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평, 대주건설 신용등급 3단계 전격 강등

이승우 기자 | 2007.09.08 00:34

이례적 조치 '극도의 불신+벌칙성 제재'..관련 ABCP도 등급 하향 잇따라

한국신용평가(한신평)는 7일 시행사가 갚지 못한 빚 350억원의 대지급을 거부한 대주건설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로 3단계나 전격 강등시켰다. 등급 전망도 '하향검토'로 달았다.

대주건설 자체로는 특별한 재무적 변화가 없는데도 이처럼 신용평가사가 3단계나 등급을 내린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시행사의 빚을 대신 갚기로 한 약정을 일방적으로 어긴데 대한 '극도의 불신'을 신용등급에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대주건설의 이같은 행위가 금융질서를 심각하게 교란할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를 감안, 신용평가사가 사실상의 '페널티'를 부과하는 이례적인 조치를 단행했다는 점에서도 귀추가 주목된다.

한신평에 따르면 'BB-' 등급은 '원리금 지급능력이 결핍돼 투기적이며 불황시에 이자지급이 확실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며, '하향검토'라는 등급전망은 등급 하향 요인이 나타나면 즉각 등급을 내린다는 뜻이다.

앞서 대주건설이 시공을 맡은 울산시 무거동 아파트 신축공사의 시행사인 서륭디엔씨는 지난 4일 만기가 돌아온 350억원의 자산담보부증권(ABS)의 상환금을 갚지 못했다. 대주건설은 약정상 1영업일 이내에 해당 채무를 인수해야 하지만 이를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이에대해 대주건설측은 "시행사의 채무를 인수해 대납하는 과정에서 사업시행권이 대주건설로 이전되도록 합의가 돼야 하는데도 한투증권이 일방적으로 대출금 인수와 납부를 독촉했다"며 "350억원을 공탁한 후 ABS 판매주관사인 한투증권을 상대로 법적 대응 등에 나서겠다"고 반박하고 있다.

그러나 한신평은 "채무인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대주건설의 신인도가 크게 하락했고 진행 중이거나 진행 예정인 사업의 리파이낸싱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며 "기존 차입금과 PF의 기한 이익을 상실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대주건설이 용인 공세리 시행사업 이익을 통해 2500억원을 조달하고, 계열사인 대한화재 매각을 추진하고 있으며, 동두천 다이너스티CC등 그룹 보유 4개 골프장 매각도 추진하고 있으나, 자구 계획의 실현 가능성과 시기에 불확실성이 내재돼 있다"고 평가했다.

한신평은 "이 회사의 주요 사업지인 지방 현장의 분양경기 침체를 고려할 때 회사의 유동성은 가변적 상황에 처할 수 있다"며 등급조정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같은 한신평의 배경 설명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한신평이 한꺼번에 3단계나 등급을 내린 것은 대주건설의 '위험한 위약'에 대해 일종의 징벌적 제재를 가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대지급을 거부한 행위 자체가 충격적인데다 이러한 사례가 묵인될 경우 금융시장의 건전한 신용거래 관행에 치명적인 독소가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주건설의 대지급 거부 자체가 워낙 돌발적이고 충격적이어서 뭔가 특별한 배경이 있지 않겠느냐는 추측을 했었다"며 "시간이 지나도 납득할만한 정황이 드러나지 않자 신용평가사가 '칼'을 뽑아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신용평가회사들은 대주건설이 보증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의 신용등급 도 잇따라 낮추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이날 (주)네오콘이 충청남도 천안시 청당동에서 아파트 신축분양을 위해 발주한 청당동 피오레제일차(주)의 ABCP(1250억원) 신용등급을 'A3-'에서 'B-(부정적 검토)'로 낮춘다고 밝혔다.

한국신용평가도 ㈜아트티앤에스가 경기도 시흥시 신천동에서 아파트 신축분양을 위해 발주한 신천동 피오레제일차(주)의 ABCP(500억원)의 신용등급을 'A3-'에서 'B-(하향검토)'로 강등했다.

신평사 등급정의에 따르면, ABCP 신용등급 'B-' 등급은 '최소한의 상환능력은 인정되나 환경변화에 따라 유동적이라 투기적'이라는 의미.

네오콘과 아트티엔에스는 모두 대주건설의 아파트 시공건설을 위한 시행사들이다. 대주건설은 이들 시행사가 발주한 ABCP에 연대보증을 했다.

신평사들은 "이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대출의 유동화가 사업단계상 인허가 전단계이고, 유동화 기간이 짧은 점 등을 감안할 때 채무의 상환가능성은 시공사인 대주건설의 상환능력에 의존하고 있다" 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들 대출채권에 대한 연대보증을 제공한 대주건설의 신인도 하락과 차환 위험이 증가한 것을 감안해 등급을 하향하고, 향후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대한 지속적인 검토를 위해 등급조정 대상에 등록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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