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과 일자리에 관하여

이건희 외부필자 | 2007.09.10 12:08

이건희의 행복투자

투자 분야에서 전문가 수준의 능력을 가지지 않았다면 대부분의 사람에게 있어서는 부자가 되기 이전에 모든 재테크의 가장 기본은 생업을 통한 꾸준한 수익의 창출입니다. 비록 그 수익이 적더라도 매달 꾸준히 얻어지는 소득은 안전성 면이라는 측면에서 위험을 감수하는 투자를 통해서 큰 수익을 얻어내는 것보다 결코 그 가치가 뒤떨어지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득이 많고 적음을 떠나서 꾸준히 확보될 수 있는 일을 전혀 하지 않고 있거나 하다가도 중단하는 사례들이 꽤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그런 상황에 있는 것이 본의인지 타의인지 구분하기 힘든 경우들도 많아서 그럴 때에는 꼭 국가와 사회를 탓해야만 하는 것인지 그 사람의 문제인지를 판단하기 애매하기도 합니다.

◆ 제가 직접 아는 어떤 30대 중반의 남자가 기술계 고등학교를 나왔는데 컴퓨터나 금융에 관련되는 서비스업종에서 영업 비슷한 일로 몇 년 일하다가 지금은 쉬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전공에 관련되는 분야로 진출하여 일하였다면 연봉이 많지는 않지만 중소기업 다니면서 어느 정도는 안정되게 꾸준히 일할 수 있는 직종으로 알고 있습니다.

실제로 그 고등학교 동기 중에서 비록 월급은 적은 편이지만 고등학교의 전공에 어느 정도 관련되는 직장에서 일하면서 잘 지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성실하게 일하면서 지금은 그 직장 안에서 필요한 존재로 환영받으면서 지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직접 아는 남자는 고등학교 졸업 후부터 그런 일 할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결혼해서 아이까지 있는 데에도 옷 더럽히면서 일하지 않는 자리만 서울 안에서 찾다보니 아직까지 상당기간 쉬고 있습니다.

그 집안은 예나 지금이나 전혀 넉넉지 못하고 어려운 편입니다. 평생을 내집없이 환경이 좋지 않은 동네에서 세로만 살아왔습니다. 그 사람의 아버지는 현재 나이 칠순인데 지금도 현장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 아버지는 노동의 성격이 강한 일을 하는 생활을 오랫동안 왔습니다. 그런데 나이 들어서 정식으로 은퇴한 다음에도 그 동안 직장에서 보여준 성실성을 인정받아서 직장해서 다시 고용해주었습니다. 70세의 나이에 현장 재취업을 한 것입니다.

◆ 그 집의 아버지와 아들을 비교해보면서 묘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노년의 아버지는 아들에 비해 배운 기술조차 없었어도 성실하게 한 분야에서 계속 일하며 살아와서 나이가 많아졌어도 직장에서 필요로 하는 존재로 인정받는 것입니다.

아버지는 노년에 다시 현장 일을 하는데 아들은 기술고등학교 나왔으면서도 깨끗한 분위기의 서비스 일만 하다가 지금은 일을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젊고 건강한 아들이 노인이 된 아버지가 일하는 직장의 의료보험에 들어가 있다는 것이 안타깝게 생각들었습니다. 아버지를 자신의 의료보험에 들어가 있게 해야 하는 나이에 반대로 살고 있는 것입니다.

실업문제가 사회적으로 분명 중요한 문제이긴 하지만, 이와 같은 사례가 적지 않은 것을 보면 청년 실업자들 모두가 어쩔 수 없는 실업자로만 볼 수도 없음이 느껴집니다. 한쪽에서는 취업을 못해서 힘들어 하면서도 다른 쪽에서는 사람을 구하지 못해서 힘들어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사람을 구해도 오래 일하지 않고 퇴직해서 경험 쌓인 숙련된 인력이 길러지지 않아서 생겨나는 애로사항도 있습니다. 객관적으로는 그러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보편화되어가는 이러한 분위기와 이러한 상황은 현실로서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 일본에서 도요타 자동차공장이 있는 도요타 시의 교외 호미가오카 인구는 9000명 정도인데 이 중 절반 이상이 브라질 사람이라고 합니다. 이런 이야기가 언제까지나 남의 나라 이야기만은 아님을 우리도 이제 서서히 느낄 수 있습니다.

타 인종에 대해 매우 폐쇄적이던 호주에서는 작년 초에 전기기사, 배관공, 자동차정비사 등 170개 기능직종의 인력 유치를 위해 한국, 영국, 인도, 남아공화국, 스리랑카 등 5개국 기술이민 신청자를 대상으로 한 ‘원스톱 숍’을 설치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호주 당국으로부터 기술자격 인증을 부여받기위해 기다리는 기간도 종전 75일에서 10일 정도로 크게 단축됐고 기능 인력의 호주 이민 길이 수월해지고 있습니다. 호주 국내 기능직종의 상당수가 극심한 인력난을 겪고 있어서 기능 인력 유입을 위한 특단의 조치를 내린 것입니다.

◆ 아무리 선진국 수준으로 되어가더라도 학습보다는 오랜 경험을 통해 습득되는 운동능력이나 정교한 숙련이 요구되는 업종들이 많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발표된 정부의 노동정책 보고서에서도 숙련된 기술은 “IT나 컴퓨터 기술에 의해 쉽게 대체될 수 없는 분야”라고 결론짓고 있습니다.

“그러한 분야의 경우에는 오랜 현장 경험이나 실습 위주의 체계적인 훈련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중장기적인 비전 아래 체계적인 인력 육성정책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만약에 서비스 업종에서 다른 사람보다 경쟁력 우위를 점하면서 잘 할 수 있고 부가가치 높은 인력으로서 발휘할 능력을 쌓지 못할거라면 차라리 숙련 기술자를 겨냥하여 인생을 내다보는 것이 현명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학력 높은 사람보다 상황에 따라서는 해외 선진국으로 나가는 취업에서 더 유리한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고교 졸업생들이 산업현장에 들어가지 않고 무려 80% 이상 대학 입시창구로 몰리는 것이 현실입니다.

여기에는 대졸과 고졸에 대하여 사람을 다르게 바라보는 사회 및 기업들의 시선에도 상당 부분 원인이 있습니다. 대졸과 고졸에 대한 고정관념이 아직까지 사람들 뇌리에 굳건히 자리 잡고 있는 상황인 것입니다.

이런 점이 타파되도록 사회 분위기와 현실적인 틀이 바꾸어질 수만 있다면 실업자문제, 계층 사이 갈등, 국제 서비스수지적자 등 사회 문제와 경제 문제 중 상당부분은 크게 완화되어질 것입니다. 이러기 위해서는 국가기관, 사회적으로 인기있는 업체, 대기업 등이 먼저 솔선수범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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