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대주건설-한투 갈등 중재 나서

머니투데이 이승호 기자 | 2007.09.10 19:21

대주건설 "14% 고금리 수용 불가" vs 한투 "시행사 채무 인수해야"

금융감독당국이 시행사 채무 인수를 거부하고 있는 대주건설과 채무인수 약정 이행을 촉구하고 있는 자산관리자 한국투자증권 사이의 분쟁을 직접 중재하고 나섰다.

금융감독당국이 부동산경기 침체에 따른 시행사와 시공사의 연쇄 부도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10일 대주건설 고위 관계자는 "최근 금감원 고위 관계자가 회사측 초고위층에 직접 전화를 걸어와 한투증권과의 원만한 합의점을 찾는데 협조해 줄 것을 당부해 왔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금감원 관계자는 한투증권측에도 비슷한 협조를 당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감독당국 관계자는 "투자자 피해가 발생하는 문제여서 채권 판매사인 한투증권과 채무를 인수해야 하는 대주건설간에 만남을 주선했다"며 "구체적인 협상내용에 대해서는 일체 관여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김용덕 금감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대주건설의 경우 개별 회사에 대해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도 "당사자간에 롤오버 문제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해 금감원측의 중재가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권오규 부총리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이날 기자들에게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관련해 유동화된 부분들이 있는데 그 규모와 영향에 대해 파악 중"이라고 말해 부동산PF에 대한 정책차원의 모니터링이 진행중임을 시사했다.

시행사 채무 인수를 거부해 신용평가사로부터 3단계 등급을 강등당한 대주건설은 금융감독당국의 중재안을 적극 수용한다는 입장이지만, 한투증권의 '14%대 고금리 수용 불가'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시행사 PF-ABS 채무 인수'라는 시장과의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지만, 한투증권의 무리한 요구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인 셈이다.

대주건설측은 울산시 무거동 아파트 신축공사의 시행사인 서륭디엔씨가 지난 4일 만기가 돌아온 350억원의 자산담보부증권(ABS)의 상환금을 갚지 못하자 한투증권측에 이를 인수할 것을 약속했다. 350억원의 PF-ABS를 인수하기 위해 한투증권측에 175억원 추가 대출도 요구했다.


문제가 된 것은 175억원 추가 대출에 따른 금리조건이다. 대주측은 회사의 기본적인 펀더멘탈이 바뀌지 않은 만큼 서륭디엔씨가 조달한 7.62%에서 소폭의 조정을 요구했다. 일정부분 금융비용을 지불하더라도 사업의 계속성에 무게를 둔 것이다. 반면 한투증권은 여러 사정상 14.2%대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수수료 2%는 별도다.

대주건설 관계자는 "시행사의 채무을 무조건 인수해야하지만, 대주건설의 입장에서 상황이 달라진 것이 없는데 당초보다 2배 가까운 고금리를 물어야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한투증권의 요구는 시장의 기본 질서를 깨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시행사의 350억원 PF-ABS 채무를 무조건적으로 인수하는 대주건설의 입장에서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서륭디엔씨의 시행권을 인수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한투증권은 이 부분에서도 전혀 협조를 하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대주건설은 금감원이 한투증권과의 갈등을 중재하고 있는 만큼 이 결과를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만약 한투증권이 당초 요구조건을 철회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한다면 서륭디엔씨의 PF-ABS 채무를 즉각 인수하겠다는 것이다.

한투증권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대주건설은 시행사의 채무를 인수해야하며, 계속해서 이 같은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가능한 대응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006년 도급순위 61위인 대주건설은 지급보증한 시행사의 대출채무 인수를 거절했다. 이로인해 대주건설의 신용을 담보로 투자적격등급인 BBB-로 발행된 서륭디엔씨의 PF-ABS는 부도처리됐다.

신용평가사들은 대주건설이 PF-ABS 채무 인수를 거부하자 이 회사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투기등급인 'BB-'로 전격 강등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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