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산대란 상시 경계령 '빅보스의 시대'

머니투데이 배성민 기자, 김희정 기자 | 2007.09.10 12:08

정부 회계오류…은행·증권사도 시스템 오류 빈발

이용대상에 불과한 컴퓨터가 돌발 사고나 운영자들의 조작 미숙 등으로 사용자를 구속하는 일이 빈발하고 있다. '모든 사람은 항상 감시받는다'는 빅브라더의 시대를 넘어 감시를 넘어 실시간의 통제와 구속이 이뤄지는 빅 파더나 빅 보스가 지배하는 시대는 이미 도래했다. 그리고 빅 파더가 자체적이든, 외부원인이든 혼란을 초래하는 날에는 그 피해는 오롯이 빅 파더의 원치않는 후예들에게 돌아온다.

지난주 정부는 6조원의 적자를 냈다고 밝혔던 상반기 나라살림이 실제로는 11조원의 흑자였던 것으로 뒤늦게 수정, 발표했다. 올해 첫 도입된 디지털 예산회계 시스템의 오류로 정부의 인건비가 과대 계상됐던 결과다.

'흑자'를 '적자'로 잘못 계산할 정도로 허술한 정부의 예산회계 시스템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오류를 발견하지 못 했다면 적자를 메우기 위해 추가로 세금을 추가로 납부하게 하는 등 국민의 부담이 더 늘었을 지도 모를 일이다.

10일 오전 여의도 증권가에는 오전부터 혼란이 일었다. 증권가에서 두루 이용되는 삼성증권의 메신저(fn메신저)가 개편되면서 큰 혼선이 빚어졌던 것. fn메신저는 특히 증권 금융 언론 등 업무상 빠른 의사소통이 필요한 시장 참여자 및 관계자들이 집중적으로 사용하고 있어 일대 혼란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업무 외에 메신저에 저장된 자료 및 인력 관리 데이터가 일시적이지만 사라진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해당 업체가 복구하고 있지만 이는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무형의 피해라는 지적이다. 사용자들의 불편과 새 메신저 이용과 관련한 여러 업무 내역 등을 고려해야 할 개발업체와 삼성증권의 업무 공조도 미흡했다는 평가다.

은행과 증권사 등 금융사 홈페이지나 HTS(홈트레이딩시스템)의 운영 혼란도 빈발하고 있다. 10일 오전에는 한국투자증권의 HTS가 1시간여 동안 장애를 일으켰고 지난달에는 증권선물거래소의 전산 장애로 선물옵션 시세제공이 일부 지연되기도 했다.

7월에는 HSBC의 일부 서비스(다이렉트 뱅킹 이체)가 장애를 일으켜 8시간 이상 제대로 운영되지 못 했고 기업은행도 통신장비 회선부품 접속 불량 등으로 1시간여 동안 전산마비 사태를 빚기도 했다. 6월에는 씨티카드에 문제가 발생했었고 5월에는 대구은행, 4월에는 국민은행이 일시적이지만 문제를 일으켰다. SC제일은행은 지난 2월 11시간여 동안 전산장애를 일으킨 적이 있다.


전산 장애는 국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글로벌화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대만 지진으로 해저케이블이 크게 손상되면서 통신ㆍ금융업무가 일대 혼란에 빠진 적이 있다. 당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대만 지진으로 아시아 금융시장이 거의 마비상태에 빠진 것은 글로벌 통신망의 취약성을 고스란히 드러낸 사례라고 보도했다.

전산 혼란은 컴퓨터에 기반한 현대 사회를 원시적인 모습으로 되돌리기도 한다. 지난 2005년 2월말 전산 과부하로 대구,부산,경기 일부 지역 시민들은 6∼7시간 동안 전화가 없던 '원시시대'로 돌아갔다.

은행들은 만기 수표 및 어음에 대한 입금과 교환 요청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예상밖 부도 발생에 대비해야 했고 소방관서는 당시 전화가 안되자 관내 소방서 직원들을 고층빌딩 옥상이나 산꼭대기 등에 배치해 어디서 불길이 솟지는 않는지 육안으로 감시토록 해야 했다.

2000년 2월에는 여의도 지하공동구의 화재로 증권사와 은행들이 몰려있던 여의도 금융가에 큰 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2003년 1월25일 일명 슬래머로 불린 웜이 한국의 인터넷을 몇 시간 동안 마비시킨 적이 있어 1.25대란으로 불린다. 이밖에 밀레니엄 바이러스로 상징되는 인터넷 대란이나 수시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컴퓨터 바이러스도 전산망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있다.

'모든 사람은 항상 감시받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무슨 소리를 해도 그들에게 들리며, 모든 동작이 그들에 의해 면밀한 조사를 받는다는 가정하에서 살아야 하고 또 본능처럼 버릇이 되어 그렇게 살아온 것이다' 1949년 출간된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의 시대는 수십년 전부터 씨를 뿌려왔고 그리고 수년전부터는 더 성큼 다가와 이미 현실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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