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정몽구 회장의 '반성'과 '기회'

머니투데이 이진우 기자 | 2007.09.06 15:14

"새로운 모습의 현대차 지금부터가 시작"

"지난 잘못을 바로 잡기 위해 지금도 노력하고 있다. 보답할 기회를 주면 (그동안의 과오를) 반성하면서 규정대로, 법대로 회사를 경영해 회사에 닥친 모든 것을 극복하겠다."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은 그동안 1~2심 공판 과정에서 이처럼 '반성'의 뜻을 표하면서 재판부에 거듭 '선처'를 호소해 왔다. 그런 그에게 법원이 마침내 '기회'를 줬다.

정 회장으로선 자신의 표현대로 '멈춤과 고난의 시간'(옥중 서신)에서 다시 '반성의 시간'(보석)을 거쳐 '보답할 기회'(집행유예)를 맞은 셈이다.

"지금까지 세계 최고의 기업을 만들어야겠다는 일념으로 일한 나머지 각계의 의견에 귀 기울이지 못한 점이 많았다"는 그의 말처럼 이제는 밀려 있는 회사 현안을 하나하나 풀어가면서 사회공헌 계획의 이행과 엑스포 유치 등 국가경제에 기여할 일만 남았다.

그렇다고 정 회장과 현대차의 원죄가 완전히 씻겨나간 것은 아니다. '좀 더 자유로운 몸'이 됐지만 집행유예도 유죄는 유죄다.

때마침 공정위는 이날 현대차 등 그룹 계열사 5곳에 대해 계열사 부당지원 혐의로 631억원에 달하는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현대차가 무려 10년 만에 무분규로 임단협을 타결했지만, 일각에선 이 마저 '2심 선고공판을 의식한 행보'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올 정도로 세상의 눈초리도 날카로워졌다.

그래도 어쨌든 '큰 고비'는 넘겼다. 그의 말대로 이젠 '규정대로, 법대로' 회사를 운영하면서 모든 것을 극복해 나가야 할 때다. 이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비자금 사태를 통해 주어진 그의 '사회적 책무'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정 회장의 본격적인 경영행보는 법원의 이번 선고공판 이후가 진짜 시작이다.

이른바 'MK(정몽구) 리더십'으로 대변되는 그의 움직임은 다른 대기업들과 크게 차이가 난다. 그는 단순한 '오너'가 아니라 경영현장과 의사결정을 직접 관장하는 '현장 경영자'다. 다시 말해 그는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경영과 품질경영을 좌우하는 중요한 키를 쥐고 있다. 때문에 그룹 안팎에서는 MK가 이번 선고공판을 계기로 '운신의 폭'을 넓히면서 '글로벌 기업 도약'을 앞장서 이끌어 주길 기대하고 있다.

우선 이번에 경영공백을 어느 정도 메울 수 있게 된 것을 계기로 '지난 잘못을 바로 잡으면서' 그룹 전반에 대한 혁신적인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년 6개월간 이어진 일련의 사태로 인해 조직을 제대로 정비하지 못했다. 소위 '개혁'을 추진하기엔 부담이 너무 큰 측면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움직여야 한다. 국내외 주요 영업망의 정비, 내부조직 추스리기 등 주요 현안은 더 이상 늦추기 어려울 정도로 위기에 처해 있다. 단순히 해외 영업이 조금 어려워졌다고 가격을 낮추거나, 인센티브를 늘려주면서 이를 메우는 식으로는 어림도 없다. 문제가 있으면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또 해결책은 뭔지 면밀히 따져 바로 실행에 옮겨야 한다.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은 조직관리에 문제가 생기거나 실적이 악화될 경우 장수해 왔던 최고경영자(CEO)들 마저 단칼에 해고를 당할 정도로 살벌한 경쟁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현대차 역시 규정을 어겼든, 법을 어겼든, 과오가 있었든 책임을 물을 것이 있으면 물으면서 새출발을 다짐해야 한다. 국민과 함께 호흡하는 기업, 글로벌 초일류에 걸맞은 경영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여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그래야 여론은 현대차의 진정한 변화를 인식하고 좀 더 따뜻한 시선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국내외에서 훼손된 브랜드 인지도 및 이미지도 자연스럽게 회복될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사회공헌, 협력업체와의 상생강화, 계열사별 독립체제 강화 등 그동안 약속한 사안의 후속대책도 하루빨리 실행에 옮겨야 한다. 이는 법원이 내린 '사회봉사' 명령보다 더 중요한 명제다.

그동안 '그룹 총수의 경영공백' 때문에 제대로 일을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를 수없이 들었던 여론은 이를 눈에 불을 켜고 살펴볼 것이 분명하다.

다행히 MK는 항소심 심리가 이어지는 와중에도 틈틈히 짬을 내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사업장을 돌면서 현장경영을 펼치고, 또 평창 동계올림픽 및 2012년 여수 엑스포 유치지원 활동도 활발하게 펼쳐 왔다. 결과가 좋든, 나쁘든 투명하게 일을 처리하면서 모든 일에 전력을 다하면 그의 말처럼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는 현대차'가 될 수 있다.

지금과는 다른 이미지, 다른 경쟁력을 갖춘 현대차를 향한 시동은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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