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맛이 왜 이렇게 진해졌지?

머니투데이 김지산 기자 | 2007.09.20 10:00

우유함량 ↓… '스타벅스'식 맛 유행 충족+원가절감 '일거양득'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주인공 앤드리아(앤 헤더웨이)는 매일 아침 자신의 보스인 미란다(메릴 스트립)의 책상 위에 스타벅스 커피를 갖다놓는다.

세계 패션계의 거물인 미란드가 즐겨 마시던 스타벅스. 영화 속 스타벅스는 앤드리아에게 스트레스의 한 요인이면서 커피계의 명품으로 묘사됐다.

국내 브랜드 커피업계가 스타벅스를 벤치마킹 하기 시작했다. 스타벅스 스타일의 깊고 진하면서도 달콤한 커피 맛을 연출하고 명품 커피 이미지를 주기 위해 가격도 높였다.

커피 애호가라면 요즘 커피 맛이 많이 진해졌음을 눈치 챘을 것이다. 소비자의 요구와 업체들의 이해가 맞아 떨어진 결과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한 장면. 스타벅스는 명품의 한 이름으로 묘사된다.
국내 컵커피의 원조격인 매일유업 카페라떼 클래식 마일드의 경우 지난 1997년 처음 출시될 당시 우유 함량은 60%였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경쟁사인 롯데칠성의 칸타타 모카자바의 우유함량은 40%로 크게 낮아졌다. 우유 함량은 커피 맛을 진하게 또는 순하게 만드는 결정적 요소로서 최근 10년간 우유 함량 변화는 커피 트랜드를 보여준다.

우유 함량이 40%대로 들어선 것은 1997년 매일유업 카페라떼 이후 1년만인 1998년 남양유업의 프렌차카페 카푸치노에 의해서다. 이 제품은 우유 함량을 49%로 낮췄다. 이 추세는 올해 들어 급진적 경향을 띄면서 40%까지 떨어졌다.

반면 커피 함량은 늘고 향이 짙은 고급 원두가 활용돼 커피 맛과 향은 더 깊고 풍부해졌다. 브랜드별로 차이는 있지만 고급 원두에 속하는 이디오피아산, 코스타리카산 원두를 사용하는 업체들이 늘었다.

소비자들이 진한 커피를 선호하게 된 건 기호 변화와 유행, 그리고 다이어트 열풍의 합작품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지방 성분이 함유된 우유 함량을 줄여 조금이나마 비만 걱정을 덜자는 소비자 욕구가 반영됐다는 말이다.


업체들 입장에서 비싼 원료인 우유 함량을 덜수록 더 많이 남는 장사다. 업계에 따르면 우유 함량이 60%일 당시 우유가 차지하는 원가 비중은 70%에 달했다. 이런 구조에서 원유가는 크게 올라 1ℓ에 525원 하던 것이 올 3월에는 725원으로 38%나 인상됐다.

원두가격도 2004년 이후 2년간 31%가 상승해 완제품 커피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 최근 프리미엄 커피에서 우유 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50%대로 낮아져 업체들은 되도록 프리미엄이라는 타이틀을 붙여 제조원가 절감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됐다.

그 결과 올해 들어 매일유업 카페라떼와 남양유업 프렌치카페는 1000원에서 1200원으로 20% 인상되고(편의점가 기준), 프렌치카페 골드라벨 같은 프리미엄 제품은 1200원에서 1700원으로 무려 41.6%나 올랐다.

원가 절감을 시도하면서 프리미엄이라는 구실로 소비자 부담을 가중시키는 업체들의 상술은 눈총 받을만하지만 프리미엄 요인을 소비자가 감수하고 시장 반응도 좋아 업체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음료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비자가 인상은 원가 상승분이 반영된 결과로서 폭리를 취할 수 있는 가격 구조가 못된다"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캔과 컵, 병커피 등 브랜드 커피(커피 전문점 제외) 시장은 3300억원으로, 올해는 이보다 400억원 확대된 3700억원대를 형성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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