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남북경협 말바꾸기 李후보 비판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 2007.09.11 19:48

"남북경협 폄하하고 모략하다 이제 와서 승차권 한장 들고 편승"

노무현 대통령은 11일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북핵 폐기시 '남북 경제공동체 실현을 위한 협의체'를 설치할 것이라는 내용의 '신한반도 구상'을 발표한데 대해 강력 비판했다. 그간 참여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다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 단계에 이르자 '무임승차'하려 한다는 지적이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 경제인 간담회' 마무리 발언에서 "(남북경협을) 그렇게 폄하하고 모략했다가 지금 어렵게 조성된 남북 정상회담, 남북 화해 무대에 달랑 승차권 한 장 들고 편승하려고 한다"고 이 후보측을 비판했다.

이에 앞서 노 대통령은 "그동안 참여정부가 멀리 보고 결정을 내렸던 남북경협을 놓고 일각에서 '친북좌파' '퍼주기' '2중대'라고 매도했었기 때문에 투자하는 쪽이나 여는 쪽이나 모두 쉽지 않았다"며 "기업인 여러분도 그런 상황에서 투자를 결정하거나 계속해 가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렇듯 남북경협을 비판했다 지금에 와서 남북경협을 투자의 개념으로 바꾸고 적극 활성화하자고 주장하는데 대해 "아무런 반성도 없다"며 "이제 없어져야 할 유치한 정치행태"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 후보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명하진 않았지만 발언의 내용은 명확히 이 후보를 겨냥했다.

◆"장래 예측 불안한 지도자를 어떻게 믿고 따라갈 수 있나"

노 대통령은 또 "미래에 대한 예측력은 지도자의 자질 중 첫번째"라며 "장래에 대한 예측이 불안한데 국민들이 어떻게 그 지도자를 믿고 투자하고 따라갈 수 있나"라며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아울러 "지금 당장 바람이 불고 파도가 치더라도 조류를 정확히 보고 끌고 가야 하는 것이 지도자"라며 "필요에 따라 자신의 유불리에 따라 말을 바꿔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여우와 두루미의 일화가 있는데 그동안 일각에서는 '여우가 왜 두루미를 생각하느냐'는 식으로 참여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했다"며 "하지만 분명한 것은 두루미처럼 사고해야 신뢰를 얻을 수 있고 따라서 문제가 풀린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또 "서로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며 "남북 정상회담에 동행하는 분들도 이러한 역지사지의 가치를 참고하시기 바란다. 상대의 경계심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희망과 기대감을 줄 수 있는 대화법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靑 대변인도 "한반도 구상, 우리 것을 베낀 건 아니겠지만..."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도 이날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이 후보측의 '신한반도 구상'을 비판했다. 천 대변인은 "한나라당이 '신한반도 경제구상"인가를 발표했는데 그 발표문을 보면서 깜짝 놀랐다"며 "한나라당 인터넷 뉴스팀의 기사를 보면서 이게 '청와대브리핑'이 나간 게 아닌가 했다"고 말했다.


천 대변인은 "대개 내용을 보면 '대북경협은 일방적 지원이 아닌 투자 개념으로 전환해서, 북한의 인력과 남한의 자본이 만나면 남북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윈윈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된다'는 얘기"라며 "이는 지난 8월15일 광복절에 대통령이 남북 경제공동체에 대한 구상을 밝히고 나서 제가 했던 설명"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제공동체'라는 표현을 누구만 쓴다는 법은 없겠지만, 이 내용은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전체적으로 대통령의 구상과 무엇이 다른지, 다만 그 앞에 북핵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가겠다는 얘기가 빠져있을 뿐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천 대변인은 "그때 한반도 경제공동체의 구상이 어떤 것인지 세 가지로 요약해서 설명드렸는데 하나는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남북간에 쌍방적인 것이고 두 번째는 일회적인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것이고, 세 번째는 소비적인 것이 아니라 투자적인 것으로 남북 경제협력이 바뀌어 나갈 것이고 이것은 남북간에 윈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소개했다.

또 "그래서 이걸 보면서 이게 우연의 일치인지, 베낀 건 아니겠지만, 정말 이렇게 생각한다면 남북 정상회담이나 대통령의 현재 구상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지원해 주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경제대통령' 발언으로 비판 받았던 조석래 회장도 참석"

노 대통령이 이 후보를 강력 비판한 이날 간담회에는 공교롭게도 이 후보를 지지하는 듯한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던 조석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도 경제단체장 자격으로 참석했다. 조 회장은 남북 정상회담 때 특별수행원에는 포함되지 못했지만 이날 간담회에는 참석했다.

조 회장은 지난 7월25일 제주도에서 열린 '전경련 하계포럼'에서 "차기 대통령은 경제를 제일로 삼는 지도자가 돼야 한다"며 이 후보를 지칭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또 "옛날 일을 자꾸 들춰내면 사실 답이 없다"며 "그런 식으로 다 들추면 국민 중에 제대로 된 사람은 없다"고 말해 당시 이 후보를 둘러싼 검증이 불필요하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조 회장의 이 같은 '특정 후보 편들기' 발언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조 회장은 일본으로 출국했다. '신정아씨 파문'으로 물러난 변양균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은 이와 관련, "전경련 회장께서 시대착오적인 정치적 주장을 했다"며 "전경련 같은 단체가 있는 곳이 전 세계에 어디에 있냐"고 강력 비판했었다.

조 회장은 지난 8월31일 청와대에서 열린 '저출산·고령화대책 연석회의' 제3기 협약체결 격려 오찬에 참석했을 때 기자들이 '경제대통령' 발언 파문에 대해 질문하자 "언론이 나쁘다"며 언론 탓을 했다.

조 회장은 "내가 말한 것은 차기 정부를 보고 한 것"이라며 "다른 나라에서도 마찬가지로 다음 정부에서 경제를 중요시해야 한다는 말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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