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40일 침묵깨고 언론·정치 맹비판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 2007.08.31 22:24

"언론 전체가 저한테 적" "깜도 안되는 의혹 부풀려" "기자는 복잡한 얘기 못써"

40일 넘게 침묵을 지키고 있던 노무현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사건이 해결되자마자 언론과 정치권에 대해 신랄한 비판의 말을 쏟아냈다.

노 대통령은 31일 오후 한국방송PD연합회 창립 20주년 기념식에 축하인사를 하러 갔다 54분간 "오늘의 언론에 무슨 대의가 있나", "정치에서 무슨 원칙이 있나"라는 요지로 연설을 펼쳤다.

노 대통령의 원래 발언 시간은 15분이었다. 게다가 PD연합회는 청와대측에 노 대통령의 참석이 아니라 축하 영상 메시지를 요청했다. 이를 노 대통령이 직접 가서 축하 연설을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말할 자리가 없어서 왔다"

노 대통령은 실제 연설에서 "여러분들도 조금 놀랐을 것이다. PD모임에 대통령이 왜 왔을까"라며 말한 뒤 "오늘 꼭 온 것은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말할 자리가 없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기자간담회 한번 하겠다고 하면 우리 참모 비서실에서 나가봤자 절대로 좋은 기사 안 나오니까 나가지 마세요, 뭐라 얘기하든 얘기한 것은 몇 사람에게만 전달되고 그 다음에 나가는 기사는 전부 지가 마음에 달린 거니까 가급적 사건 만들지 마세요, 그러니까 말할 자리가 없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어디 가서 초청 좀 해주면 가서 말을 좀 하겠는데 아무도 초청을 안한다"며 "그런데 마침 여러분이 제게 축하 영상메시지 하나 보내 달라고 해서 (왔다) 영상메시지보다는 실물이 안 좋겠나"라고 말했다.

◆"80년초 언론은 독재권력의 앞잡이, 이후엔 반대편 언론과 싸움"

노 대통령은 이어 언론에 대해 오랜 불신의 역사를 털어 놓았다. 노 대통령은 "80년대 초부터 소위 인권변호사라는 이름을 달고 사회 현실에 서서 참여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우리 언론이 왜 독재정권에 입노릇을 하고 그 사람들이 좋아하는 말만 하는데 그 때는 잘 몰랐다"고 말했다.

또 "잘 몰랐는데 그 뒤에 제가 제 문제에 관해 부닥쳐 보니까 거짓말이 너무 많았다"며 "사실과 다른 얘기, 이치가 맞지 않는 얘기를 너무 일방적으로 많이 해서 아, 이 사람들이 독재권력의 앞잡이 노릇을 하고 있구나 이런 인식을 가지고 지나왔다"고 밝혔다.

1987년 이후에는 "언론이 자유롭기 시작했던 것 같은데 진정으로 자유롭고 싶은 사람은 자유로워졌고 스스로 알아서 자기가 선 자리 때문에 스스로 자유롭기를 거부한 언론도 있었던 것 같다"며 "저하고 반대편 언론은 미워 보이고 그래서 그 때부터 반대편 언론하고 꾸준히 싸움을 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반대편 언론과의 싸움에 대해 "확 긁어버린다는 협박을 참 많이 당했고 확 조져버리겠다 협박을 했고 저를 해보고 안 되니까 당에 가서 노무현 대변인의 소송을 취하시키지 않으면 당을 사리적으로 긁겠다 하는 바람에 적이 됐다"며 "그러면서 지금까지 편을 갈라서 우리편 저편 대개 언론을 그렇게 이해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노태우 대통령, 김영삼 대통령, 정권 말기 언론의 버림 받았다"

노 대통령은 이어 "노태우 대통령이 말년에 그들을 지지하는 언론으로부터 버림을 받고 몰락하는 모습을 봤다. 김영삼이라는 새로운 권력의 대안을 선택하고 노태우 대통령을 무력화시켜 나가는 과정을 봤다"고 말했다.

또 "그 뒤 문민정부 말년에 가니까 새로운 원력의 대안을 손잡고 김영삼 정권을 가차없이 침몰시켜 버리는 모습을 봤다"며 "그러면서 아, 언론은 권력이다. 어느 권력에 편을 드는 권력이 아니라 그들 스스로 이미 권력이구나 그렇게 느끼고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이는 정권 말기에 권력형 비리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여론의 심판을 받고 국민의 외면을 받았던 이전 정권의 몰락 과정을 거론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언론이 권력을 버렸다는 식으로 표현한 것으로 논란의 여지가 있다.

노 대통령은 또 대선 당선 후 인수위 시절에 언론들이 기획 단계의 결정되지도 않은 정책, 부처 협의를 거치지도 않은 정책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비판받았던 것에 대해서도 불만을 토로했다.

"실무자 차원에서 검토되고 있을 뿐이지 그 부처의 정책으로 채택되지 않은 정책, 부처간 협의는 거치지 않은 정책, 총리실이나 청와대의 승낙을 받아야 될 정책까지 일개 과장 수준, 사무관 수준에서 전부 정책이 돼 가지고 마구 나와버린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최근 정부는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을 만들어 기획 단계의 정책에 대해서는 기자들이 질문을 해도 일절 응하지 않겠다는 사실상 취재 거부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이 역시 정책이란 확정되기 전 기획 단계부터 언론에 소개되면서 전문가들의 의견, 국민들의 반응 등 여론 수렴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지나친 '취재 통제'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저를 편들어주던 진보적 언론도 일색으로 저를 조진다"

노 대통령은 "참여정부가 처음 시작한 것이 특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언론들이 제가 보기에 상당히 큰 막강한 특권들을 누리고 있어 기자실을 폐지시켰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가판을 끊고 그 다음에 일체 접대하지 마라, 그래 가지고 술밥 먹고 이렇게 말했다가 기자들이 우리가 술밥 얻어먹고 다니는 사람인줄 아냐고 막 또 화를 내니까 내가 이거 말을 심하게 했구나 그랬다"고 말했다.


