은 "자동차 보급 등 그간의 변화를 보면 돈이 넘친다는 점을 실감한다"며 "3·4·5광구 개발도 결국 성사돼 사할린 경제는 계속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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