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기업들이 글로벌 신용위기로 자금난에 빠진 사이 경제호황과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등에 업은 개발도상국이 M&A 시장의 주도권을 노리고 있는 것.
시장조사기관 딜로직에 따르면 올해 들어 개도국 자본이 주도한 M&A 규모는 1280억달러. 2003년의 140억달러보다 10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선진국 자본이 개입한 M&A 규모는 1300억달러로 개도국과 큰 차이가 없다. 불과 4년만에 일어난 천지개벽이다.
17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카타르 정부는 최근 영국 식품업체 세인스버리를 인수했으며 런던증권거래소(LSE)지분 30%를 보유하고 있다. 두바이 자본은 미국 고급 백화점 바니스 뉴욕을 사들였고 카지노업체 MGM미라지 지분 9.5%를 매입했다.
대만 에이서는 미국 컴퓨터 업체 게이트웨이를, 브라질 기업은 캐나다 광산업체 잉코를 각각 인수했다.
BOA의 조셉 퀸란 수석 스트래티지스트는 "전통적인 서구 선진국 자본이 신용위기에 발목 잡힌 사이 개도국 자본이 M&A 시장의 전면에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의 중심에는 국부펀드가 자리잡고 있다.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두바이, 카타르 등 중동 산유국의 국부펀드 규모는 1조5000억달러에 달한다. 세계 헤지펀드들의 자금 규모에 육박한다.
국부펀드는 헤지펀드나 사모펀드와 달리 신용위기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다. 차입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이다. .
씨티그룹 애널리스트 프랭스 이어리는 "지난 4년간 주가 상승에 힘입어 개도국 기업들의 자금 동원력이 크게 개선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지난 12~18개월간 러시아, 인디아, 브라질 등 소위 브릭스 대기업들이 세계 M&A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사상 최고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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