이어 "그 다음에 사무실 무단 출입을 막았다"며 "연관된 정책에 대해 확인하고 해야 되기 때문에 반드시 대변인실과 상의해라, 공보실과 협의해라, 그런 것이 사전승인이 되는 것이다. 그 때부터 이제 참여정부는 언론 탄압하는 정부가 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그렇게 해서 특권을 인정하지 않고 소위 개혁을 하려 했고 서로 공생관계를 완전히 청산하려고 했는데 그렇게 되니까 옛날에는 편을 갈라서 싸우던 언론이 저한테 대해서는 전체가 다 적이 돼 버렸다"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이건) 매우 중요한 얘기다"라며 저를 그래도 편들어주던 소위 진보적 언론이라고 하는 언론도 일색으로 저를 조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게 지금 이게 이 싸움이다"고 거듭 강조했다.

◆"언론과 싸움..그래서 깜도 안 되는 의혹이 춤춘다"

노 대통령은 최근 정윤재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된 양측을 연결시켜준데 대한 각종 의혹과 변양균 청와대 정책실장이 허위 학위로 파문을 빚은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를 비호하려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언론이 부풀린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노 대통령은 "(언론과 싸움 때문에) 요즘 뭐 깜도 안 되는 의혹이 많이 춤을 추고 있다"며 "(언론이) 과오는 부풀리고 뭐 그런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또 "민주주의는 기본적으로 국민이 선택하는 정치"라며 "국민이 선택할 때 어떤 정책이나 사람, 이 선택과 자기의 이해관계, 그것도 일차적으로 생각하는 이해관계와의 인과관계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제가 복잡한 말씀을 드렸는데 이 복잡한 얘기는 기자들은 쓸 수가 없다. 복잡한 인과관계라든지 이런 것들을 기자들은 쓸 수가 없다"고 지적한 뒤 "그야말로 PD라야 이 긴 얘기를 담아낼 수 있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우리 사회가 앞으로 어디로 가야하는 것은 여러분(PD)의 손에 크게 달려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 수준을 높이 끌어올리는 것은 여러분들의 몫이다"라며 "기자협회장도 와 계시지만 앞으로 기자들 오라면 이제는 안 간다. 안 가고 PD가 오라고 하면 간다"고 말했다.

◆"기자들 아무리 난리 부려도..정치 보라. 가관이다"

또 "저에게도 권력이 있다. 엄청난 갈등 과제들도 다 해결했다"며 "얼마나 자신만만하면 기자 집단하고 맞서겠는가"라고 말했다.

아울러 "지금 전 언론사들이 무슨 성명을 내고 뭐해 가지고 국제언론인협회(IPI)까지 동원하고 난리를 부리는데 아무리 난리를 부려도 제 임기까지 가는데 아무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치권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노 대통령은 "정치 한번 보라. 가관이다"라며 "김영삼 대통령의 3당 합당을 틀린 것이라고 그렇게 비난하던 사람들이 요즘은 그 쪽에서 나와 가지고 이쪽 당-저에게는 우리당이 없다-으로..."라고 말했다.

이어 "저는 자꾸 범여권 하니까 나와 가까운가 생각되는데 범여권으로 넘어온 사람한테 가서 요즘 줄서 가지고 부채질 하느라고 아주 바빠요"라며 "왜 YS는 건너가면 안 되고 그 사람은 건너와도 괜찮냐 이거죠"라며 손학규 대선후보 캠프에 합류한 386 정치인들을 비난했다.

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손 후보가 민주신당에 합류는 했지만 여전히 여권 후보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잃어버린 10년? 지들이 했으면 어떻게 했겠나"

한나라당에 대해서도 강력 비판했다. 노 대통령은 한나라당의 '잃어버린 10년(김대중 대통령 5년, 노무현 대통령 5년)' 주장에 "뭘 잃어버렸나"라며 "독재가 만들어 놓은 부작용들이다. 독재는 우리에게 사회적 불균형이라는 커다란 부담을 넘겨 줬잖은가"라고 반문했다.

또 "지들이 했으면 어떻게 했겠어요. 이건 언론 책임이 아니다. 그런데 받아만 쓰니까 열 받아서 그러는 것이다"라며 "무슨 의혹이 있다 그러는데 카더라만 방송했지 서로 싸우고 있는 진실이 어느 것인지는 아마 역량이 없어 못 들어가보는 모양인데 추구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노 대통령은 "일부 언론들은 (의혹을) 빨리 덮어라 덮어라 하고 있는 것 같다"며 "저희는 일개 공기업 사장 한 사람 하는데도 음주운전 했다고 자르고 뭐 했다고 자르고 다 잘랐다"고 말했다. 이는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의 비리 의혹을 언론이 철저히 캐내지 않고 덮으려 한다는 비판으로 해석된다.

노 대통령은 "이런 문제들에 대해 요즘 언론들 팔짱 끼고 앉아서 또 싸움나면 중계 방송하겠죠"라고 비판한 뒤 "저는 여러분(PD)께 희망을 건다. 잘 부탁한다. 지금 이 시기에도 우리가 또 다짐하고 다짐해야 하라 많은 사명들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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