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난' 손학규와 '화 푼(?)' 정동영

머니투데이 박재범 기자 | 2007.09.10 17:35
10일 오전 10시40분. 대통합민주신당의 손학규 후보와 정동영 후보가 카메라 앞에 섰다. 장소는 달랐다. 손 후보는 캠프 사무실을, 정 후보는 당사를 택했다.

주제는 같은 듯 하면서 차이가 났다. 정 후보는 논란이 돼 온 '경선룰'에 대한 입장만 '명확히' 한 반면 손 후보는 경선 '전반'에 대한 '분노'를 '장황'하게 쏟아냈다. 자연스레 회견 시간도 정 후보(5분)에 비해 손 후보(25분)가 길었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 모두 "밤새 잠을 못 이뤘다"고 했다. 물론 "구태 정치에 대한 걱정"(손 후보)과 "당헌을 위반하는 등 당의 위기에 대한 걱정"(정 후보) 등 이유는 달랐다.

◇'화난' 손학규 = 손 후보가 예정했던 기자회견 시간은 오전 10시. 그런데 그가 캠프 기자실에 모습을 드러낸 시각은 10시40분이었다.

캠프측은 "의원 특보단과의 회의가 길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시간 남짓 회의를 했다고도 했다.

의원들과 함께 들어온 손 후보의 얼굴에서는 '비장감'이 묻어났다. 곧바로 시작된 모두 발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여론조사 반영 등 경선룰에 대한 언급보다 구태 정치에 대한 비판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조직선거와 동원선거가 판을 치고…" "청와대의 경선 개입이 노골화되고 있다" 등 강도도 셌다.

스스로를 향해 "자괴감이 든다" "분노한다" "분노를 어떻게 삭일지 잠 못 이루는 밤이다" 등 감정적 표현도 고스란히 내뱉었다. 한나라당을 탈당할 때 발언 수위와 비슷하다는 얘기도 나왔다.

실제 손 후보는 아침 회의 때 더 격앙돼 있었다고 한다. "하나의 사안 때문에 화가 난 게 아니라 경선 전반을 점검하던 중 구태 정치가 재연된 데 따른 분노"(캠프 소속 한 의원)라는 것.

2시간 동안 진행된 아침 회의에 대해서도 "사실상 손 후보를 진정시키기 위한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손 후보의 측근 인사는 "경선룰 등은 매우 부차적이고 지엽말단적인 문제이며 오늘(10일) 손 후보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손학규 화났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게 '일시적'이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손 후보의 '변화'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측근 인사는 "손 후보가 이제 당하지만은 않을 것이란 생각을 한 것 같다"면서 "근저에는 자신감이 깔려있다"고 말했다.

◇화 푼(?) 정동영 = 같은 시각. 정 후보는 캠프가 아닌 당사 기자실을 찾았다. 첫 마디도 "당사에 두 번째 왔다. 고생 많다"였다.

여론조사를 둘러싼 경선룰 관련 당의 입장을 수용하겠다는 밝히는 자리로 당사를 택한 게 눈에 띄는 대목. "당을 위한 결단"이라는 효과를 노렸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실제 그는 원고지 700자 분량의 모두 발언에서 "경선룰 수용"이란 직접적 표현 대신 당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는 방식을 취했다.

"대통합민주신당은 고난과 시련 끝에 만들어진 마지막 희망" "저는 온 몸을 던져서 대통합신당을 만들기 위해 헌신했다" "당에 대한 무한한 애정" 등.

이어 "솔로몬 법정에서 아이의 양팔을 잡아당기는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아이를 포기한 친어머니와 같은 심정"이라며 당이 없으면 개인도 없고 개인이 살수 없다"고까지 했다.

이와관련 캠프측은 "정 후보의 결단이자 정동영식 정면돌파"라고 평했다. 캠프 분위기와 정 후보의 결정이 달랐기 때문.

이날 아침 열린 정 후보 선대위 회의 분위기는 무거웠다. 회의에 참석한 20여명의 의원들도 격앙된 분위기였다. "원칙대로 가자" "지도부가 손학규 밀어주는 거냐" 등 불만이 쏟아졌다.

이때 정 후보가 "받아들이겠다"며 분위기를 정리했다고 한다. 솔로몬 법정 얘기도 그 때 나왔다는 게 참석자의 전언이다. 캠프 소속 의원은 "예비경선 이후 여론이 더욱 좋아지고 있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평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네 남편이 나 사랑한대" 친구의 말…두 달 만에 끝난 '불같은' 사랑 [이혼챗봇]
  2. 2 '6만원→1만6천원' 주가 뚝…잘나가던 이 회사에 무슨 일이
  3. 3 20대女, 하루 평균 50명 '이 병'으로 병원에…4050은 더 많다고?
  4. 4 바람만 100번 피운 남편…이혼 말고 졸혼하자더니 되레 아내 불륜녀 만든 사연
  5. 5 "바닥엔 바퀴벌레 수천마리…죽은 개들 쏟아져" 가정집서 무슨 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