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환투자 주부들 환손실 25억달러 추산

머니투데이 김병근 기자 | 2007.09.17 14:17

일명 '와타나베 부인'들 전세계 환거래 5분의1…저금리+경제적 자립

일본 외환 시장의 큰 손 '와타나베 부인'(일본의 가정주부)들도 서브프라임발 신용 경색 쓰나미를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신용 시장이 요동치면서 전문성이 떨어지는 이들이 신용 경색의 또다른 희생자로 전락한 것.

일본 외환시장은 와나타네 부인들이 온라인 환거래를 통해 지난달에만 25억 달러 가량을 날린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이 같은 손실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이들이 환투자를 계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의 금리가 지극히 낮은 데다 주부들의 환투자가 대부분 '경제적 독립'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증명하듯 지난달 일시적으로 감소 추세를 보인 온라인 환거래가 다시 늘어나는 등 와타나베 부인들의 환시장 참여가 예전의 활기를 되찾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일본 외환시장 전문가들을 인용,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 와타나베 부인, 그들은 누구인가

별칭 '와타나베 부인'은 여성비하적이다. 가정주부들의 환시장 참여가 늘어나면서 남성 위주의 환시장 업계가 '기모노를 입은 와타나베'라고 조롱하면서 유행하기 시작한 말이 와타나베 부인이다.

그런 가정주부들이 이제는 환시장을 쥐락펴락하는 막강한 세력으로 부상했다. 업계에 따르면 신용 경색 이전 개인 투자자들의 온라인 외환 거래액은 일일 평균 91억달러에 달하며 이중 주부들의 거래액은 50%에 달한다.

세계적인 시장조사기관인 야노리서치(Yaho Research)의 시라쿠라 가즈히로 애널리스트는 "이는 전세계 외환 거래량의 5분의1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환거래의 프로추어(프로페셔널 같은 아마추어)로서 자리매김하면서 환시장의 '왕언니'로 통하고 있다. 심지어 애널리스트들이 지난달 신용 경색으로 엔화가 급등하던 때 이들의 역할을 기대했을 정도다.

◇ 가정주부에서 환투자자로, 왜?

주부들이 환시장에 뛰어든 데는 이유가 있다. 일본은행(BOJ)이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저축해 봐야 돌아오는 게 적다는 것이 첫째다. 일본 금리는 10년 넘게 제로금리였다가 올해 0.50%로 인상됐으나 다른 국가에 비하면 여전히 낮다.

먹고 사는 문제가 두번째다. 41세의 주부 토리 마유미는 일본에서 잘나가는 환투자자다. 그가 환시장에 뛰어든 계기는 철저히 경제적인 이유였다.

그는 "환거래는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있는 최선의 기회"라며 "첫번째 결혼에 실패한 후 경제적 자립이 얼마나 중요한지 뼈저리게 느낀 후 시작했다"고 술회했다. 그는 "경제적 약자라는 기분을 다시는 느끼고 싶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와타나베 중에서도 스타급이다. 그가 지난해말 환시장에 뛰어든 이후 지금까지 벌어들인 돈이 15만 달러에 이른다. 또 환투자 노하우를 책으로 엮은 것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면서 방송사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그는 현재 'FX 미인클럽'을 조직해 초보 주부 투자자들의 투자를 독려하고 있다. 블로그를 통해서도 투자 비법을 전수하며 와타나베의 제왕으로 자리매김했다.

온라인 환거래는 집안일만 하던 주부들을 일상의 무료함에서 탈피시켜주는 청정제 역할도 하고 있다.

◇ 신용 경색 여파, 실패한 와타나베 속출

모든 와타나베가 마유미 같이 성공가도를 달리는 것은 아니다. 신용 경색으로 전세계 신용 시장이 출렁이면서 전문성이 떨어지는 주부들이 큰 손실을 입은 사례가 속속 공개되고 있다.

나고야 시에 사는 이토 부인은 신용 경색이 불거진 이후 집에서 포커 페이스를 유지하느라 하루하루가 고난이다. 남편 몰래 환투자에 나섰다가 지난달 10만 달러를 날렸기 때문이다.

그는 "저축을 늘리려 했건만 오히려 손해봤다"며 "8월16일 엔화가 5% 급등하는 것을 보고 울고 싶었지만 남편 때문에 참을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 놓았다.

니코 시티그룹의 야마모토 마사푸미 이코노미스트는 "와타나베 부인들의 실패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며 "그러나 남편 몰래 투자에 나선 이들이 많아 전체 피해액 집계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전문성이 떨어지는 그들이 다시 시장에 복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애널리스트들은 와타나베의 환시장 영향력이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JP모간의 사사키 토루 최고외환전략가는 "신용 경색이 와타나베 부인들의 환투기를 멈추게 하지는 못할 것"이라며 "저금리와 더불어 경제적 이유가 투자에 나서는 이유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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