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펀드,'대형화의 덫'에 걸리다

머니투데이 김동하 기자 | 2007.09.10 09:39

설정액 급증후 수익률↓... 물·리츠 등 테마펀드 '유동성함정'

# 사례1.

직장인 이 모씨는 8월 1일 직장동료 황 모씨를 따라 삼성투신의 '물펀드' 삼성글로벌Water주식종류형자 1_A에 가입했다. 은행이니 증권사니 가는 곳마다 많이 팔고 있는데다 5월초 가입한 황 씨가 "수익률이 괜찮고 수탁액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하기에 안심하고 가입했다.

황 씨는 5월 1일 가입후 8월초까지 1.64%의 수익을 거두고 있었다.

그러나 이 씨는 가입후 -1.91%(7일 기준)의 손실을 보고 있다. 황씨의 경우 아직 0.84%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수탁액은 4월말 397억원에서 황 씨가 가입한 8월 1일에는 6934억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후 지속적으로 줄면서 9월 7일 현재 6731억원으로 내려왔다.

# 사례2.

언론업에 종사하는 전 모씨는 올해 1월2일 맥쿼리IMM의 맥쿼리IMM글로벌리츠재간접클래스A에 가입했다. 이후 5월 초까지 펀드는 4%에 육박하는 고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소식을 들은 전 씨의 친구 김 씨도 5월 2일 같은 펀드에 가입했다. 그러나 김 씨는 현재까지 -7.79%의 막대한 손실을 보고 있다.

전 씨의 수익률도 -4.1%로 주저앉았다. 그러나 김 씨의 손실은 전 씨의 두배에 육박한다.

수탁액은 김 씨가 가입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5월말 1조6094억원으로 정점을 쳤다. 이후 꾸준히 줄면서 7일현재 9330억원으로 떨어졌다. 물펀드와 비슷한 흐름이다.

해외펀드가 '대형화의 함정'에 빠진 것일까.

설정초기 양호한 수익을 거두면서 설정액이 늘어나지만, 설정액이 늘면 수익률은 떨어지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사례는 2가지 펀드를 들었지만, 이미 많은 국내·외 펀드들이 이같은 순환을 겪고 있다는게 자산운용업계의 관측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를 '펀드 대형화의 함정'혹은 '신규 펀드의 수혜'라고 풀이하고 있다. 일부 매니저들 사이에서는 "너무 많이 팔았다. 자금은 많지만 주가는 이미 많이 올랐고, 투자할 대상도 부족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중소형주 펀드나 테마펀드처럼 포트폴리오의 폭이 넓지 않고 운용주식의 유동성이 부족한 펀드로부터 위기감이 돌고 있다.

실제 물펀드와 리츠펀드의 경우,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판매가 급증하면서 전세계 물 관련기업과 상장된 리츠의 주가는 크게 올랐다. 업계에서는 그러나 넘치는 자금으로 투자할 만한 물 관련 기업이나 리츠가 얼마나 더 있을지 의문을 표하고 있다.

물펀드는 실제 5개 종목이 포트폴리오의 30~40%를 차지하고 있고, 상장 리츠 역시 부족해 '블록딜' 등 웃돈을 주고 거래되는 경우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남경기 동양투신운용 상무(CIO)는 이 때문에 "늘 새로운 펀드에 투자하라"고 조언한다.

새로운 개념의 '1호'펀드가 출시되 인기를 끌면, 2호, 3호 순으로 유사펀드들이 나오지만 점차 물량부족으로 수익률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 단순하게 봐도 펀드 설정 초기에는 싼 값에 사서 주가를 올릴 수 있지만, 나중에 모인 돈은 같은 주식도 비싸게 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남 상무는 "베트남 펀드, 물 펀드, 리츠 펀드의 수익률을 보면 초기에 투자한 펀드들만이 수익을 유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이와관련, 박승훈 한국투자증권 펀드분석팀장은 '펀드 규모'자체의 문제라기 보다는 '실질 유동성'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 팀장은 "일부 중소형주 펀드와 테마, 리츠펀드들이 돈은 많이 들어오지만 실제 싸게 매입할 수 있는 주식은 부족한 상황을 겪고 있다"며 "펀드 자체의 적정 규모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지만, 실질적인 유동성 대비 펀드 규모는 반드시 고려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박 팀장은 "펀드가 자금은 유입되지만 유동성 문제에 봉착할 경우 고지하고, 그래도 유입된다면 막아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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