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내린 富, 노인 복지로 환원

머니투데이 김지산 기자 | 2007.09.17 10:48

[2007 당당한 부자] 손병철 금강중기 회장의 노인사랑

수년전 교직에서 은퇴하고 아내와 국내외를 여행하며 부부의 정을 새삼 확인한 이○○(67)씨. 그는 지금 실버타운에서 노년을 보내고 있다.

은근히 실버타운 입주를 기대했던 이씨는 아들 부부가 안아야 할 경제적 부담이 미안해서 차마 말을 꺼내지 못했지만 오히려 아들 부부는 부모의 실버타운 입주를 권유했다. 체육 교사이던 이씨는 실버타운에서 자기 세대 노인들에게 건강 체조를 가르치며 새로운 나날을 만들어가고 있다.

오늘은 아들 부부와 손주들이 오는 날이다. 손주들 용돈이나 두둑히 쥐어줘야겠다는 생각에 이씨는 이른 아침부터 행복하다.

손병철(46) 금강중기 회장이 꿈꾸는 노인들의 세상이다. 손 회장은 노인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게 일생의 목표다.

궁극적으로는 선진국형 실버타운을 국내에 설립하고 노인과 노인의 가족들이 모두 행복한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 한다.
↑6월28일 서울 용산 백범기념관에서 국민포장 수상식에서 가족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노인은 존경받아 마땅한 분들"
손병철 회장은 노인 복지에 관심이 많은 경남 밀양의 중견 기업인이다. 증시에 상장된 기업 하나 갖고 있지 않지만 그가 거느린 기업만 13개사에 이른다. 이들 업체들의 연간 매출은 2000억여원. 어지간한 코스닥 상장 기업은 명함조차 내밀기 힘든 규모다.

손 회장의 지극한 노인 사랑이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건 불과 3~4년 전부터. 자신의 고향인 김해시 대동면 일대에서 해오던 노인 대상 봉사 활동이 지역 신문에 소개되고 여러 단체에서 그의 선행을 높이 평가해 각종 상을 수여한 것이 발단이 됐다.

사실 손병철 회장은 15년 전부터 고향의 어른들을 보필해왔다. 재력이 뒷받침 되기 때문에 경로잔치를 열어 어른들을 모시고 유명 휴양지로 효도 관광을 보내드린 게 자랑거리라고 생각하지 않아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

오히려 외부인들이 아는 걸 꺼려해 몇몇 지역 신문들이 인터뷰를 요청해와도 한사코 거절했다.

그는 매년 봄가을이면 대동면 노인 700여명을 모시고 경로잔치를 벌인다. 잔치에 드는 비용 약 3000~4000만원은 모두 손 회장이 자비로 충당한다.

고향 어른들에 정성을 다해 모시는 이유에 대해 손 회장은 "사람은 나이를 먹어갈수록 순수해지고 마음씀이 넓어진다는 걸 알게 됐다"며 "노인들은 존경받아 마땅하기 때문에 노인들에 정성을 다할 뿐"이라고 말했다.

손 회장은 경로 봉사 외에도 중고교생 장학금 지원, 불우아동 자립지원 등 각종 사회 봉사에 연간 1억원정도를 들이고 있다.

정부는 그의 이러한 활동을 높이 평가해 올 6월 손 회장에게 국민포장을 수여했다.
↑2005년 10월 한국복지재단 주관하에 후원자들과 어린이들간의 놀이마당이 펼쳐졌다.

◇주택 200만호 건설 때 富 축적

큰 부자는 하늘이 내리고 작은 부자는 스스로 만들어간다고 했던가. 손병철 회장은 사회통념상 큰 부자에 속한다.

금강중기를 비롯해 대동기업, 산동개발, 봉림산업개발 등 건자재, 골재 도매업체와 주유소, 레미콘 등 크고 작은 회사를 13개 소유하고 있다. 회사들끼리 거미줄 출자가 아닌 손 회장과 특수관계인들이 개별 회사 지분을 보유한 형태다.


이들 회사에서 발생하는 연간 매출이 2000억원대에 이르니 지방의 그렇고 그런 부자로 봤다간 큰 코 다친다.

손병철 회장은 원래 가난한 집 자식이었다. 그가 본격적인 부를 쌓기 시작한 건 18년전인 1989년, 덤프트럭 한 대로 금강중기를 창업하면서부터다. 그의 나이 28살 때였다.

노태우 정권 시절 주택 200만호 건설 영향으로 건설 경기가 활황을 타자 그의 사업운이 트였다. 큰 부자는 하늘이 내린다는 게 전혀 틀린 말은 아닌 셈이다.

돈 씀씀이는 그 사람의 가치관과 품성을 보여준다. 손 회장은 어려서부터 가난했지만 집안 어른은 물론 마을 전체 어른들을 공경했던 부모님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 손 회장은 일가는 고향에서 효심이 가득한 집안으로 통한다.

"부모님은 부부싸움도 한 번 안하면서 사셨습니다. 어머니는 목수이던 아버지를 도와 살림을 꾸려가셨고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탓에 누나는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부모님은 마을 어르신들을 부모처럼 공경했지요."

손 회장은 이렇게 자신의 부모를 추억했다.
↑손병철 회장이 2005년말 불우이웃돕기 자선 일일호프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돈 되는 회사부터 복지법인 전환"

노인 복지 사업은 손 회장 개인의 지향점이기도 하지만 한국 사회가 요구하는 시대적 소명이기도 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50년이 되면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10명 중 4명꼴인 38.2%에 이를 전망이다.

이에 따라 노령화지수(유소년 인구 대비 고령 인구)도 현재 47에서 429도 10배 가까이 늘어난다. 2050년에는 어린이 100명당 고령자가 429명이 된다는 의미다.

손병철 회장이 아니더라도 노인 복지 문제는 정부와 기업이 나서서 해결해야 할 숙제다.

손 회장의 꿈은 노인들이 진정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제대로 된 실버타운을 건설하려 한다.

단지 돈을 들여 만드는 차원이 아니다. 자신이 젊음을 바쳐 일군 회사들을 아예 복지법인으로 전환시켜 돈을 벌어들이는 족족 실버타운 내 노인 복지에 쓰겠다는 구체적 계획까지 세워놓았다. 흑자를 많이 내는 기업부터 복지법인으로 전환시켜 나가는 순서다.

"실버타운을 건립하고 운영해 나가려면 많은 돈이 필요한 데 돈을 잘 벌어들이는 회사를 복지법인으로 전환하면 문제가 해결되기 때문에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따로 복지재단을 설립해 부의 사회환원 창구로 활용하는 게 보통 기업들의 상식이다. 또 자신의 후계자에게 경영권을 물려주는 것 역시 상식으로 통한다.

그러나 그는 상식 밖의 사람이다. 자기 소유 회사들을 통째로 사회에 환원하고 자식들에게 회사를 물려줄 생각이 없다. 자식들은 각자의 인생을 최선을 다해 살면 된다. 단지 그뿐이다.

손 회장은 "정확히 50살까지 사업을 하고 그때까지 김해에 실버타운을 건립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복지사업 전문가들과 꾸준히 교류를 갖고 조언을 구하는 것으로 이미 계획 실행에 들어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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