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상적자 축소, 미국인들에겐 오히려 짐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 2007.09.21 15:37

약달러로 인한 경상수지 적자, 미국인 소득 감소시켜

경제학자들은 최근 수년간 미국 경제가 끝없이 늘어나고 있는 구매욕구로 인한 신용카드 부채 급증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그만큼 미국인들의 구매력은 왕성했다.

그러나 그동안 미국에 크게 의존했던 전세계 경제는 최근 펀더멘털의 변화를 겪고 있다. 미국 정부가 결국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무역적자를 견디지 못해, 달러 약세를 용인하는 등 수출 진작에 나섰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현지시간) 달러 약세로 미국의 막대한 경상적자는 줄어들겠지만, 오히려 미국인들의 생활 수준을 하락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수출업체들도 이제는 내수 시장 중심에서 벗어나 해외 시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미국 소비자들도 주택 시장 거품이 붕괴되며, 수입제품에 대한 소비성향을 줄이기 시작했다.

대신 중국, 중동, 동유럽, 아프리카 등이 전세계 수입을 끌어들이며 새로운 소비 계층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미국에 의존하던 전세계 경제가 균형을 찾아가고 있는 셈이다.

최근 3년간 미국 달러화는 유로, 파운드 등 주요 통화에 대해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 달러/유로 환율은 1999년 유로화 출범 이후 처음으로 1.4달러대로 올라서면서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하면서 달러 약세 압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

달러 약세는 1991년부터 확대되기 시작한 무역적자를 해소하는데는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지난 2005년에는 국내총생산(GDP)의 6.8% 수준으로 급증했다. 그러나 최근들어 달러 약세가 지속되면서 이 비중은 올해 2분기 말에는 5.5%로 낮아졌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는 큰 폭의 무역 조정을 보고 있다"면서 "달러 약세가 큰 폭으로 경상수지 적자를 줄일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향후 12개월동안 경상수지적자가 GDP의 5%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달러 약세 가속화로 4%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급속한 무역 조정은 미국 경제에 오히려 생채기를 낼 수 있다. 미국은 그동안 막대한 무역수지 적자를 자본수지 흑자로 메워왔다. 경상수지 적자가 줄어든다는 사실은 무역수지적자와 함께 자본유입도 줄어들면서 미국인들의 삶이 덜 풍족해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해외자금유입이 줄어들고 무역적자 규모가 갑작스래 축소된다면, 미국인들은 고금리, 경기침체 등 최악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게 된다. 유럽이나 아시아 국가들이 미국 수요 감소분을 메우지 못한다면, 전세계적인 경기 침체가 발생할 우려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조정이 완만하게 진행될 수만 있다면, 미국의 번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FRB와 각국 중앙은행들이 신용경색 위기를 인플레이션 우려 없이 어떻게 막아내는가도 여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둘 중 어떠한 상황이라도 투자를 줄일 것이란 비관론도 나오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투자전략가인 조셉 퀸란은 "전세계 자산의 매도세를 확대할뿐만 아니라 미국 자산에 대해서도 벨트를 조아 멜 것"이라고 밝혔다.

아직까지 미국 무역 적자 규모가 어느 정도 감소할지 혹은 다시 늘어날지는 아직 논란의 대상이다.

브랜데이스 인터내셔널 비즈니스 스쿨의 캐서린 맨 교수는 "무역 조정이 오더라도 실질적인 변화인지 혹은 이것이 일시적인 것인지를 우선 파악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지속적인 무역수지 적자 개선 효과가 나타나더라도 인플레이션은 감내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달러약세가 수입물가를 올리고 이는 인플레이션 위협을 키우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 압력 고조는 금리를 높여 경제의 짐이 될 수 있다.

케네스 교수는 "경상수지 적자가 줄어들 경우 미국인들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소득 감소와 생활수준 하락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케네스의 분석에 따르면 달러 가치가 20% 하락할 경우 미국인들의 소득은 3% 줄어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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