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은행 수익 악화, 심상찮다

'주택 가격 하락→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신용경색 →펀드 대규모 손실 → 금융기관 수익 악화?'

비우량주택담보대출(서브 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인한 신용경색 여파가 마침내 투자은행들의 수익성 악화를 가져와 재무제표에 충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이번주 18일 리먼 브러더스를 시작으로 골드만삭스, 베어스턴스, 모간스탠리등 등 월가의 주요 투자은행들이 3분기(8월 기준) 실적을 공개하는 것과 맞춰 이같은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투자은행들의 실적 악화는 신용경색 여파로 어느 정도 예상된 것'이라는 의견이 없지 않다. 하지만 고수익을 자랑하던 금융기관들이 분기동안 사실상 한푼도 벌지 못했다는 충격적인 결과가 공개될 경우 주식시장을 중심으로 예상을 넘는 반응도 배제할 수 없다.

금융기관의 실적 우려는 메릴린치가 신용시장 경색으로 3분기중 대차대조표상의 일부 자산에 대한 밸류에이션을 하향조정할 것이라고 지난주 밝히면서 한층 고조되고 있다. '어닝 쇼크'가 예고된 셈이다.

◇전세계 은행들 신용경색으로 300억달러 손실
BBC는 전날 세계의 투자은행들이 위험 자산(bad debts)에서 입은 손실 규모가 무려 300억달러에 이른다고 한 리포트를 인용해 보도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투자은행들이 이미 동의한 3000억달러 규모의 대출중 10%를 취소해야만 한다고 내다보고 있다.

3분기중 월가의 투자은행들은 사실상 제로 수준의 영업실적을 낸 것으로 추정됐다.
JP모간의 칸 아부호세인 애널리스트는 "신용경색 여파로 투자은행들은 지난 분기중 거의 돈을 벌지 못했다"며 "순이익은 제로에 가까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투자은행들은 실적 발표를 통해 투기등급 채권에 대한 손실 뿐 아니라 기업어음(CP)과 같은 단기 채권에 대한 위험 노출 정도도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CP는 만기가 되면 연장되는 게 일반적이지만 최근 신용경색에 따라 일부 CP가 유동성 위기에 빠졌고, 투자은행들이 이를 통해 손실을 입었다는 우려가 높은 상황이다.

여기에 투자은행들이 계열사로 두고 있는 '콘듀잇'을 통한 감춰진 위험자산 규모가 공개될 경우 그 파장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관련된 자산을 제대로 대차대조표에 평가했는지도 논란이 될 전망이다.

◇월가 은행들 수익 6년만에 최저
월가 투자은행들의 3분기 실적은 2001년 이후 최악을 기록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블룸버그통신이 애널리스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베어스턴스의 주당 순익은 전년 대비 41% 급감한 것으로 추산되며 모간스탠리와 리먼브러더스도 각각 11%, 5.1%의 수입 감소가 예상된다.

다만 호라이즌윈드에너지 주식 매각을 통해 10억달러를 벌어들인 골드만삭스가 33% 이익 증가를 실현, 업계 실적 하락폭을 줄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3분기 월가 투자은행들의 최대 수입원인 고정수입 자산 거래가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리먼 브러더스에 따르면 3분기 업계의 모기지, 자산유동화증권(ABS) 거래는 전년 동기 대비 36% 감소했다.

상반기 84억달러의 수입을 업계에 안겨준 기업 바이아웃 파이낸싱도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몰려드는 자금 지원 요청에 사실상 중단 상태에 빠졌다.

뉴욕 투자은행 피터 J 솔로몬의 창업자이자 회장인 피터 솔로몬은 "2001년 금융 혼란때보다 더욱 중요한 시기"라며 "이번 시장 위기는 업계의 심장을 정조준하고 있고 이에 모두가 이를 헤쳐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애널리스트들의 예상이 맞다면 3분기 투자은행들의 실적은 지난 2005년 2분기 이후 최악으로 떨어진다. 특히 골드만삭스의 호라이즌 주식 매각 완료가 다음 분기로 미뤄질 경우, 실적은 2001년 4분기 이후 최악을 기록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