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은행, 외환은행 인수 '좁은 문'

머니투데이 진상현 기자 | 2007.09.09 14:02

HSBC 계약기간 만료 후에도 주도권 장담 못해

그야말로 '좁은문'이다. 국내은행들의 외환은행 인수 가능성 얘기다. 뜯어볼수록 그렇다. HSBC은행이 론스타와 계약을 맺었다는 사실 자체도 그렇지만 HSBC가 계약 유효 기간 안에 인수 승인을 받지 못하더라도 국내은행들이 다시 협상의 주도권을 쥔다는 보장도 없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HSBC의 전격적인 외환은행 인수 계약에 허를 찔진 국민은행, 하나금융 등 국내 은행들은 HSBC와 론스타의 협상 결렬 이후에 기대를 걸고 있다.

현재 HSBC와 론스타간의 외환은행 매매 계약에서 시한과 관련된 내용은 △내년 1월31일까지 승인 심사 신청을 하지 못할 경우 론스타가 파기 가능 △4월30일까지 결론이 나지 않을 경우 '일방' 파기 가능으로 돼 있다.

HSBC와 론스타는 계약 기간 내에 외환은행 불법 매각과 관련된 2건의 재판에 대한 1심 판결이라도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계약을 맺은 상황에서 1심 판결에서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온다면 승인을 더 이상 미루기 힘들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1심 판결로는 부족하다는 논리를 펼 경우에는 최종 판결까지는 적어도 2~3년은 걸린다는 점에서 감독당국도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국내은행들에게 외환은행 인수 기회가 올 수 있는 시나리오는 감독당국이 승인을 미루면서 HSBC의 계약 기간이 지나고 론스타가 국내은행들을 파트너로 다시 선택하는 경우다. 론스타가 다시 국내 은행들로 타깃을 전환하기 위해서는 감독당국의 승인을 받는데 국내은행들이 더 유리하다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론스타 입장에서는 외국계은행이라는 점 외에는 당분간은 HSBC가 여러모로 최적의 파트너다. 외환은행 노조의 선호도, 여론 눈치를 덜 본다는 점 등에서 그렇다. 상당히 높은 가격에 인수 계약을 맺는 등 인수의지도 국내은행들에 뒤지지 않는다. 인수 코앞까지 갔다가 결렬됐던 국민은행의 경우 론스타측이 협상 파트너로 좋아하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리고 감독당국이 천명한 '법원 판결 전 불가' 원칙은 HSBC 뿐만 아니라 국내은행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속내는 다를 수 있겠지만 적어도 대외적으로는 그렇다.

이런 조건이라면 론스타로서는 계약 기간 이후에도 HSBC와의 협상 결렬을 선언하지 않고 계약 기간 연장 등을 통해 HSBC와의 거래를 유지하는 방법을 택할 수 있다. HSBC와 유사한 조건으로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새로운 외국계를 파트너로 삼을 수도 있다.


결국 국내은행에 기회가 오기 위해서는 감독당국이 국내은행이 아니면 승인이 힘들다는 사인을 줘야한다는 얘긴데 여건상 쉽지 않아졌다.

법원 판결을 이유로 HSBC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을 거부한 이후 유사한 상황에서 국내은행의 인수 계약은 승인해줄 경우 국내은행과 외국은행에 '다른 잣대'를 갖고 있다는 점이 대외적으로 보다 분명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밑작업을 통한 감독당국의 교통정리가 여의치 않은 상황이 됐다는 얘기다.

금융산업 측면을 고려해 외환은행을 외국계은행에는 줄 수 없다는 원칙을 부각시키는 방법도 있지만 개방정책을 표방하고 있는 현 정부의 성격상 이를 공식화하기는 쉽지 않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은행들이 외환은행 인수를 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 혹은 '묘수'가 필요한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외환은행까지 해외에 매각할 수는 없다"며 "금융정책적인 고려 방침을 분명히 하는 방안까지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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