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성년이 된 자식'" 정부기관 아니다

머니투데이 양영권 기자 | 2007.09.06 18:55

서울고법 엇갈린 판결, 대법원 판단 주목

"농협은 금융회사인가, 정부관리 기업인가." 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엇갈려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10부는 6일 정대근 농협회장에게 3억원을 준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동진 현대차 부회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정 회장이 공무원에 해당한다는 전제의 공소사실은 죄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아이를 키우더라도 고등학교까지는 시시콜콜히 간섭하지만 대학에 가고 성인이 되면 그렇지 않다"며 "농협은 '성년이 된 자식'과 같아 국가 등의 실질적 지배력 행사가 이뤄지는 정부관리기업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사회가 관 주도보다 좀 더 자유화의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의미에서도 그렇다"고 덧붙였다.

앞서 1심 재판부도 뇌물공여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다만 검찰이 금융기관 임직원에게 적용되는 '특경가법의 증재' 혐의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함에 따라 이를 인정했다.

그러나 이번 판단은 지난 7월 같은 법원 형사4부의 결정과 배치되는 것이다. 정 회장 사건을 맡은 형사4부는 당시 "농협법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면 국가가 농업 발전을 위해 농협에 적극적인 지도감독을 했다고 보인다"며 특가법상 뇌물수수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1심을 깨고 징역 5년을 선고한 뒤 법정구속했다.

특가법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지도·감독하거나 중요사업의 결정 및 임원의 임면 등 운영 전반에 관해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기업체'의 간부 직원을 뇌물죄 적용대상으로 명시하고 있으며, 특가법 시행령은 이 정부관리기업체 범위에 농협중앙회도 포함하고 있다.

시행령에는 KT, 대한교과서, 한국화학 등도 정부관리기업체로 적시돼 있지만 법무부는 최근 이들 회사를 제외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다만 농협중앙회는 정 회장 사건 때문에 개정대상에서 제외됐다.


정대근 회장의 항소심 재판부는 당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주권을 행사하는 실질적인 지배 관계에 있는 기업뿐 아니라 법령에 따라 지도 감독을 받는 기업까지 '정부관리기업'으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국가 등의 '실질적 지배력 행사 여부'가 정부관리기업체를 결정하는 단일한 기준이 된다는 해석과, 국가 등이 '지도·감독하는 경우도' 정부관리기업체로 봐야 한다는 해석 가운데 후자를 선택한 것.

그러나 이번 김 부회장의 재판부는 "형벌 법규의 해석상 복수의 해석이 가능할 때 피고인에게 유리한 해석을 채택하는 것이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유리하다"며 특가법 뇌물죄 적용을 부당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특히 "이 특가법은 3억 수뢰자를 기준으로 특가법의 수뢰죄가 적용된다면 징역 10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해야 하는데, 이는 살인죄 형량의 2배에 해당한다"며 "헌법재판소가 이를 합헌으로 판단했지만, 이같은 비합리적 법률은 제한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 회장은 항소심 결정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여서 이와 관련한 최종 판단은 대법원이 내리게 됐다. 김 부회장 사건에서도 검찰이 뇌물공여죄를 인정하지 않은 법원 판단에 불복해 상고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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