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서 넘실댄 비발디·차이코프스키 선율

울릉도=장시복 기자 | 2007.09.10 09:30

<금난새와 함께하는 울릉도 음악회>앙코르 또 앙코르..기립박수로 화답

파도 소리만 가득하던 울릉도에 클래식 선율이 울려 퍼졌다. 파도 소리와 클래식 선율의'화학작용' 실험자는 바로 지휘자 금난새씨와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이들은 머니투데이 후원 아래 9일 저녁 7시부터 2시간여에 걸쳐 울릉도 문화예술회관에서 현지 지역주민 10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섬, 바다 그리고 사랑의 음악회' 공연을 성공리에 마쳤다.

열정적으로 지휘하고 있는 금난새 경기필하모닉 예술감독과 단원들.ⓒ최용민 기자
부모들을 따라온 어린 아이들부터 울릉도를 지키는 해군, 나이드신 어르신네까지 한 자리에 모였다. 지정된 좌석도 따로 없었다. 그야말로 '열린 음악회'였다.
 
그러나 열린 음악회 공연이 음악 교과서에나 나올 법한 아주 기초적인 레퍼토리를 연주할 것이라는 편견은 접어야 했다. 금난새씨는 쉽고 짧은 '하이라이트 모음집'이 아니라 직접 엄선한 수준 있고 난이도 높은 곡을 선정했다.
 
청중의 기대를 안고 시작한 첫번째 연주곡은 로시니의 '윌리엄텔 서곡'. '새벽-폭풍-정적-행진'으로 이어지는 4개의 악장들을 매듬새 있고 스토리라인의 분위기와 특성을 살려 집을 짓듯이 완성해 냈다.

비발디의 <사계> 중 '여름' 협연자인 황세미가 마림바를 연주하고 있다.ⓒ최용민 기자
금난새씨의 최대 장점은 뛰어난 지휘실력을 바탕으로 한 '언어 감각'이다. 그는 멜로디 속에 담긴 메타포를 문자 언어로 해석해 일반 관객들과 소통한다. 그처럼 일반 관객들에게 바로 다가갈 수 있는 지휘자는 아직 없다는 사실을 이번 공연에서도 확실히 증명해 냈다.
 
그는 연주에 앞서 곡의 중요 부분에 대한 배경을 재치있게 설명해, 딱딱하고 엄숙하기만 할 것이라는 '클래식 연주회'의 선입견을 깨뜨렸다.
 
관객들의 뜨거운 기립박수에 감사의 뜻을 표시하는 금난새 지휘자.ⓒ 최용민 기자
로시니의 '윌리엄텔 서곡' 연주로 공연장의 분위기는 초반부터 달아 올랐다. 이어 2번째 연주곡은 비발디의 '사계' 중 여름. 계절은 벌써 가을의 문턱에 와 있지만 거친 바람을 늘 가까이 해온 울릉도 주민들에게는 이 곡이 남다르게 다가오는 듯했다.

 
폭풍 전야를 상징하는 1·2악장이 끝난 뒤 황세미의 톡톡튀는 '마림바' 협연과 바이올린의 날카로운 소리가 묘한 이중주를 연출하며 3악장 폭풍으로 급속히 이어졌다. '폭풍'답게 멀미를 일으킬 정도로 거센 속도로 연주가 이뤄져 아드레날린을 솟구치게 만들었다.

공연이 끝나자 관객이 무대에 올라 금난새씨에게 꽃다발을 전달하고 있다.ⓒ최용민 기자
공연의 대미는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5번 E단조 작품 64'가 장식했다. 짧지도 흔하지도 쉽지도 않은 곡이었다. 그래도 금난새씨는 강행했다. 우울한 클라리넷 연주로 시작된 곡은 30분뒤 경쾌한 교향곡으로 완성됐다. 금난새씨는 강약을 조절하며 관객들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관객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모두 일어나 기립 박수로 답했다.

관객들의 뜨거운 앙코르 요청에 오케스트라는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기 인형' 중 러시아 댄스와 요한스트라우스 1세의 '라데츠키 행진곡' 2곡을 선물했다. 관객들은 멜로디를 따라 흥겹게 박수를 치는 등 함께 어우러져 축제의 장을 연출했다.
 
울릉도에서 국내 최초로 오케스트라 공연이 이뤄진 문화예술회관 전경.ⓒ최용민 기자
공연이 끝난 뒤에도 관객들은 식지 않는 열기에 자리를 쉽게 뜨지 못했다. 감동에 겨워 일부 관객은 클래식 공연에서는 이례적으로 지휘자에게 꽃다발을 전달하는 이색 장면을 연출했다.

문화의 향기에 늘 갈증을 느껴야 했던 울릉도. 이번 공연은 그들의 갈증이 조금이나마 풀리는 순간이었다.

주최 : 머니투데이, 유라시안코퍼레이션
후원 : 공군본부, 경기도, 울릉군
협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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