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위기 부른 7대 모럴해저드

김유림 기자 | 2007.09.10 10:17

'노 인컴· 노 잡·노 애셋' 닌자론도 한때 출시

지난주 발표된 미국의 8월 고용지표가 크게 악화돼 경기 불황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부실에서 시작된 신용 위기가 실물 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시점에서 비난받아 마땅할 만한 사람들은 누구인가. 미 경제주간지 포춘이 일곱 집단을 조목조목 짚었다. 신용위기를 부른 장본인들의 모럴해저드 천태만상을 살펴 보자.

1. 대출자들

신용 부도의 시작은 뭐니뭐니 해도 무리하게 돈을 빌린 사람들이다. 이들은 IT버블 붕괴 후 기록적으로 낮아진 금리만 믿고 너도 나도 부동산 열풍에 동참, 비극의 스타트를 끊었다.

이들은 특히 집값의 20%를 예치해야 하는 전통적인 모기지 상품 대신 10% 혹은 그 이하만 갖고 있어도 대출을 해주는 부실 모기지론을 빌려 위기를 자초했다.

포춘은 "정규직이 아닌 사람들 조차 부동산 매매 차익을 노리고 싼 돈의 마력에 빠져들었다"고 지적했다.

2. 모기지 브로커

신용 점수가 경계선에 있는 대출 희망자들이 돈을 빌릴 수 있도록 알선해 준 모기지 브로커들은 위기의 불씨를 본격적으로 지핀 주범이다.

모기지 전문 잡지인 '모기지 파이낸스'의 가이 세칼라 편집장은 "브로커들이야말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의 붐을 일으킨 장본인들"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주로 지역 라디오 광고나 인터넷 광고 등을 통해 대출자들을 유혹한 후 모기지 금융업체와 연결시켜 주고 수수료를 챙겼다. 이들은 위기가 터진 후에도 가장 타격을 받지 않은 동시에 죄책감도 가장 덜 느끼는 집단이기도 하다.

3. 부동산 감정평가사

미국 집 값을 부풀려 놓은 부동산 감정평가사들도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 포춘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수지타산을 맞추기 위한 모기지 금융업체들과 상당 부분 유착돼, 집 값을 과도하게 평가해 놓았다.

시카고에서 감정평가사로 일하는 폴 데모스는 "대출 업체들은 감정평가사들에게 손익 분기점을 넘기는 대출 금액을 말해 주고 집 가격이 그 수준에 맞아야 한다는 간접적 압력을 행사한다"고 시인했다. 그는 "사실 이런 행동은 감정평가사가 원래 해야 하는 역할에 크게 배치되는 것이지만 보통 그렇게들 하곤 했다"고 말했다.


4. 모기지 금융업체

모기지 브로커들이나 감정평가사들은 비난의 화살을 모기지 금융업체들로 돌린다. 캘리포니아모기지브로커협회(CAMB)의 피터 오길비 회장은 "모기지 대출 업체나 월스트리트에 비하면 우리는 비난 받을게 별로 없다"고 주장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모럴해저드가 극에 달했을 당시 일부 은행과 모기지 전문 대부업체들은 '노 인컴, 노 잡, 노 애셋(No income, No job, No assets)을 줄인 닌자론(NINJA loans)이란 상품까지 출시했다. 소득이 없고 직업도 없고 자산이 없어도 대출을 해줄 수 있는 상품이다.

오길비 회장은 "어떤 금융업체들은 너무 심하게 터무니 없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대출을 하려고 하길래 모기지 브로커들 조차 고개를 설레설레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 은행은 영어로 의사소통을 못하는 일용직 근로자들을 타깃으로 한 대출상품을 브로커들에게 팔아줄 것을 부탁했지만 너무 어이가 없어 거절했다"고 말했다.

5. 월스트리트

모기지 금융업체와 브로커들이 활개를 치고 터무니 없는 돈을 빌려줄 수 있었던 것은 월가라는 모기지 머신이 뒤받침됐기 때문이다. 최신 금융기법으로 무장한 월가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을 차입해 이를 근거로 증권을 남발했다. 이들은 주로 뮤추얼펀드와 연금펀드들에게 증권을 팔아 연쇄 부도의 큰 틀을 제공했다. 시작은 미약했으나 끝이 창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월가가 있었다.

6. 신용평가사

월가 금융회사들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을 담보로 증권을 발행하게 해 준 장본인은 신용평가사들이다. 어쩌면 가장 비난받아 마땅한 집단이 신평사일 수 있다.

포춘은 이와 관련 흥미로운 분석을 제시했다. 신평사 애널리스트들은 보통 월가 투자은행이나 모기지 금융업체 직원들 보다 연봉이 낮고 의사 결정도 보통 개인 단위로 하지 않고 회의 형식을 거쳐 나오기 때문에 위기 산정에 대한 책임의식이 훨씬 약했다는 것이다.

S&P와 무디스 등은 위기가 수면 위로 드러나서야 부랴부랴 등급 조정에 나섰다.

7.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싼 돈이 범람하도록 놔둔 FRB와 그린스펀은 위기의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FRB는 2001년 11월 부터 2004년 말까지 무려 3년 동안 금리를 2% 미만에서 묶어 뒀다. 대출 쇼핑이 전 미국을 휩쓸게 했던 씨앗은 FRB가 뿌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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