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가는'국내시장 '마르지 않는' 글로벌IB

머니투데이 진상현 기자 | 2007.09.13 14:38

'은행IB' 해외로 뛴다(1) 은행 해외IB진출 확대, 왜?

편집자주 |  한국의 은행산업이 변모하고 있다. 전통적인 예금·대출영업에서 벗어나 투자은행(IB)업무를 발빠르게 확대해 나가고 있다. 자금의 흐름이 저축에서 투자로 이동하면서 은행들도 체질 변화 없이는 살아남기 힘든 환경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의 IB업무 확대는 해외 진출의 중요한 축이다. 은행들은 외환위기 이후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이룬 대형화를 기반으로 해외영업에서 가시적인 성과들을 내고 있다. 아시아, 중앙아시아, 중동, 미국, 아프리카 등 수십개 국가에서 IB영업이 진행되고 있다.  홍콩을 중심으로 IB업무를 전문으로 하는 해외법인도 탄생했다. 'IB의 꽃'으로 불리는 M&A 주선, 자기자본투자(PI) 등은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IB는 가야 할 길이다. 지난 2003년부터 '금융강국코리아' 기획을 하고 있는 머니투데이는 올해 주제를 ' 은행 IB 해외로 뛴다'로 정했다. 세계 각지에서 진행되고 있는 은행들의 IB 영업 현장을 직접 찾아 그 의미와 한계를 진단해 본다.

'금융업이 내수산업이라는 고정관념은 잊어라.' 국내 은행들의 투자은행(IB) 영업이 해외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 베트남 일본 중앙아시아 중동, 심지어는 아프리카까지.

그동안 이룬 대형화를 기반으로 한 든든한 자금력과 국내 IB영업의 경험을 무기로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글로벌 IB영업을 강화하기 위한 기반 구축 작업도 속속 이뤄지고 있다. 홍콩을 중심으로 한 IB 전문 현지법인들이 세워지고 해외영업 인력도 대폭 늘리는 추세다. 이쯤되면 금융은 내수산업이라는 말이 무색할 지경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은행IB가 있다.

◇우리은행 "내년 IB 수익 50% 해외에서 번다"=국내 시중은행 가운데 IB부문에서 가장 앞서는 것으로 평가받는 곳은 우리은행. 우리은행의 IB 실적 성장세는 폭발적이다. 2004년 816억원이던 IB본부의 영업수익은 2005년 1290억원, 지난해에는 2328억원으로 성장했다. 올해는 4000억원 수준의 영업수익을 예상한다.

이같은 고속성장은 해외부문의 약진이 있어 가능했다. 우리은행 IB본부가 해외투자를 시작한 것은 2005년, 수익이 발생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지난해 해외부문 영업수익은 360억원이었지만 올해는 7월말 현재 이미 411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연말까지는 해외부문 수익이 1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체 IB 수익의 25%에 달한다. 우리은행이 IB영업을 위해 진출한 국가 만도 벌써 17개국이다. 중국 베트남 카자흐스탄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등 대부분 성장하는 신흥국가들이다. 현재 추진 중인 국가까지 포함하면 20개국을 훌쩍 넘어선다.


우리은행의 홍콩법인인 홍콩우리투자증권도 올해 250억원에 달하는 수익을 내다본다. 우리은행 IB본부의 영업수익이 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에는 해외수익 비중을 50%까지 높인다는 포부다. 대략 2500억원의 수익을 해외에서 벌어오겠다는 얘기다.

◇신한은행, 중국 부실채권시장 공략=신한은행의 해외IB 영업도 괄목할 만한 변화가 시작됐다. 지난해 신한은행의 IB부문 영업수익 4000억원 가운데 선박금융 위주로 140억원 정도에 그쳤던 해외부문의 목표는 올해 400억원 이상으로 잡혔다. 전체 IB부문 손익 목표치 5000억원의 10%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우선 카자흐스탄 등 해외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통해 200억원 정도의 영업수익을 예상하고 있고, 지난해말 개점한 홍콩IB센터에서 100억원가량의 영업수익을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국내은행 중 처음으로 진출한 중국 부실채권시장에 대한 기대도 크다. 이 부문에서만 올해 100억원가량의 수익을 기대하고 있다. 내년에는 수익규모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부실채권 외에 부실자산(NPA) 지분투자(프리IPO 및 M&A) 등도 관심의 대상이다.

국민은행과 하나은행도 IB부문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계열 증권사인 HFGIB증권을 글로벌 투자은행으로 키운다는 전략 아래 은행IB와 증권IB를 합치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국민은행은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진 증권사 인수가 IB 글로벌화의 시발점이 될 전망이다.


◇해외IB 영업의 진화, 홍콩법인=본격적인 해외영업을 위한 기반 조성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아시아 금융의 중심지 홍콩에 세운 IB전문 현지법인이 대표주자다. 지난해 12월을 전후해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이 나란히 홍콩 중심가에 IB센터를 설립했다. 현지의 전문인력과 넓은 시장, 네트워크를 활용해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가겠다는 포석이다. 기업은행도 해외IB업무를 전담할 홍콩IB센터 개설 준비작업에 착수했다.

해외를 누빌 IB인력도 확충하고 있다. 'IB직원 1명이 해외지점 1개'라는 전략에 따라 최정예 인력을 척박한 해외에 배치할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런던·싱가포르·베트남지점에 IB인력을 파견한다. 국내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3명을 각 지점에 배치할 예정이다. 이들은 해외지점 업무와 별도로 IB업무만 전담한다.

우리은행도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뉴욕 싱가포르 런던 등 해외지점에 IB전담 인력을 파견한데 이어 지점이 없는 지역에는 글로벌 기업금융전문가(RM)를 단독 파견키로 했다.

◇글로벌 영업 박차=은행들이 해외IB 영업에 나서게 된 것은 국내시장이 어느 정도 포화되면서 새로운 시장 개척에 대한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예금과 대출 등 은행의 전통적 영업이 예전만 못해지자 은행들이 앞다퉈 IB시장에 뛰어들었고, 그 결과 그리 크지 않은 국내시장의 경쟁은 치열해질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부동산 경기가 꺾이면서 부동산 관련 개발수요마저 줄었다. IB는 키워야 하고, 국내시장은 좁고, 자연스럽게 해외로 눈길을 돌리게 된 것이다.

해외시장에서의 경험들이 하나둘 쌓이면서 자신감이 붙은 것도 큰 힘이 되고 있다. 해외IB 영업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사라지고 있다는 얘기다.

IB영업이 소매영업보다 해외 진출이 손쉽다는 점도 새겨볼 대목이다. 지점을 통한 소매영업의 경우 상당기간 현지화 작업이 필요하지만 IB는 현지의 확실한 네트워크만 확보된다면 단기간에 실적을 낼 수도 있다.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IB의 해외영업은 금융도 수출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은행들의 해외 진출에 있어서도 몇몇 거점을 중심으로 해서 IB영업으로 공략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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