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세 마녀 심술에 혼비백산

머니투데이 오승주 기자 | 2007.09.12 18:08
서양의 중세 초기 '마녀'는 대중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종교지도자 등에 의해 마녀로 몰린 여인은 각종 고문을 당하며 숨을 거뒀다.

'저기 마녀 있소'라고 지목되면 대중들은 이성을 잃고 광기에 휩싸였다. 영국과 100년 전쟁에서 프랑스를 구한 잔다르크도 마녀로 몰려 자신이 구해낸 사람들에 둘러싸여 화형을 당했다.

대중의 눈을 멀게한 근원은 무얼까. 아마 인간 본성의 심리에 내재된 '공포(恐怖 )'가 마녀사냥을 정당화 했을지도 모르겠다.

국내 증시는 13일 하나의 마녀도 아니고 무려 세 마녀와 맞닥뜨린다.

트리플위칭데이.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만들어진 용어다. 주가지수선물과 주가지수옵션, 개별주식옵션의 세 가지 파생금융상품의 만기가 3개월마다 한 번씩 겹치는 날이다.

이날에는 마치 세 명의 마녀(witch)에게 혼을 빼앗기듯 주가가 들락날락하는 경우가 많아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인터넷 포털의 백과사전들은 친절하게 설명한다.

국내 증시는 12일 나타나지도 않은 마녀에 혼을 내주며 코스피지수가 전날에 비해 1.83%(33.84포인트) 하락한 1813.52로 거래를 마쳤다.

미국증시도 전날 올랐고 중국증시와 홍콩증시도 이날 상승세를 탔지만 초반 소폭 오름세를 버티지 못하고 장마감까지 줄기차게 내려앉았다.

문제는 마녀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석 달만에 만나는 세 마녀에 대한 '공포'를 떨치지 못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프로그램의 영향력이 커졌다.

매물부담보다는 매물부담에 대한 공포가 투자자들의 심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날 차익프로그램은 3158억원의 순매도로 비교적 많았지만 비중 자체가 높지 않았다는 평가다.

별다른 호재는 두드러지지 않은 채 중국발 긴축우려와 미국 금리인하에 대한 불확실성,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사임의사로 인한 일본 정정 불안 등 악재만 가득한 증시 상황. 여기에 '마녀들'까지 찾아온다니 투자자들은 심리적 위축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현대증권 류용석 연구위원은 "이처럼 시장참여자들이 겁을 먹은 상태에서는 증시도 뒤숭숭할 수밖에 없다"며 "프로그램 물량이 최대 8000억원까지 뛰쳐나올 점을 감안해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고 시장에 대처하면 영락없이 '마음의 마녀'에 영혼을 빼앗길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코스피지수 1810선은 20일 이동평균선이 모아져 있고 펀드로 몰려드는 자금이 주춤거리는 등 최근 수급도 활발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낙관적이지만은 않다"고 덧붙였다.

류연구원은 "기관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는 말로 내일을 대비하는 심적 부담감을 전했다.

하지만 마녀에 지레 겁을 먹을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많다. 맞서 싸우는 것은 힘들지만 적어도 이길수 있다는 용기와 희망마저 버려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심리가 무너진다는 것보다 심리가 급변하는 측면이 크다"고 진단했다. 요즘 장세는 방향성을 잃고 하루하루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에 연속적인 추세를 가지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12일 프로그램 매매를 통해 미리 매를 맞은 점도 긍정적인 시각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연구원은 "최근 투자자들은 매일 끝난 장과 종목 주가를 보면서 마음이 흔들리고 심적 부담에 휩싸이는 경향이 크다"며 "세 마녀가 와서 장이 출렁거릴지라도 느긋하고 긴 안목으로 요즘 장세를 헤쳐나가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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