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의 증산은 수급이 빡빡한 원유 시장에서 유가를 낮출수 있는 긍정적인 요인이었다. 그러나 증산 분량이 문제였다. 시장은 OPEC의 증산량이 너무 적어 시장의 기대는 물론 늘어나는 수요를 충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평가했다.
◇ OPEC, 하루 50만배럴 증산…유가 사상 최고
OPEC은 11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총회를 개최하고 원유 생산 쿼터를 하루 50만배럴 늘리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OPEC의 생산쿼터는 오는 11월 1일부터 하루 2670만배럴에서 2720만배럴로 늘어나게 됐다. OPEC이 쿼터를 늘리기로 결정한 것은 2005년 7월 이후 처음이다.
OPEC의 이같은 합의는 사상 최고치 수준에 근접한 국제 유가가 미국 주택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글로벌 경제를 더욱 위축시켜 결국 원유 수요를 감소시킬 수 있다는 우려감이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시장은 OPEC의 증산분이 늘어나는 수요를 충당하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실망감을 표시했다. 이 여파로 국제 유가는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날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10월물 가격은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전날보다 1%(74센트) 오른 배럴당 78.23달러를 기록했다. WTI는 장중한대 78.39달러까지 오르기도 했다. 앞서 사상최고가는 지난 7월 31일 기록한 78.21달러였다.
북해산 브렌트유 10월물 가격도 런던 ICE 선물 유럽 거래소에서 전일대비 1.2%(90센트) 상승한 배럴당 76.38달러를 기록했다.
OPEC의 감산 결의 직후 국제 유가는 소폭 하락세로 돌아서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발표된 하루 50만배럴의 증산 규모는 공급부족을 잠재우기 힘들다는 분석이 힘을 얻으면서 곧바로 상승세로 돌아섰다.
◇ "유가 100달러 넘는다" 전망 득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것이란 우울한 전망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골드만삭스와 CIBC의 월드마켓 상품 애널리스트들은 지금과 같이 OPEC이 충분히 생산량을 늘리지 않을 경우 내년에는 유가가 1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도 유가 100달러 시대를 자신했다.
전문가들도 비관 일색이다. BNP파리바 원유 브로커인 톰 벤츠는 "시장이 급증하는 원유 수요를 맞추기 위해서는 하루 50만배럴 이상의 증산이 필요하다"면서 "미국이 기준 금리를 인하할 경우 다시 경제가 회복세로 돌아서면서 원유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이치방크 수석이코노미스트인 아담 시민스키는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 경기 침체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면서 "지금은 글로벌 경제 침체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겠지만 이제 다른 문제를 더 중요시해야 한다. 강한 원유 수요와 비 OPEC 국가들의 석유생산 부진으로 유가는 2010년을 넘어서까지 계속 상승 행진을 지속할 것이다"고 진단했다.
MF 글로벌의 부사장인 존 키덜프는 "OPEC의 증산 결정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원유가 필요하다"면서 "앞으로 원유 재고는 더욱 감소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원유 공급 수요 못맞춘다
올해 전세계 원유 수요는 지난해보다 하루 127만배럴 늘어난 하루 8570만배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하루 151만배럴 늘어난 8720만배럴이 될 전망이다.
반면 전세계 원유 공급은 올해 하루 평균 8464만배럴, 내년에는 8710만배럴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모두 예상 수요량에 비해 부족한 수준이다.
한편 이번 OPEC 회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영향력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는 계기였다. 이란과 베네수엘라, 알제리 석유장관이 증산에 동의하지 않을 방침을 분명히 했지만, 사우디아라비아의 증산 결정은 곧 OPEC의 결정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A.G. 에드워즈&손스의 선물 연구 책임자인 빌 오그레이디는 "이번 증산 결정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여전히 OPEC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확인시켜줬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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