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 사건' 본질 바로보기

머니투데이 김만배 기자 | 2007.09.20 18:46

[법으로본세상]

가짜학위 파문의 주인공 신정아씨를 둘러싼 의혹이 한가위 보름달처럼 커지고 있습니다.

사건의 본질은 경북 청송 태생의 35세 미혼 여성이 예일대 박사를 가장해 동국대 교수에 임용되고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으로 선정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정관계 그리고 종교계의 비호 의혹입니다.

사건은 동국대 이사회의 헤게모니 싸움에서 시작됐다는 데 이견이 없을 것입니다.

동국대 재단은 한국 불교의 한 축인 조계종이고 또 이사회 구성이 조계종 세력 분포와도 밀접한 상관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사건을 이해하려면 먼저 조계종 내부를 이해해야 합니다.

지금은 세간의 기억에서 희미하지만 과거 10여년 전만 해도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철엔 조계종 총무원이 자리하고 있는 조계사 인근의 서울 종로구 중학동과 안국동, 그리고 수송동 골목에 '무술 승려'로 보이는 스님들이 자주 눈에 띄곤 했습니다.

이러한 골목의 '무술 승려'들로 대변되던 과거의 조계종 분쟁이, '가짜박사' 신정아 교수 사건으로 동국대 이사회를 통해 분출된 것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신 교수 가짜학위 문제를 처음 제기한 장윤(강화 전등사 주지) 스님은 현 이사회의 비주류 인사로 알려졌고 신 교수를 옹호하고 장윤 스님 해임안을 이사회에 상정해 통과시키는 데 앞장선 동국대 이사장 영배 스님은 주류라고 합니다.

장윤 스님의 당초 목적이 무엇이든 간에 현실적으로 나타난 현상은 '가짜 박사 학위로 교수가 된 신정아씨를 폭로하면서 신씨를 비호한 것으로 의심되는 주류를 공격한' 모양새입니다.

현 사태를 볼 때 일견 장윤 스님의 의혹 제기는 어느 정도 성공한 듯 보입니다. 신씨의 최대 '비호 인사'로 알려진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영배 스님의 '모종의 커넥션'이 의심받고 있고 이들이 주고 받은 이권의 고리가 서서히 밝혀지는 분위기입니다.

특히 영배스님이 창건한 흥덕사에 특별교부세 10억원이 지원된 부분 등과 관련해 변 전 실장의 '입김'이 많이 작용한 흔적들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검찰도 이 부분에 대해 의혹의 시선을 두고 있습니다. 어쩌면 변 전 실장과 영배 스님의 사법처리 여부로 이어질 수 있는 민감한 사안입니다.

하지만 정작 사건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인상입니다.

신정아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이 기각하면서 검찰과 법원간 '묘한 전선'이 형성된 것이죠.


통상 영장과 관련해 법원과 검찰의 가벼운 신경전은 종종 있었습니다. 하지만 총장이 나설 정도의 '고강도 신경전'은 얼마전 대검의 론스타 수사와 관련해 표면화됐고 또 이번 신정아씨 영장 기각으로 또 한 번 수면위로 떠올랐습니다.

특히 이번 사안과 관련해 검찰총장까지 나서서 법원의 영장 기각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습니다.

정상명 총장은 20일 "이번 사건은 실체적 진실 규명이 우선이며 지금은 이를 위해 검찰과 법원이 함께 노력할 시점"이라며 "최근 법원의 영장 기각 이후 검찰의 입장 표명이 '영장 갈등'으로 비쳐지는 것은 유감이고 매우 답답하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을 향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 같지만 정작 정 총장의 속내는 국민적 의혹으로 번진 '신정아씨 사건'에 대한 본질 규명을 위해 법원과 검찰 양측의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자칫 법-검 갈등으로 오인돼 양측의 밥그릇 싸움으로 비춰질 수 있는 현상황과 이번 사건에 대한 본질을 일반론적으로 이야기한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 이 같은 총장의 한마디는 수사팀의 '전의'를 살려주고 '외풍'을 막아주는 '전가의 보도'가 되기도 합니다.

즉, 신정아씨 영장 기각과 관련해 법원과 검찰의 갈등 수위는 '인정 투쟁'의 선에서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와 함께 정 총장의 이날 발언 중 또 하나의 핵심은 '신씨와 변씨 사건은 맞물려 돌아가는 것이지 두 사람의 문제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는 점입니다.

이에 기초해 향후 변 전 실장의 신병을 확보하고, 또 사건의 본질을 규명하기 위해선 신씨를 구속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법원과 검찰의 싸움으로 보는 것은 본질을 흐리는 것'이라고 덧붙였지만 어쩌면 이 부분을 정 총장이 기자들과 법원에게 가장 얘기하고 싶었을 것이라는 게 검찰 주변의 해석입니다.

검찰이 추석 연후 후에 신씨의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이를 계기로 검찰 수사는 분수령을 맞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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