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비 대납 포착 `변양균 게이트` 새 국면

중앙일보  | 2007.09.18 08:18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묵었던 서울 종로구 수송동의 '서머셋 팰리스 서울 레지던스 호텔'은 18층 건물에 총 432개의 객실이 있다. 장기 투숙자 위주로 방을 빌려주는 이 레지던스에는 방 청소 같은 호텔식 서비스가 제공되는 동시에 방마다 주방.인터넷.사무용 책상.세탁기 등이 갖춰져 있다. 분수가 물을 뿜는 정원과 옥상에 수영장도 있다. 출입카드가 없으면 5층 이상 접근이 불가능한 최첨단 보안시스템과 까다로운 방문 절차로 유명하다. 고급 시설인 만큼 숙박비도 비싸다. 1개월 숙박비(공시가격 기준)는 최소 566만원(42.9㎡, 13평)에서 최대 1772만원(185.1㎡, 56평)에 이른다.

변 전 실장도 기획예산처에서 청와대로 자리를 옮긴 지난해 7월부터 최근까지 서머셋 팰리스에 묵어 왔다. 가장 작은 방을 이용하고 장기 투숙을 이유로 할인을 받았지만 13개월간 2600만원을 숙박비로 지불했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변 전 실장의 연봉은 8941만원(세전) 수준이다. 한 해 숙박비가 연봉의 30%에 이르는 셈이다.

이 때문에 변 전 실장의 숙박비를 대납한 '후원자'가 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검찰은 17일 이 레지던스 재무팀을 전격 압수수색해 '대납자' 확인에 나섰다. 대납자가 있다면 이번 사건은 새로운 국면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대가성 여부를 따지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검찰은 그동안 변 전 실장의 신정아씨 비호 의혹에 수사력을 집중해 온 반면 금전 관계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소홀히 해왔다. 신씨와 변 전 실장의 관계를 알 수 있는 e-메일과 물증을 확보했고 핵심 참고인들로부터 상당한 진술을 받아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16일 검찰에 출두한 변 전 실장은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했다. 검찰은 조사 시작 11시간 만인 17일 오전 1시 변 전 실장을 돌려보냈다. 검찰 내부에서는 "처벌할 법률을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말도 흘러나왔다.


이처럼 수사가 난항에 부딪히자 검찰은 수사팀을 대폭 보강하는 한편 그동안 애써 회피해 왔던 변 전 실장 주변에 대한 압수수색을 전격 실시하게 됐다. '부적절한 돈 문제'를 추적해 수사의 돌파구를 찾겠다는 것이다. 대납자의 정체와 관련, 일각에선 변 전 실장의 영향력을 이용하려는 기업이 제공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불교계 안팎에선 청불회(청와대 불교 신자 모임) 회장이던 변 전 실장을 위해 조계종 총무원이 숙소를 제공했다는 말도 나온다.

이곳은 조계사와 100m 안팎의 거리에 있어 평소 조계사나 총무원을 찾는 귀빈과 스님의 숙소로 애용돼 왔다. 서머셋 팰리스도 조계사 측 예약을 담당하는 직원을 따로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총무원 관계자는 "4월부터 총무원 기획실장과 총무.재무부장이 서머셋 팰리스에 묵어왔다"며 "그러나 총무원 차원이 아닌 스님 개인 차원에서 빌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총무원 재정국장 덕관 스님은 "변 전 실장에게 종단에서 재정 지원을 했다면 재정국을 통해 예산이 지출돼야 하는데 그런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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