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HSBC, 외환은행을 원한다면

머니투데이 정희경 금융부장 | 2007.09.13 09:49
외환은행 매각이 또다시 복잡한 국면에 들어섰다. 헐값매각 논란이 법정으로 옮겨간 와중에 세계 굴지의 은행인 HSBC가 뛰어들면서 마치 수읽기에 몰린 바둑판에 승부수가 던져진 모양새를 하고 있다.

HSBC의 '깜짝' 등장 배경을 놓고 해석이 분분했지만 그 속내는 안갯속이다. 그간 "대주주인 론스타가 투자금액 환수 시한에 몰려 앞으로 자격 시비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는 HSBC를 선택했다" "HSBC가 참여정부 임기말, 올 연말 대선정국 등을 감안해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등 '전략적'이라는 분석이 주류를 이뤘다.

HSBC는 론스타와 한 계약서에 '관계당국의 승인을 전제로 한다'는 조건을 달았고, '외환은행 명칭이나 상장을 유지한다'는 약속도 했지만 여전히 이번 선택이 의아스럽다는 반응이 적잖다.

무엇보다 금융감독 당국이 불쾌하다는 표정을 감추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HSBC가 앞서 4차례 한국 도전 당시 보여준 신중한 태도나 국제 금융가에서 쌓은 명성을 감안하면 진출 예정국 당국과 충분히 사전 조율하지 않았다는 점이 좀처럼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승인권한을 쥔 당국은 '법원 결정 전 불가'라는 원론적 입장만 보이다 최근 "금융산업 기여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겠다"고 풀어서 밝혔다. 법원의 확정 판결로 법적 다툼이 일단락되더라도 은행산업 전반을 따지는 정책적 검토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다소 늦었지만 적절한 대응으로 보인다. 어느 나라 감독당국이든 밝힐 수 있는 입장이며, 오히려 이처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더라도 웬만한 은행이라면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원칙일 것이다.


사실 은행을 인수·합병(M&A)하는 것은 일반 제조업의 경우와 다를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나라가 은행법을 별도로 두고, 인가제도를 유지하는 것은 은행업의 특수성 때문이다.

또 M&A에 일정한 제약을 두는 것은 비단 은행업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 초 두바이 국영업체(DPW)가 미국 동남부 해안의 6개 항구 운영권을 거의 인수했을 때 일이다. DPW는 당시 7조원 가까이를 들여 운영권을 가진 회사를 사들였으나 미국 정치권을 중심으로 큰 논란이 일자 막판 발을 뺐다.

논란은 국가 기간산업을 중동계에 넘기는 게 적정하냐가 핵심이었다. 만약 DPW가 소송까지 벌였더라면 미국 진출에 성공했을 가능성은 있다. DPW의 결정은 눈앞에 보이는 이익보다 장기적인 관계를 고려한 결과로 읽혔다. 국경을 넘어 이뤄지는 M&A가 논란 끝에 제동이 걸린 사례는 한두 건이 아니다.

이런 측면에서 외환은행 매각작업이 여느 'M&A 게임'처럼 진행되거나 감독당국의 정책적인 고민이 '반외자정서'의 소재로 활용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HSBC가 장기적으로 한국시장 진출을 원한다면 우리 당국과의 관계를 우선 점검해야 한다고 본다. 혹 첫 단추가 잘못 채워졌다면 이것부터 바로잡는 게 수순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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