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환승론'의 은밀한 효과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 2007.09.05 09:07
금융정책을 뜯어보면 일선 담당자들이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이 자주 든다. 좋은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대표적인 것이 최근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환승론'이다. 금융감독원은 서민들이 쓰는 고금리 사채대출을 낮은 금리의 제2금융권 대출로 전환해 주자는 취지에서 이 상품을 만들어냈다.

올해 상반기 캐피탈,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을 독려해 대부업 법정 금리보다 10%포인트가량 낮은 환승론을 출시했는데, 정당이나 시민단체는 "낮춰도 고금리"라며 맹공을 퍼부었다.

환승론은 대부업 대출금리 상한선 하향(66%→49%)에 맞춰 금리를 45%에서 38%가량으로 낮추고 대출승인 요건도 완화한 것이다. 하지만 시민단체는 여전히 "성에 차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지금까지 환승론으로 대출된 금액이 20억원에 불과하니 효과 자체가 없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환승론의 실적이 아직 미미한 것은 사실이지만 대부업 팽창을 억제하는 성과는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대출자산 20조원 이상의 일본 대부업체 아이후루가 한국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데, 바로 환승론 때문에 적잖이 고심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한국이 일본보다 대출금리가 높아 무난히 영업할 수 있을 것으로 봤지만 환승론이 활성화된다면 진출 여건이 녹록지 않다는 것이다.

한 대부업체 관계자는 "아이후루가 환승론 때문에 (대출) 금리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시장 조사차 한국에 파견된 직원들은 환승론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이후루의 고민은 환승론이 국내 대부업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을 보여주는 사례다. 환승론이 제대로 육성된다면 저신용자 대출시장에 보호막을 쳐주는 방안의 하나로 가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밥 먹자" 기내식 뜯었다가 "꺄악"…'살아있는' 생쥐 나와 비상 착륙
  2. 2 "연예인 아니세요?" 묻더니…노홍철이 장거리 비행서 겪은 황당한 일
  3. 3 박수홍 아내 "악플러, 잡고 보니 형수 절친…600만원 벌금형"
  4. 4 "몸값 124조? 우리가 사줄게"…'반도체 제왕', 어쩌다 인수 매물이 됐나
  5. 5 [단독]울산 연금 92만원 받는데 진도는 43만원…지역별 불균형 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