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시장]재건축 평형배정 무효판결

이성문 변호사 | 2007.09.09 16:53
최근 법원이 잇따라 '재건축 평형 배정 무효판결'을 내리면서 전국의 재건축단지에 초비상이 걸렸다.

재건축에서는 통상 대지지분이 큰 조합원에게 평형선택 우선권이 부여돼 왔다. 재건축 전에는 불과 6~20㎡(약 2-7평)차이밖에 나지 않아도 재건축 후에는 평형배정이 달라져 가격차이가 수억원씩 발생하곤 한다.

'큰평수=대형우선권'이라는 관행에 대해 법원은 '소형평수 조합원들이 가질 수 있는 선택의 기회를 박탈했기 때문에 관리처분계획 승인(변경) 결의는 무효'라고 판시하고있다.

문제가 된 재건축 단지는 서울 서초구와 경기 과천소재 재건축 단지이다. 서초구 재건축 단지는 2003년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서 소형평형 의무비율제가 도입, 중대형 평형이 줄어들자 중대형 평형 배정을 둘러싼 조합원들의 다툼이 법정으로 비화된 것이다.

현재 서울고법과 대법원에서 계류중인 이 판결이 확정된다면 재건축 사업의 기본적인 틀이 송두리째 바뀌게 될 수 있다.

관리처분 단계에 있는 재건축단지에서는 수익성 저하로 재건축 자체를 포기하거나 사업이 장기표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 관리처분이 끝난 재건축 단지 또한 기존 관리처분 자체가 뒤집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법원의 논리는 대체로 이렇다. '큰 평수 조합원들은 자신이 1순위로 신청한 평형을 배정받게 되는 반면 소형평수 조합원 중 상당수는 자신이 신청한 평형을 배정받지 못해 소형평수 조합원들의 재산권 행사에 제약이 가해진다는 것이다.

이런 결과가 조합원들간의 차별을 초래하는 만큼 관리처분계획안은 형평성에 어긋나 무효라는 논리다.

판결이 이렇게 선고되고 난 후 서울.수도권의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지각변동 조짐을 보이고 있다.


소형과 대형평수간의 가격 차이가 줄어들고 있고, '큰 평수=대형우선권'이라는 공식이 흔들리면서 오히려 재건축을 앞둔 소형평수의 아파트가 인기를 끌고 있는 실정이다.

재건축을 추진하는 아파트의 사업계획을 전면 수정하거나 뒤집어질 가능성도 많아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많다.

이 판결이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찬.반 양론이 팽팽한 것 같다.

분명한 것은 조합원들간에 불합리한 차별은 있어서는 안되지만 인기평형인 40 - 60평형대 아파트가 모든 조합원에게 배정될수는 없다는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불이익이 돌아가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 재건축의 현실이다.

만약 기존 대형평수에 살던 사람에게 재건축 후 소형평형을 배정한다면 어느 누가 재건축에 동의를 하겠는가.

법률은 사회상식에 기초해야 하며 절대적 평등이 아니라 상대적 평등이어야 한다. 필자주변에도 재건축 추진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있다. '현재 대형평수에 살고 있는데 재건축 후에 소형평형에 살아라면 왜 재건축에 동의를 했겠느냐'라는 목멘 말을 한다.

앞서 지적한 판결은 단순히 재건축의 절차적 문제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소.대형 평수 소유자간의 형평성 문제를 정면으로 문제 삼은 것으로, 대법원 판결에 따른 후폭풍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다.

법은 예측 가능해야 하고 법적 안정성이 담보될 때 혼란을 막을 수 있다. 재건축 시장과 현실에 맞는 대법원 판결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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