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공기업의 경영효율성을 높이려면…

박세흠 대한주택공사 사장  | 2007.09.07 09:01

공익성과 수익성 조화 이뤄야…'사업부제' 도입도 적극 고려

일반 국민들은 공기업을 '신이 내린 직장', '신이 숨겨둔 직장', '신도 부러워하는 직장'이라고 부른다. 어찌 보면 맞는 말 일수도 있다. 예전부터 공기업은 정부 보호 아래 독점적 사업영역을 확보했고 경영성과에서도 비교적 자유로웠다. 공기업 직원들도 일반 사기업 직원들보다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해왔다.

그러나 공기업의 부적절한 행태가 세간의 도마 위에 오르면서 공기업의 변화와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도 공기업의 효율성과 생산성 증대를 위해 각 기관을 '시장형 공기업'과 '준시장형 공기업'으로 분류해 관리하고 있다.

정부와 국민은 공기업에게 끊임없이 개혁을 요구한다. 대한주택공사가 이윤을 남기면 "집장사 그만하라"고 다그치면서 또 다른 한편에선 "정부 재정 외에 자체 자금을 확보해 설립목적에 맞는 사업을 수행하라"고 채찍질한다. 이익 없이 원가만 받고 아파트를 공급하는 동시에 다양한 주거복지사업도 성공적으로 해내야 국민을 위한 기업이라고 평가한다.

시대가 바뀌었으니 공기업의 변화도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하지만 국민들과 정부의 공기업 개혁에 대한 견해는 달라져야 한다. 공기업은 태생적으로 공익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공익성에 치중하다보면 공적사업 수행에 따른 손실로 '부실경영 또는 방만경영'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반대로 수익에 무게를 두고 사업을 추진하면 공기업의 설립 목적을 잊었다는 질책이 쏟아진다. 하루 빨리 민영화해야 한다는 압박도 강해진다.

정부 주택정책을 실행하는 주공 역시 공익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하느라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공은 올해 총 10만여가구의 임대주택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민임대주택은 시중 전세가격의 60~70% 수준으로 주택을 공급하는 대표적인 공익사업으로 사업 구조상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 임대주택사업 규모가 확대될수록 주공의 재무구조는 악화되는 것이다.

사업 포트폴리오 측면에서 임대주택사업 손실을 보전하려면 분양사업을 통해 일정 수준의 수익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분양원가 공개 이슈에서 보듯이 '공기업은 이윤을 남겨서는 안된다'는 인식이 깔려 있어 이마저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면 공기업은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춰 경영해야 할까. 가장 바람직한 방안은 공익성과 수익성의 조화를 경영 목표로 삼는 것이다. 이는 이익 극대화만을 추구하는 민간기업과 비교하면 어려운 과제지만 모든 공기업들이 지향해야 할 경영 목표다.

주공이 지난달 '지속가능한 경영체제 구축'을 목표로 사업부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조직을 강화했고, 조직 업무절차 혁신도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공기업에 사업부제를 도입하는 것은 도전 과제였다. 몇몇 공기업에서 도입했다가 실패하고 다시 과거 시스템으로 돌아간 사례도 있다.

물론 사업부제가 공기업 경영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만능 수단은 아니다. 그러나 사업부제 도입과 업무절차 혁신으로 내부 경쟁체제와 자율적 책임경영체제 구축이 가능하다면 경영효율성은 현재보다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사업부제 도입은 보통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수단이지만 주공은 다른 경우다. 공기업인 만큼 이익 극대화만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예산이나 원가 절감을 통해 기업가치를 유지하고 저소득층 주거안정 등 공익사업에 재투자할 수 있는 최소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사업부제를 도입했다.

주공은 이번 조직개편과 업무절차 혁신으로 정부와 국민들이 바라는 진정한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확신한다. 다른 공기업들이 주공의 조직개편을 발판 삼아 지속가능한 경영혁신을 이루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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