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펀드? 실은 '우리 애' 펀드

머니투데이 김동하 기자 | 2007.09.11 17:40

부모없는 아이는 해당사항 '無'...英·美와 극명 대조

#직장에 다니는 김 모씨(32)는 갓 초등학교에 입학한 조카 선물을 사기 위해 미래에셋증권을 찾았다.

고민 끝에 김 씨가 생각해낸 선물은 '어린이 펀드'. 장난감 사줄 돈으로 매달 5만원씩 펀드에 넣으면 커가면서 경제교육을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대학 입학시 등록금도 선물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씨는 "어린이 펀드는 부모님이나 할아버지,할머니만이 가입할 수 있습니다"라는 말에 그냥 발걸음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형제나 가까운 친척이 가입해도 어린이펀드에서 제공하는 경제교육 등 혜택은 전혀 받을 수 없다고 한다.

김 씨는 펀드 전문가를 찾아 방법을 물었다. 전문가는 이렇게 말했다.

"그냥 주식형펀드에 가입하세요. 말이 '어린이 펀드'지 일반 주식형 펀드와 똑같습니다. 운용사에서 제공하는 몇가지 경제교육 서비스를 빼고는 말이죠"


국내에서도 '어린이 펀드'가 서서히 주목을 받고 있다. 교육열 높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한국에서 자녀들 학자금 마련부담은 점차 커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 운용중인 '어린이 펀드'는 세제혜택도 없는 '우리 애 펀드'에 가깝다. 부모가 없는 아이들은 전혀 혜택을 받을 수 없을 뿐 아니라,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선물할 길도 막혀있다.

그나마 부모가 가입해도 세제혜택은 일반 미성년자 증여와 마찬가지로 만19세 미만까지 신고하면 1500만원을 공제해 주는 정도다. 금융당국에서 검토중이라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어린이 펀드'가 일반 주식형 펀드와 다른 점은 운용사에서 성년이 되기 전에 증여신고를 대신해주고, 몇몇 경제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게 전부다.

그러나 미국의 529플랜이나 영국의 차일드 트러스트 펀드'CTF(Child Trust Fund)등 선진국의 어린이 펀드는 각종 세제혜택으로 무장돼 있다. 펀드의 핵심도 '누가 돈을 내느냐'보다는 '아이들의 학비 마련'에 초점이 모아져 있다. 세금탈루의 우려가 있다며 세제혜택을 주저하고 있는 우리정부와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11일 굿모닝신한증권에 따르면 영국의 CTF는 정부가 직접 종자돈을 주고, 친지들도 적극 아이 학비마련에 동참하도록 하고 있다. 이 펀드의 자본소득과 이자소득은 비과세 대상이다.

영국은 출생한 아이들에게 250파운드(약 45만원) 상당을 무상으로 제공하며, 저소득층 자녀에게는 추가로 250파운드가 지급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펀드에는 부모·보호자·가족·친구가 연간 1200파운드 이상을 적립해야하며, 만 18세 이전에는 돈을 찾을 수 없다.

미국의 529플랜의 경우도 부모, 조부모, 제3자 등 누구나 가입이 가능하며, 소득세 및 증여세,재산세 혜택이 주어진다. 다만 자산을 관리·처분·운용하는 권한이 가입자에게 있으며, 아이 교육에 쓰지 않을 경우에는 소득세와 10%의 범칙금이 추가로 부과된다.

이상건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 부소장은 "빈곤층 어린이들의 신분상승 기회는 교육밖에 없지만, 학자금 마련을 위한 어린이펀드조차 혜택이 거의 없다"며 "어린이펀드가 활성화되면 장기적으로 증시에도 든든한 수급기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계웅 굿모닝신한증권 펀드분석 팀장은 "서구 금융선진국에서는 조기금융교육과 함께 어린이펀드의 대중화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며 "저출산·사교육비의 폐해를 막고 장기투자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서도 세제혜택과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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