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잠망경] 말로만 "시장경쟁 요금"

윤미경 기자 | 2007.09.10 08:32

휴대폰 요금, 행정지도로 내리고, 시장원칙으로 또 내리나

시민단체와 국회가 지난 수개월동안 이동전화 요금인하를 놓고 압박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경쟁 원리'를 내세우며 '정부의 직접 개입불가' 의사를 표명해왔던 정보통신부가 며칠새 돌연 태도를 바꿔 요금인하에 직접 개입하고 나섰다.

정통부의 논리는 이렇다. 이동전화 요금결정은 시장경쟁 원리에 따르겠지만,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요금할인 행정지도는 통신복지 차원이므로 시장원리에 어긋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가 사회적 약자라고 지칭하는 대상은 청소년들과 노년층, 저소득층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때문에 정통부는 청소년들과 노년층의 한달 이동전화 이용량이 소량일 것으로 보고, 한달 통화량이 50분 이하인 소량 이용자들에 대한 월 기본료를 내리는 것을 놓고 요금인가업체인 SK텔레콤과 협의중이다. SK텔레콤도 이미 소량 이용자에 대해 일정수준 요금할인을 검토해왔던 터라, 이들의 월 기본요금(1만3000원)을 3000~4000원 가량 내리는 수준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적어도 소량 이용자에 대한 기본료 할인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정통부와 SK텔레콤이 큰 이견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소량 이용자가 반드시 사회적 약자와 일치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게 문제다. 정통부는 이같은 지적을 피하기 위해서인지 가입비같은 다른 제반 요금도 손질해줄 것을 SK텔레콤에 추가로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통부의 이같은 행동은 그동안 정통부가 주장해왔던 논리와 정면 배치되는 것이어서 의아스럽다. 정통부는 그동안 시민단체와 국회가 이동전화 가입비 면제와 문자메시지(SMS) 요금인하를 주장할 때마다 "SMS는 부가서비스 영역이므로 정부가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을 한결같이 고수해왔다. 실제, SMS는 부가서비스 영역이어서 정부가 개입하는 것 자체가 원칙에 어긋난다. 정통부는 누구보다 이런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늘 '개입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표명해던 것이다.

'요금인가제' 범위에 포함된다고 해도 정부의 요금시장 직접 개입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그동안의 정통부 주장이었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통신시장 요금에 개입하지 않고, 시장이 자율적으로 요금경쟁을 통해 자연스럽게 요금인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바로 정통부의 '통신규제 로드맵' 이다. 그렇게 해서 나온게 통신시장 결합판매 활성화 정책이나 재판매의무화법안 아닌가.


불과 1주일전까지 이같은 논리에 변함이 없었던 정통부였다. 그러나 지난 4일 신임 유영환 장관이 취임한 직후 청와대가 저소득층과 청소년에 대한 유리한 이동전화 요금을 언급했고, 이후 정통부는 '사회적 약자'를 들먹이며 요금에 직접 개입하고 있다는 흔적이 여기저기서 발견되고 있다.

사회적 약자를 향한 통신복지 확대라는 정책방향에 크게 시비걸고 싶은 생각은 없다. '사회적 약자'라는 기준이 모호하긴 하지만, 적어도 사회의 소외계층에 대한 정보격차를 줄여보겠다는 차원이라면 동의할 만하다. 그러나 대통령 선거를 불과 석달 앞둔 민감한 시기에 벌어지는 정통부의 '행정지도'는 그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이번 '행정지도'는 지난 1년간 정통부가 공들여 수립했던 '통신규제 로드맵'의 정책기조를 근본적으로 훼손시킬 우려가 적지않다. 당장 법제화를 추진중인 재판매법부터 공격당할 것이다. 재판매법 취지는 도매시장 활성화를 통해 소매시장 규제를 없애고 궁극적으로 소비자들의 요금인하 효과로 이어지도록 하겠다는 것인데, 스스로 원칙을 훼손한 정통부의 논리가 먹혀들지가 문제다. 한마디로 앞으로 정통부 정책은 '영'이 서지 않게 될 것이다.

정통부는 바로 이런 점을 직시해 요금에 대한 행정지도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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