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회장 사회봉사,제3의 처벌수단

머니투데이 양영권 기자 | 2007.09.06 18:24

법원,정몽구 현대차 회장 조건부 집행유예

법원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에 대해 사회봉사를 전제로 한 집행유예라는 절충안을 내놨다.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도 화이트칼라 범죄를 단죄해 사회정의를 실현해야 한다는 재판부의 깊은 고심이 읽히는 결정이다. 구체적인 이행 방법을 적시한 사회봉사 명령은 사실상 '무죄'나 다름 없는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부담을 돌파할 제3의 처벌수단으로 주목 받을 전망이다.

◇법원,실형이냐 집행유예냐 고심 = 재판부는 6일 정 회장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실형과 집행유예를 놓고 고민했다는 사실을 장시간 털어놨다. 재판부는 "동료 판사는 물론 검사와 변호사,언론인,경제인,자영업자,서민들과 많은 얘기를 나눴다"며 "이번 사건의 논점이 기본적으로 양형,즉 가치 판단의 문제여서 고민이 더욱 깊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정 회장에게 실형을 선고해야 한다는 이들은 이번 사건이 재벌의 온갖 폐해가 망라된 사안인 만큼 경제질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정 회장의 사회공헌도 마지 못해 한 약속일 뿐이라고 폄하했다.

반면 선처를 바라는 이들은 우리 현실에서 정치인들의 자금 요구를 거절할 수 없고, 그것이 비자금을 조성한 원천적 이유인데도 기업인만 처벌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정 회장이 조성한 비자금을 대부분 회사운영에 썼고, 비자금을 모두 변제한 것은 물론 그 10배가 넘는 돈을 사회에 헌납하겠다고 약속한 사실을 중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법이 하나의 이상이고 우리가 사는 현실 자체가 모순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법과 현실 사이에 간극이 존재한다"며 "현대차가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치와 정 회장이 현대차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진다는 점을 고려해 집행유예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미국의 경우 엔론 스캔들에 연루된 경영진들을 엄하게 처벌한 것과 관련 "미국은 엔론같은 기업이 몇개 무너져도 경제가 문제없지만, 우리나라에서 현대차 경영에 문제가 온다면 파장에 엄청날 것"이라며 '국익을 위한 판결'임을 강조했다.


◇사회봉사,제3의 처벌 수단 = 재판부는 "집행유예만 선고하면 뭔가 부족하다고 생각했다"며 정 회장에게 사회공헌계획 이행 등을 골자로 한 사회봉사명령을 선고한 이유를 밝혔다.

형법과 보호관찰법에 따르면 형집행을 유예하는 경우 법원은 500시간 이내의 범위에서 사회봉사 명령을 선고할 수 있다. 보통 형사 재판에서 사회봉사명령은 기간만 적시해 선고되며, 어떤 방법으로 사회봉사를 할지는 법무부 보호관찰소가 정한다. 경제인으로는 전윤수 성원건설 회장과 진양제약 최윤환 회장 등에게 사회봉사명령이 선고된 바 있다.

재판부는 이번에 이례적으로 정 회장에게 2013년까지 8400억원을 출연해 저소득층을 위한 공연시설과 복합문화센터를 건립하고, 경제인들을 대상으로 준법경영 강연을 하도록 하는 등 구체적인 사회공헌 이행 방법을 적시했다.

이처럼 이행 방법을 적시한 사회봉사 명령을 선고하는 것은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10부가 새롭게 시도하고 있는 처벌 방법이다. 이 재판부는 지난 4일에도 횡령 혐의로 기소된 상호신용금고 대표 권모씨에게 집행유예와 함께 피해자들과의 민사소송 판결 내용을 성실이 이행하고, 재판 과정에서 확약한 대로 피해자 측에 40억원을 지급하라는 사회봉사명령을 선고했다.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이 밝힌 피해복구 약속을 형 선고만으로 담보할 수 없는 만큼 이같은 이행 방법을 적시한 사회봉사명령 선고가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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