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은 그날 70년대 김지하 시인의 5적을 패러디한 신5적으로 재벌 강남 서울대 언론 사법부를 지목하고 이들이 때로는 연대해 저항하기에 대통령하기가 참 힘들다고 했다.
만찬후 청와대에서 광화문으로 나오는 버스 안에서 대학 동기인 모일간지 부장과 "우리는 사법부 빼고 넷다 걸린다"며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 쓴 웃음을 진 적이 있다.
학생 때나, 직장생활이나 그저 열심으로 한점 부끄럼 없이 앞만 보고 달려 왔을 뿐인데 내가 도적이라니. 열성으로 잘할려는 사람들 격려는 못해줄 망정 거꾸로 기를 꺽어놓고 망신을 줄려하다니...
노대통령이 우리 사회의 도적 1호로 지목한 삼성으로 상징되는 재벌을 비롯한 기업들은 정말 이 사회에서 보호받아서는 안되는 것일까. 앉은 자리에서 졸지에 도둑으로 몰린 필자와 유사하게 스웨덴의 유명 자동차 메이커 볼보는 얼마전 우리나라에서 황당한 일을 당했다.
동탄 2신도시 택지로 수용되야 하니 공장을 딴 곳으로 옮기라는 정부의 통보를 받은 것이다. 손학규 도지사를 비롯한 경기도 간부들이 스웨덴 본사까지 방문해 제발 와달라고 간청해 왔건만 다시 나가라는 것이다. 3년에 걸쳐 수백억원을 들여 본사를 세웠는데 완공 3개월도 안돼 문닫으라는 어처구니 없는 결정을 우리 정부가 내린 것이다.
그 볼보 공장 인근에 삼성전자 반도체 라인이 곧 들어선다. 삼성은 중국 소주에도 반도체 공장을 지었는데 그곳보다 부지값만 100배 이상 더주고 그냥 기흥에 생산라인을 더 깔기로 했다.
삼성은 비싼 값이라도 기흥 동탄에 공장을 더 지으려 했지만 '수도권 과밀 억제' 등의 명분에 밀려 일부만 짓는다. 삼성은 할수없이 중국 소주로 나갔고 거기서 수만명의 고용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 조지아 주정부는 한국 기업 SKC에 단 1달러에 20만평의 공장 부지를 대주었고 알라바마는 현대자동차에 공장부지는 물론 도로 철도 제공에 세금마저 감면해주었며 이런 외국의 친기업-한국의 기업홀대 정책 사례는 너무나 흔해 이젠 뉴스도 안된다.
대통령의 반재벌 정서와 이를 거스르기 힘든 행정부. 여기에 예상 투자수익률의 하향 등 경영여건 변화가 겹치면서 기업들은 국내 투자에 적극적이지 못하고 그 결과, 우리 사회의 최대 모순이 된 성장동력 약화와 이에 따른 고용위축이 오늘도 진행되고 있다.
노무현정부는 못가진자 편임을 자임하고 나섰지만 그 결과 오히려 약자와 빈자가 더 살기 힘든 사회가 됐다. 배 고프고 삶이 고달퍼지면 사람들은 남 탓을 하고 잘난 사람, 돈 잘버는 사람들을 괜히 시기하고 질투한다. 분배강화를 더 요구하고 반기업정서는 더욱 심화되며 좌경화는 탄력을 받는다.
배 아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좌파의 지지기반은 더욱 공고히 된다. 여기에 다중의 곤궁화가 좌파의 무능력 탓이라기보다는 신5적의 저항에 기인한다는 여론조작도 가미된다.
우리나라 역대정권은 두가지 그룹으로 나눌 수 있다. 박정희에서 김영삼까지 개발시대 정부가 친기업적이었다면 김대중-노무현 정권은 반기업적이다. 이들 진보파 집권기는 기업 입장에선 잃어버린 10년이다.
일본이 버블 붕괴에 따른 물적자본 훼손의 10년을 지냈다면 한국은 기업하려는 의지, 잘살아볼려는 멘털리티의 상실을 가져온 10년이다.
이번 대선은 '상실의 10년' 최대 피해자인 20-30대 청년의 선택에 달려있다. 자유냐 빵이냐, 통일과 평등의 고상한 정신적 가치 추구냐 일자리와 쾌적한 삶의 실재냐. 미워도 다시 한번이냐 아니면 못살겠다 갈아보자냐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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