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고용부진, FRB 전방위 금리인하 압박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 2007.09.08 10:33

"4.5%까지 인하" 전망 득세…월가·노동계·정가 금리인하 압력

미국의 8월 고용 지표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전방위적인 금리인하 압력에 직면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촉발된 신용위기가 실물경제로 전염되는게 아니냐는 우려에 한층 힘이 실린 것.

특히 독립적인 통화정책 기구인 FRB에 대해 의회가 강력히 금리 인하 압력에 나섬에 따라 이를 두고 부적절한 압력 행사가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광범위한 압력에 직면한 FRB가 결국 공격적인 금리 인하에 나설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일각에서는 FRB가 기준금리를 4.50%까지 낮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FRB는 지난달 7일 FOMC 회의에서는 기준금리를 5.25%로 유지했다. 그러나 시장 상황이 급박해지자 17일 긴급 FOMC 회의를 개최하고 재할인율을 인하하는 등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신용시장 경색이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월가와 의회, 노동계 등 전반적인 FRB에 대해 금리 인하를 촉구하고 나선 상황이다.

바니 프랭크 미국 하원 의원은 7일(현지시간) 미국의 8월 실업지표가 실망스러울 정도로 악화된 것으로 집계되자 '의미있는' 수준의 금리 인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프랭크 의원은 메사추세츠주 민주당 하원 의원으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를 감독하는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의장을 맡고 있다.

그는 이날 이메일 성명을 통해 "의미 있는 수준의 금리 인하(meaningful interest-rate cut) 등 강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8월 고용 보고서의 악화는 그동안 논란을 잠재우고 FRB가 오는 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주고 있다"면서 "인플레이션 위험이 경제 성장이나 고용 성장에 대한 위험을 능가한다는 인식은 지지받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들어 민주당이 장악한 미국 의회는 독립 기구인 FRB에 금리 인하와 관련된 강한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 의원들은 FRB가 모기지 대출이 붐을 이룰때 선제적인 대응을 하지 못해 지금과 같은 결과가 나타났음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의회가 FRB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FRB 전문가인 데이빗 존스는 "의회가 FRB에 대해 압력을 행사하는 것은 굉장히 오랜만에 볼 수 있는 일"이라며 "통화 정책 방향에 의회가 특정한 주문을 하는 것은 부적절한 처사"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금은 위기 상황이란 인식하에 이러한 주장에 대한 재반박도 나오고 있다. 뉴욕주 하원의원인 캐롤린 멀로니는 "금리 인하는 이미 FRB 만의 문제가 아니다"면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빠르게 그리고 어느 정도 금리를 인하할 것인가다"라고 설명했다.

미국 최대 노동단체인 AFL-CIO의 리처드 트럼카는 "경제를 진작시키기 위해 금리를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금리 인하에 대한 찬성 의사를 밝혔다.

노동 지표가 부진한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그 어느때보다 금리 인하 가능성은 높다. 최근 바클레이 캐피털의 이코노미스트들은 FRB가 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예측을 포기했다. 바클레이 캐피털은 FRB가 향후 열릴 3차례 FOMC 회의에서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내다봤다.

크레디트 스위스의 글로벌 경제 책임자인 닐 소스는 "변동금리 모기지 대출로 인해 모기지 대출자들의 부담이 큰 상황"이라며 "FRB는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0.75%p 낮출 것"이라고 예상했다.

골드만삭스도 금리 인하폭이 0.25%p가 될 것이란 기존 전망치를 0.50%p로 수정 제시했다.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 위원장인 크리스토퍼 도드도 최근 신용경색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벤 버냉키 FRB 의장과 만나 신용 시장 경색에 관해 의견을 나누었다.

도드 의원은 직접 버냉키 의장이 금리 인하를 주문하지 않았지만, 기자들에게는 "금융 시장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행동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아직까지 부시 행정부는 FRB의 금리 정책 향방에 대해 압력을 행사하기를 거부하고 있다. 대신 헨리 폴슨 미국 재무장관은 FRB에 대해 강한 신뢰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8월 고용 지표 부진으로 전방위적인 금리 인하 압박에 직면한 FRB의 선택은 과연 어떻게 될지 관심이 모아지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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