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6일 기금 운용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를 7명의 민간전문가로 구성하고,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처럼 정부 간섭으로부터 완전히 독립시키기로 했다. 또 기금운용 실무를 맡을 기금운용공사(가칭)도 설립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기존 기금운용 시스템에 대한 일대 '수술'이 뒤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조만간 확정된 개편안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어떻게 바뀌나=개편안의 핵심은 최고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의 전문성이 크게 강화된 점이다.
현재는 정부 대표와 가입자 대표,사용자 대표,전문가그룹 등 21명이 기금운용위에 참여해 전문적인 의사결정과는 거리가 멀었다. 회의도 1년에 4~5차례 밖에 열리지 않았고, 위원들의 참석율도 50~60%에 그쳐 사실상 보건복지부의 '거수기' 역할에 그쳤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기금적립액이 200조원을 돌파한데다 앞으로 이 규모가 계속 증가해 2037년에는 최대 1715조원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할때 더이상 '초보 운전자'에게 기금 운용을 맡겨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정부는 이같은 문제점을 수용해 기금운용위를 상설기구로 전환시키고 운용위원수도 7명으로 크게 줄였다. 또 운용위원은 모두 민간 전문가로 채우도록 했다.
기금운용위 결정에 따라 실무 투자를 맡게 되는 기금운용공사는 국민연금공단 내부에 있던 기금운용본부를 독립시켜 구성하고 기금운용공사의 감독권은 금융감독원이 갖게 된다.
◇기금,공격적 투자 강화될 듯=민간전문가에 운용 권한이 주어지면서 투자 성향이 다양화, 공격화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동안 기금운용은 채권 위주의 '안전' 투자가 주를 이뤘다. 지난해의 경우 채권 투자가 86.7%로 절대다수를 차지한 반면 주식 투자는 11.6%에 그쳤다. 대체투자는 단 1.1% 규모였다.
박태영 국민연금연구원 기금정책팀장은 "새로운 시스템에서는 정부의 간섭과 통제가 사라지는 만큼 민간 전문가의 판단에 따른 재무적 운영이 강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도 비판여론을 수렴해 오는 2012년까지 주식투자 비중을 30%, 대체투자 규모를 10%까지 확대하는 중기 자산운용 배분안을 확정해 놓은 바 있다.
이같은 기금운용 선회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변금선 연금연대회의 간사는 "기금운용의 독립은 찬성하지만 기금이 미래에 국민들에게 돌려줄 돈이라는 점에서 안전성을 도외시하면 안된다"며 "앞으로도 가입자 대표의 의견이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장반응 '파격적이다'=국민연금기금 운용체계 개편안의 골격이 알려지자 시장에서는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파격적"이라는 긍정적인 반응이 주를 이뤘다.
국민연금이 주식 및 금융시장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도 현재까지 '아마추어'식의 운용을 해왔다면 앞으로는 '프로' 다운 운용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기대다.
이원일 알리안츠자산운용 대표는 "개편안이 상당히 긍정적"이라며 "기금운용위원에게 책임과 권한을 분명히 주면서 전문성과 운용 노하우를 키워나갈 수 있도록 제도적 보장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문형표 한국개발연구원(KDI) 박사는 "획기적인 발상으로 평가한다"며 "정부는 개입을 최소화하고 기금운용위원회가 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보조해주는 역할에 그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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