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 시장 버블 1998년과 비슷"

머니투데이 김병근 기자 | 2007.09.20 11:38

호재 없는 증시 활황 경계해야… 전문가 지적 잇따라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 인하 이후 신흥 시장 증시가 일제히 랠리를 펼치는 모습이 1998년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 사태 직후와 유사하다며 신흥 시장 이 버블을 우려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메릴린치의 마이클 하네트 신흥 시장 스트래지스트는 "현재의 신흥 시장 증시가 1998년 때와 비슷하다"며 "버블이 규모를 점차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와 LTCM 사태가 불거진 이후 급성장하기 시작한 기술주에 막대한 자본이 몰려들었다"면서 "기술주가 경기 하향에 면역력이 있다는 믿음이 닷컴 버블을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기술주가 불황에도 강세를 보이는 것이 미국 경기가 안 좋은 때 신흥 시장에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는 모습과 닮은꼴이라는 얘기다.

실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인하한 이후 세계 증시는 일제히 랠리를 펼쳤다.

뉴욕 증시의 다우지수가 2.51% 상승한 데 이어 도쿄 증시의 닛케이225평균주가는 3.57% 급등했다.

인도 뭄바이증시는 4.2% 급등, 사상 처음으로 1만6000고지를 돌파했다. 멕시코의 IPC 지수와 브라질의 보베스파 지수도 각각 2.8%, 4.3% 올랐다.

1998년을 떠올리거나 버블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은 하네트만이 아니다.


지난달 모간스탠리의 조나단 가너 신흥 시장 스트래지스트는 현재의 시장 환경이 "1998년을 거울로 비춘 듯하다"고 언급했다.

8월 초 홍콩 소재 CLSA그룹의 크리스토퍼 우드 애널리스트도 "처음에는 기술주, 그 다음은 주택 시장이 1998년 당시 금리 인하의 수혜주였다"고 말했다.

물론 신흥 시장의 펀더멘털이 강화된 점을 간과할 수는 없다. 이들 국가의 경제 및 기업 순익은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에도 아랑곳 않고 지속적으로 견조한 성장세를 보였다.

그만큼 신흥 시장 국가들의 변동성이 이전보다 줄었고 증시의 밸류에이션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별도의 호재 없이 미국의 금리 인하만으로 증시가 강세를 보이는 것은 유의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투자자문사 GMO의 아르준 디베차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연준이 공격적으로 금리를 내린 것은 미국 경제가 침체되고 있음을 감지했기 때문일 것"이라며 "신흥 시장에 좋은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흥 시장의 미국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어느 한 순간 버블이 터져버릴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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