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스펀 "2030년 금리 10%대로 인상"

김경환 기자, 엄성원 기자 | 2007.09.15 13:10

(종합)그린스펀 회고록 발간 "부시, 경제 보다 정치논리 우선"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전 의장이 미국 인플레이션 압력이 심각해 것이라며 2030년까지 기준금리를 10% 수준으로 올라설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미국의 생산성 둔화, 중국을 비롯한 해외 임금 상승 등의 영향으로 향후 25년간 미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가수준을 2%대로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금리인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린스펀은 부시 행정부가 정치 논리로 경제를 재단하려 한다고 비판했으며, 정치권의 FRB 금리 정책 통제가 도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그의 이러한 언급은 큰 논란을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 금리 2030년까지 10% 대로 올려야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그린스펀 전 의장은 17일 발간될 저서 '혼란의 시대 : 신세계로의 모험'(The Age of Turbulence : Adventures in a New World)에서 "인플레이션을 2% 이하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FRB가 2030년까지 금리를 두자릿수(10%대)로 인상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10%대 이자율은 과거 폴 볼커 전 FRB 의장 시절에서만 볼 수 있었다. 볼커 전의장은 당시 모든 정책의 초점을 '인플레이션'에 맞추면서 기준금리를 19%까지 끌어올렸다. 이처럼 높은 금리는 1980년대 초반 경기침체를 야기한 요인으로 풀이된다.

WSJ은 "출간일을 앞두고 그린스펀의 회고록은 이미 뉴욕 월가 인근 서점에서 팔리고 있다"며 입수한 그의 저서를 바탕으로 이 같은 내용을 소개했다.

그린스펀은 저서에서 2030년까지 미국 경제의 연간 성장률은 2.5%로 둔화될 것이지만, 인플레이션은 그의 재임시절 연평균 3.1%에서 4.5% 이상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고조될 3가지 주요 원인으로 △생산성 둔화 △중국 임금상승 △재정적자 등을 지목했다.

◇ 버블 책임 없다

그린스펀 의장은 버블의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최근 많은 경제학자들은 그린스펀의 재임 당시인 2003년 FRB가 금리를 1%까지 내려 1년간 유지한 것이 버블을 키워 지금과 같은 서브프라임 위기와 신용경색을 야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린스펀 의장은 이러한 비판에 대해 "당시 금리 인하는 심각한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그것은 옳은 결정이었다"고 옹호했다.


그는 또 1997년 초 동료들에게 "주식 시장 버블에 대한 선제적(preemptive)인 대응을 위해 FRB가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고 회고록에서 밝혔다.

그러나 WSJ은 FRB 회의록에서 그린스펀의 이 같은 발언을 찾을 수는 없었으며, 대신 인플레이션 때문에 금리 인상을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또 그린스펀은 정치 논리로 금리 정책을 재단하는 것이 FRB의 독립성을 크게 훼손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정치권의 영향력이 FRB의 독자적인 결정을 방해하고 있고 이에 FRB의 독립성도 크게 불안한 상태에 있다는 것.

특히 그가 FRB 의장 재임 당시 정치적 영향력의 역기능이 단기 정책 결정에 대한 확신을 가로막았을 뿐 아니라 정치권에서 대중주의와 반FRB 성격의 조치들이 난무했다고 지적했다.

◇ 부시 행정부, 경제보다 정치논리 앞세워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정부에 대한 강도높은 문제 제기도 서슴지 않았다. 그는 경제 현안을 다룰때 부시 대통령이 정책적 고려보다 정치적 논리를 앞세웠다고 꼬집었다. 또 부시 행정부가 장기적인 경제 정책에 대한 논의나 대책을 세우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에 대한 증거로 부시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재무장관과 백악관의 경제 참모들이 세금 등의 현안을 결정할때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점을 들었다.

역대 대통령들에 대한 인물평을 곁들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는 리처드 닉슨과 빌 클린턴을 가장 똑똑한 대통령으로 꼽았으며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은 평범하지만 가장 호감가는 인물로 회상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경제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음에도 불구, 자유시장 논리를 가장 확신했던 사람으로 평가했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지난해 1월까지 16년간 FRB를 이끌었다. 16년 장기 집권했던 경제 대통령의 정치권 비난 발언은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올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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