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최대 세수실적에 국세청 '당혹'

머니투데이 최석환 기자 | 2007.09.06 16:19

(상보)근로소득자 감세 목소리-정치권 감세 공약에 힘 실릴 듯

"세금은 적게 들어와도 걱정, 많이 들어와도 걱정이다" 매년 안정적인 세입예산을 확보해야 하는 국세청의 고민이 녹아있는 말이다.

경기침체로 세금이 3조5000억원이나 덜 걷힌 2004년과 아예 세입을 2조1000억원 감액한 추경예산을 편성해야 했던 2005년에는 세무당국에 무능하다는 질책이 쏟아졌다. 하지만 사상 최대 규모의 세금을 거둬들일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도 국세청의 고민은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은 6일 올해 상반기 국세징수실적이 80조원에 육박,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24.3%(15조4996억원)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연말 세수실적은 150조원에 달해 당초 세웠던 세입예산을 11조원이나 초과할 전망이다.

목표치를 못채워 곤욕을 치뤘던 국세청 입장에선 당연히 환영할 만한 결과다. 그럼에도 국세청은 '당혹'스런 분위기다. 체감경기가 좋지 않은 최근 상황을 고려할때 사상 최대의 세수실적은 '서민 쥐어짜기'라는 비판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세수가 늘어난 배경에 대해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다. 지난해 12월말이 공휴일이어서 3조1000억원이 올 상반기로 이월됐고 △주택가격 상승으로 종합부동산세가 5000억원, 실가과세로 양도소득세가 3조9000억원 늘어나는 등 제도개선 효과로 4조4000억원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납세자의 성실신고로 4조7500억원의 세수가 늘어났고,지난해보다 15조원(46.6%) 증가한 현금영수증 발급액과 신용카드 사용액 급증으로 세원이 노출되면서 세수증대 효과를 톡톡히 봤다는 분석을 내놨다.

국세청은 "현금영수증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하면서 올해 상반기에만 부가세와 소득세의 자진납부세액 가운데 1조2000억원의 세수가 증대됐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세무조사의 질적 혁신 △고소득 자영업자의 과세정상화 △체납정리 인프라 확충 △성실납세자 우대 확대 등도 세수증가 요인으로 꼽았다.

한 조세전문가는 "정부가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라는 방향에 따라 신용카드와 현금영수증 등 과세인프라 확충에 주력, 숨겨진 세원발굴로 세수가 늘어난 만큼 이제부턴 세율을 인하해주는 방안도 고민해볼 때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와관련, '투명지갑'으로 불리는 월급쟁이의 세금을 깎아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질 전망이다. 국세청은 올해 근로소득세가 작년(12조2000억원)보다 8.7%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고소득 자영업자에 대한 지속적인 과세정상화로 자영업자와 근로소득자간 세부담 형평성이 개선되고 있다"며 "자영업자가 납부하는 세금의 경우 작년과 비교해 26.6% 정도 늘어날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갑근세 간이세액표 개정으로 올해 1조2500억원 정도의 근로소득세가 줄어들고, 현금영수증 소득공제 증가로 2000억원의 세수감소 효과가 발생하는 등 월급쟁이에 대한 배려도 병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세청의 세수호조가 대선을 앞둔 정치권의 감세공약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의 경우 25%인 법인세율을 20%로 인하하고, 장기보유 1세대1주택자의 종부세와 양도세를 감면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12조6000억원 규모의 감세안을 공약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몸값 124조? 우리가 사줄게"…'반도체 제왕', 어쩌다 인수 매물이 됐나
  2. 2 "연예인 아니세요?" 묻더니…노홍철이 장거리 비행서 겪은 황당한 일
  3. 3 [단독]울산 연금 92만원 받는데 진도는 43만원…지역별 불균형 심해
  4. 4 점점 사라지는 가을?…"동남아 온 듯" 더운 9월, 내년에도 푹푹 찐다
  5. 5 "주가 미지근? 지금 사두면 올라요"…증권가 '콕' 집은 종목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