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병칼럼]주식 '판'

머니투데이 강호병 증권부장 | 2007.09.07 10:27
 요즘 주식을 보면서 역시 '판'에서 놀아야 돈이든 명예든 팔자가 달라짐을 느끼게 된다. 판이란 경제나 산업, 사회의 모습이 근본적으로 뒤바뀌는 지각변동을 말한다. 빅뱅에서 시작해 압축적으로 전개가 이뤄지다 클라이맥스를 맞으며 안정권에 들어가는 S자형 과정을 그린다.

 2000 수준까지 차오른 주식도 그냥 대세상승이 아닌 운명을 가르는 판이다. 부동산이라는 난공불락의 요새 같은 판이 마침내 물러가면서 찾아온 새로운 판이다.
2003년부터 전세계적으로 4년반 동안 주가지수가 올랐지만 주식이 `판'으로서 의미를 갖고 자신의 시대를 본격적으로 전개하기 시작한 것은 올해부터다. 올들어 8월 말까지 주식형펀드로 들어간 돈만 34조원이다. 2005년말 전체 주식형펀드 잔액을 넘는 자금이 불과 몇개월새 들어왔다.

 밖으로는 중국판이 세계경제와 우리 경제에 거대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중국을 보면 1인당 국민소득이 평균 1만달러 갈 때까지는 10% 성장을 멈출 수 없는 광속체로 보인다.

 이러한 판들에 올라타지 못하면 개인, 금융회사, 심지어 기업도 미래를 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어쩌면 앞으로 2∼3년의 선택에 우리 미래가 확 달라져 버릴 것같다.

 판의 전개는 짧은 기간에 과격하게 이뤄지는 특징이 있다. 소위 쏠림현상이라는 것인데 한국인이 워낙 다이내믹한 국민성을 가져 그런지는 모르겠다. 생각해보자. 아파트값 상승과 주택담보대출, 신용카드 남발과 신용대란, 환란의 은행 M&A판 등 모든 게 불과 몇년 사이 집중적으로 이뤄지며 절정을 맞았다.


 이번 주식판도 거기서 예외가 아닌 듯하다. 주식판의 전개가 앞으로 2∼3년 사이에 집중적으로 가속화되다 변곡점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는 생각이다. 가령 앞으로 2∼3년 동안 주식형펀드로 100조원 이상 자금이 흘러가고 지금 경상GDP를 조금 넘는 시가총액이 경상GDP의 150%까지 과잉평가돼 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요인에 변화가 없을 경우 리레이팅 만으로 코스피가 3000 정도 가는 수준이다.

 물론 국제 금융시장 불안, 외국인 매도, 기업 수익 등 변수들이 많아 지수 상승이 평탄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이같은 쏠림의 시기에는 통상적인 펀더멘털 분석이나 기술적 분석의 범위를 뛰어넘어 가격이 형성되는 일이 빈번할 것으로 본다. 신경제론을 등에 업은 변화가 아닌 사람들의 재무적 자각에서 일어난 일이므로 이 기간에 시장을 주도할 종목은 기술주가 아닌 조선, 철강, 기계 등 굴뚝의 몫이 아닌가 한다.

 따라서 노후를 멋지게 살고 싶은 개인이나 선도 금융기관이 되려는 금융사는 이 기간에 승세를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펀드나 우량주 투자로 승부를 본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간의 노후는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리딩기관이 되려고 하는 증권사도 이 시기에 일을 내야 한다. 모두 리더가 될 수 없다. 대주주 지위를 유지하면서 틈새사업자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대주주 지위와 경영권까지 포기하면서 다른 거대자본을 끌어들여 경쟁자를 먹을 것인가 하는 고통스런 선택의 시기가 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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