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코리아 머니 대출격

머니투데이 유승호 온라인총괄부장 | 2007.09.20 11:11
코리아 머니가 대대적으로 출격하고 있다. 차이나펀드에 이어 베트남펀드 남미펀드 브릭스펀드 스페인펀드까지 등장했다. 불과 2년여만에 한국 가계의 투자 반경이 서울 여의도에서 중국 동남아를 거쳐 유럽까지 확대됐다.

펀드 투자만이 아니다. 부동산 투자에서도 이미 세계 곳곳의 큰손이 됐다. 러시아의 극동 산업기지이자 시베리아지역의 관문인 하바로프스크가 국내 굴지 기업들의 유망 투자지역으로 부각되자 뭉칫돈이 스며들고 있다고 한다.

아시아지역에선 중국, 베트남을 거쳐 미얀마로 간다는 얘기도 들린다. 미얀마는 지난 1988년 쿠데타후 군사정부가 집권하고 있다. 미얀마의 한 주재원은 "군사 정부와의 은밀한 관계가 성공의 관건인데 한국인들은 군사 정부와의 관계에 익숙해 돈을 벌고 있다"고 귀뜸했다.

물가가 싸고 날씨가 따뜻한 말레이지아 필리핀 태국 등은 한국의 은퇴한 베이비부머들과 영어 학교를 찾는 기러기 가족을 불러들이고 있다. 말레이지아 수도 쿠알라룸푸르 외국인학교에는 한국 아이들로 넘쳐난단다. "한국 아이들이 많아져서 한국 아이들이 적은 다른 학교로 몇번씩 옮긴다"고 한 학부모는 전했다.

'베이비부머의 남하'는 미국이 원조다. 미국 부동산 개발업자들은 베이비부머들을 겨냥, 플로리다의 해안도시, 아리조나의 피닉스, 캘리포니아 샌디에고 등에 대대적인 주택개발사업을 벌여왔다. 주택 공급이 초과되면서 주택 가격이 하락하자 한국 돈이 유입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다행히 코리아 머니의 해외 투자는 현재까지 짭짤한 수익을 거두고 있다. 유동성 바람을 타고 있다. 넘치는 돈이 주가든 부동산 가격이든 무차별적으로 밀어올리는 유동성 장세가 국제 금융시장의 대세를 이루고 있다. 서브프라임 사태로 일부 돈 줄이 끊기면서 유동성 장세에 제동이 걸리는 듯 했지만 대세가 바뀐 것 같지는 않다. 유동성 장세가 초래할 물가 상승을 우려했던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마저도 결국 돈을 풀기로 결정, 유동성 장세의 동반자가 됐다.


얼마나 미국 경제가 어려운 지경에 처해 있으면 돈 풀기로 입장을 바꾼 것일까. "미국 경제는 견조하다. 물가가 더 걱정이다"며 13차례 연속 금리를 올렸던 버냉키 의장의 정책 선회는 불길한 느낌마저 준다. 미국 경제에 이상이 생기면 중국 시장에 비상이 걸리고 한국 경제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위험이 있는 곳에 수익이 따른다는 것은 투자 상식이다. 그러나 붐에 편승해 무작정 따라가다가는 낭패를 당하기 십상이다. 적어도 비상등을 켜고 항상 경계해야할 상황임에 분명하다.

코리아 머니의 10년전 출격은 대실패였다. 당시 종합금융사들의 대대적인 동남아 진출이 환란의 화근이 됐다. 태국발 바트화 폭락을 기화로 아시아 전역으로 확산된 환란이 코리아 머니의 상당액을 휴지조각으로 만들었다.

그때와 상황이 많이 다르고 실패 경험도 쌓았으니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할 수 있다. 정부는 환율 유지를 위한 '달러 퍼내기' 정책으로 코리아 머니 출격을 후원하고 있다. 세금도 깎아주고 투자 제한도 없애줬다.

그러나 최근 해외투자의 확산 속도는 너무도 급해보인다. 돈이 몰려들면 지체없이 나아가 성과를 내야 하는 펀드매니저들의 고뇌를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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