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용인술', '탕평'보다 '코드(?)'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 2007.09.04 16:04

경선후 인사에서 '친정체제' 구축..朴측 불만 노골화

'탕평'보다는 '코드', '화합체제'가 아닌 '친정체제' 구축. 이명박 후보의 '용인술'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한나라당 경선이 끝난 지 2주. 그간 이 후보가 행사한 인사 결과를 찬찬히 뜯어보면 '탕평인사'와 '화합체제'와는 거리가 느껴진다.

소위 'MB맨'들이라 불리는 핵심 측근들의 요직 기용 사례가 많기 때문. 내심 균형된 인사를 기대했던 박근혜 전 대표측을 중심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적잖다. '코드인사', '친정체제' 구축이라는 비판이 일면서 당내 갈등이 재점화할 조짐도 보인다.

경선 이후 이 후보는 주요 당직 인선과 후보 비서실 인사 등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 우선 대선의 야전사령관격인 당 사무총장에 최측근인 이방호 의원을 낙점했다. 지난 3일에는 역시 이 후보의 '복심' 역할을 해 온 박형준 전 캠프 대변인은 당 공동 대변인에 앉혔다.

후보 비서실도 '코드'를 맞췄다. 중립 성향으로 이 후보를 내심 지지해온 임태희 비서실장을 기용했다. '화합'의 이미지를 극대화하되 이 후보의 '의중'을 대변할 수 있는 적임자를 선택한 셈이다. 캠프 비서실장이었던 주호영 의원은 후보 비서실 제1부실장이란 요직에 기용됐다. 역시 이 후보의 핵심 측근인 김해수 당협위원장(제2부실장)과 함께다.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친정체제' 구축이란 말이 더욱 실감난다. 경선 캠프 핵심 측근들의 비서실 합류가 줄줄이 예고되고 있다. 박영준 전 수행단장, 강승규 전 미디어 홍보단장, 권택기 전 기획단장, 김대식 전 대외협력단장 등이 거론된다. 조만간 꾸려질 후보 특보단의 인선 예상도 크게 다르지 않다.

원내 핵심 포스트들도 이 후보측 의원들로 채워졌다. 9월 정기국회를 겨냥한 이 후보 '사수대'가 구성됐다는 뼈 있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원내수장에는 '친이'계인 안상수 원내대표가 추대됐다.


모두 15명인 원내 부대표단, 정책조정위원장단 등의 인선 결과는 당의 '친이계' 쏠림현상을 극명히 드러냈다. 원내 부대표로 임명된 박세환, 배일도, 주성영 의원, 제6정조위원장을 담당할 안명옥 의원만이 '친박'이다. 나머지 9명은 모두 이 후보측 인사로 채워졌다. 당초 양쪽 인사를 반반씩 구성하겠다는 입장과 배치되는 결과다.

박 전 대표측의 불만은 점점 노골화하고 있다. 시늉만 할뿐 정작 '화합'의 바로미터인 '인사'에서 친박 인사들을 배제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후보측의 '승자독식'이 도를 넘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인사에 대한 불만을 넘어 '당권'과 '대권' 분리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친박 인사인 이해봉 의원은 지난 3일 "당헌·당규상 대권과 당권이 분리돼야 하는데 최근 상황을 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김무성 의원도 "당권과 대권의 분리는 확실하게 지켜져야 한다. 강재섭 대표의 역할과 존재는 확고히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언뜻 이 후보가 당 대표의 입지를 보장해야 한다는 말로 들린다. 하지만 인사 등의 당권에서 박 전 대표측의 '지분' 보장을 요구하는 우회적 압박이 이면에 깔려 있다.

일각에서는 인사 결과를 비판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선거체제의 꽃인 '선거대책위원회' 인선 결과를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얘기다. 이 후보의 한 측근은 "아직 본격적인 인사는 끝나지도 않았다. 선대위 인선에서 이 후보의 실용주의 인사가 모습을 드러내면 비판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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