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 예상밖 과감한 금리인하(종합)

뉴욕=김준형 특파원, 유일한 기자  | 2007.09.19 07:11

연준, 기준금리-재할인율 50bp씩 인하, 증시 폭등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18일 공개시장위원회를 열고 연방기금 기준 금리를 0.50%포인트 대폭 인하해 4.75%로 조정했다. 이는 0.25%포인트 인하할 것이라는 다수의 예상을 뒤집은 것이다. 연준은 동시에 연방은행에서 은행들이 대출할 때 적용되는 재할인율도 0.50%포인트 내린 5.25%로 조정했다.

기준금리와 재할인율을 동시에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번 금리인하는 그 강도 면에서 예측을 뛰어넘는 것이다. 무엇보다 그동안 학자풍의 신중한 이미지가 짙던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경제와 시장을 위해 공격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버냉키 의장이 이끄는 연준이 '투기꾼과 대출자들의 잘못된 판단을 보호하는 게 아니냐'는 도덕적 해이 비난에 정면으로 맞선 것이다. 버냉키 의장은 '보란듯' 재할인율까지 인하했다. 그만큼 지금 미국이 처한 상황이 심각함을 반영한다는 시각도 적지않다.

◇미국 경제가 침체로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

연준은 FOMC 성명을 통해 이처럼 공격적인 금리인하에 대해 "신용경색이 주택경기의 조정을 격화시키고 경제전반의 성장을 더욱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들었다.

무엇보다 "금융시장 불안이 경제전반에 미칠 수 있는 악영향을 사전에 차단하고 적절한 경제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택시장 침체가 신용경색을 심화시켰고 이 문제가 경기 침체로 이어지는 것을 미리 막기위해 유동성을 대폭 보강했다는 것이다.

연준은 특히 과감한 금리인하가 '사전적인 조치(forestall)'라는 점을 강조했다. 큰 폭의 금리인하가 '경기침체가 예상보다 심하다'는 불안감을 부추길 수 있음을 의식한 것이다.

대폭적인 금리인하는 인플레이션 위험이 줄었다는 공감대가 연준 이사들 사이에서 형성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날 FOMC 위원들이 만장일치로 과감한 금리인하를 결정할수 있었던 것은 인플레이션 우려가 완화됐다는 공통의 인식 없이는 불가능했다는 분석이다.

◇시장에 꼭 필요한 결단..추가인하는 논란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금리인하에 대해 주택시장의 침체를 강화시키고 경기전반의 하향을 가속화시키는 금융시장의 냉각을 막기위한 결단이라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버냉키 의장이 선보인 첫번째 공격적인 시도였다며 연준은 이를 통해 (금리인하가 없었다면 나타났을) 금융시장 붕괴를 막고 경제가 앞으로 계속 적절한 성장궤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추가적인 금리인하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연준은 성명서 말미에 "최근 금융시장 상황이 경제 전망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증가시켰다"는 점을 다시 강조함으로써 추가적인 조치를 정당화할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는 신중함을 보였다. 연준은 "이같은 상황이 경제전망에 비칠 영향을 계속 주시하고 가격안정과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will act as needed)"이라고 밝혔다.

WSJ은 연준이 다음에 어떤 조치를 취할 지 구체적인 힌트를 제시하지는 않았다며 실제 성명서에는 "일부 인플레이션 위험이 여전하다"고 명백하게 밝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추가적인 금리인하는 예단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연준의 금리인하는 2003년 6월 이후 처음이다. 연준은 2004년 6월 이후 17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상했으며 지난해 6월 이후 연방기금 금리를 5.25%로 동결해왔다.


◇미증시 폭등..연준 깜짝쇼에 매수세 폭발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가 예상을 넘는 대폭적인 금리인하를 단행, 미국 증시가 폭등했다.

18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335.89포인트(2.51%) 오른 1만3739.31로 마감했다. 나스닥지수는 70포인트(2.71)%) 오른 2651.66을 기록했다.
S&P500지수는 1519.79를 기록, 전날보다 43.14포인트(2.92%) 급등했다.

장중 금리인하 기대감으로 전날대비 70포인트 정도 소폭 상승세를 유지하던 증시는 오후 2시 15분 FOMC가 연방기금 금리와 재할인금리를 0.5%포인트씩 인상한다고 발표한 직후 다우지수가 순식간에 300포인트 이상 오르는 폭등세를 기록했다.

30종목 가운데 29개 종목이 상승하는 초강세를 보였다. 다우지수 상승폭은 2002년 10월 15일 이후 최대 기록이며 상승률로는2003년 4월 2일 이후 최대이다.

프루덴셜 인터내셔날 인베스트먼트의 수석 전략가인 존 프라빈은 "시장은 경기침체 리스크 증가에 대해 우려해 왔는데, 이번의 공격적인 조치로 이같은 우려감은 상당히 감소했다"고 평가했다.

아트 호간 제퍼리스 앤 컴퍼니 수석 시장분석가는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데도)버냉키 의장이 마치 암덩어리를 제거한 것처럼 조건반사를 나타냈다"고 말했다.
심리적 요인이 주가를 폭등시켰지만 급등세가 지속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게 우세한 분위기다.

유가 사상 최고-달러 하락

연준의 과감한 금리인하가 경제를 활성화시켜 원유 수요를 자극할 것이란 예상으로 유가는 또 다시 사상 최고치치를 경신했다.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10월 인도분 가격은 전날에 비해 배럴당 92센트(1.1%) 오른 81.49달러로 마감, 연이틀 최고가를 경신했다.

금리인하로 미국 자산에 대한 매력이 떨어짐에 따라 달러를 약세를 보였다. 이에 비해 금값은 급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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